결핵

Tuberculosis



  • 결핵이란?

결핵은 결핵균이 우리 몸속에 들어와 병을 일으키는 감염병으로, 중요한 특징은 감염 후 오랫동안 '잠복기-잠복결핵 감염' 상태에 있다가 활동성 결핵으로 발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결핵균에 노출되면 1차적으로 폐 안의 면역세포들이 결핵균을 죽이기 위해 활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면역세포들이 결핵균을 조절하지 못하면 1~2년 내에 활동성 결핵으로 발병합니다.
반대로 몸의 면역세포들이 결핵균을 잘 조절하면 결핵균의 활동성이 떨어져 병으로 발병하지 않고 '몸 안에 균을 가지고 있는(보균)' 잠복결핵 감염 상태가 됩니다. 마치 균이 휴면 상태처럼 되는 것입니다. 이때는 몸 안에 균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발병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증상도 없고, 다른 사람에게 균을 전염시킬 우려도 없습니다. 즉 결핵균에 감염된 모든 사람이 ‘활동성 결핵’으로 발병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잠복결핵 감염 상태에서 수십 년을 지내다가도 결핵균을 조절하는 몸의 면역 상태와 결핵균 사이의 균형이 깨지면 결핵균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활동성 결핵이 발병하게 됩니다. 결핵균이 몸에 들어온 시기가 20대여도 60-70대에 결핵이 발병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약 1/3이 잠복결핵 감염 상태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고령층에서는 젊은 시절에 이미 감염된 상태에서 계속 유지되는 경우가 많고, 젊은 연령에서는 최근에 환자와 접촉하면서 감염된 상태가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존 감염보다는 최근에 감염된 경우에 활동성 결핵으로 발병할 확률이 조금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결핵의 또 다른 특징은 공기 매개 전염병이라는 것입니다. 결핵균은 사람 몸속에서만 살 수 있는데, 결핵 환자가 말하고 기침할 때 결핵균이 공기 중으로 배출되고, 이 균이 공기 중에 얼마 동안 떠 있다가 주위 사람들이 그 공기로 숨을 쉴 때 폐로 들어가서 새로운 사람을 감염시키게 됩니다. 이러한 전파 가능성 때문에 결핵은 진단 후 24시간 이내에 신고와 격리가 필요한 제2급 법정 감염병입니다.
이렇게 결핵균은 폐를 통해 인체에 들어오지만, 활동성 결핵이 발병할 때는 폐 외에도 전신에 병을 일으킬 수 있어서 폐결핵과 폐외 결핵으로 구분합니다. 결핵의 약 75-80%는 폐결핵, 20-25% 정도는 폐외 결핵으로 나타납니다. 폐결핵과 기관지 결핵 등 호흡기 결핵은 전염성이 있는 반면, 결핵성 림프절염, 골관절 결핵, 결핵성 뇌수막염과 같은 폐외 결핵은 전염성이 없습니다.


  • 결핵의 증상

폐결핵의 주요 증상은 기침, 가래, 객혈 등의 호흡기 증상과 체중 감소, 전신 쇠약, 야간 발한 등의 전신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폐결핵의 증상이 병의 초기에는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무증상 상태에서 활동성 결핵으로 진단받기도 합니다. 폐외 결핵은 발병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달라질 수 있는데, 예를 들어 결핵성 뇌수막염에서는 두통, 구토, 의식 저하 등이 나타나게 됩니다.


  • 결핵의 진단

결핵 진단을 위해서는 몸속에 결핵균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폐결핵은 보통 가래를 이용해 항산균 도말검사, 항산균 배양검사, 결핵균 유전자검사를 기본으로 시행합니다. 흉부 X-ray 사진, 흉부 전산화단층촬영 등도 폐결핵의 진단과 치료에 이용됩니다.
그러나 흉부 사진이나 컴퓨터단층촬영에서 폐결핵이 의심되어도 가래 항산균 도말검사나 배양검사, 결핵균 유전자검사 결과 모두 음성인 경우가 있습니다. 즉 우리 몸에 병을 일으키는 결핵균이 있고 실제 폐에 염증이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 몸 밖으로는 아직 균이 나오지 않았거나 검사의 한계 등으로 음성으로 확인되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치료 중인 폐결핵 환자들을 살펴보면 약 30%는 균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입니다. 또한 폐외 결핵은 폐결핵보다 진단이 좀 더 어려운 편입니다. 결핵 의심 부위에 바늘을 이용한 세침흡인검사나 국소 또는 전신 마취 후 조직검사를 시행해 결핵균으로 인한 염증 반응(육아종성 염증)을 확인하고 진단할 수도 있습니다.
활동성 결핵을 진단하는 검사는 아니지만, 우리 몸에 결핵균이 들어와 면역반응을 일으키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결핵 피부 반응 검사(투베르쿨린 검사)와 전혈 인터페론감마 검사도 있습니다. 이 검사들은 우리 몸에 있는 면역세포들이 결핵균에 반응하는 정도를 측정해 일정 기준 이상이면 양성으로 판정하게 됩니다. 이러한 면역반응 검사에서 양성을 보이지만 몸에는 활동성 결핵으로 인한 증상이 없을 때 잠복결핵 감염 상태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결핵으로 진단되면 가래나 조직에서 나온 결핵균을 이용해 단순 결핵(약제 감수성 결핵)인지 내성결핵인지 추가 검사를 진행합니다. 처음 결핵 치료를 하는 국내 환자들은 대부분 단순 결핵이지만, 약 10% 정도는 내성결핵(단독내성, 다제내성)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 결핵의 치료

결핵 치료를 할 때는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고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치료 도중 결핵 약을 복용하는 동안 생기는 이상 반응이나 불편함 때문에 정해진 치료 기간을 채우지 않고 약제를 임의로 중단하거나 약제 중단과 복용을 간헐적으로 반복하는 경우, 결핵균의 약제 내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 도중 힘든 점은 꼭 주치의와 상의하도록 합니다.
폐결핵은 병의 중증도가 심하지 않으면 약물치료로 무리 없이 완치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병의 중증도가 심해 폐 손상이 있는 경우에는 결핵 치료 중 또는 완치 후에도 객혈과 같은 합병증을 보일 수 있으며, 심한 경우 폐기능 저하와 이로 인한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폐결핵도 병의 초기에 빨리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합병증이나 후유증을 예방하는 방법이 됩니다.

단순 결핵
단순 결핵에서 1차 표준치료는 4가지 항결핵제로 시작해 6개월 동안 치료하는 경우, 또는 3가지 항결핵제로 시작해 9개월 동안 치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사용하는 항결핵약제는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약제가 정해져 있으며, 처방받은 약을 정해진 기간 동안 꾸준히 잘 복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내성 결핵
내성결핵은 단순 결핵에 비해 치료가 더욱 복잡하며, 내성을 보이는 약제의 종류와 개수에 따라 치료 약제와 기간이 달라지게 됩니다. 다제내성결핵은 결핵 치료에 가장 중요한 1차 약제인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핀이라는 2가지 약제에 모두 내성을 보이는 결핵균에 의한 질병입니다. 다제내성결핵의 치료는 단순 결핵 치료와는 매우 달라서, 2차 항결핵 약제와 최근 개발돼 사용 중인 결핵 신약 등을 이용해 20개월 이상 치료해야 합니다.


  • 결핵 예방을 위한 주의사항

- 폐결핵을 포함한 호흡기 결핵은 전염성이 있습니다. 스스로 의도하지 않더라도 주변 밀접 접촉자들에게 결핵을 전염시킬 수 있으므로, 결핵 치료를 시작한 초기 일정 기간에는 자가 격리가 필요합니다. 다행히 결핵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전염성은 초기에 빨리 감소합니다. 병의 중증도, 약제 내성 유무 등에 따라 전염성 소실 기간은 달라질 수 있으며, 평균적으로 2주 정도의 기간을 기준으로 전염성 여부를 판단합니다. 격리 해제 기간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도록 합니다.
- 결핵 예방을 위한 BCG 백신은 100년 가까이 된 백신으로, 국내에서도 생후 4주 이내에 모두 BCG 백신을 맞고 있습니다. 다만 BCG 백신의 결핵 예방 효과는 소아에서 주로 나타나며, 성인 결핵에 대한 예방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 결핵균에 자주 노출되는 직업을 가진 경우에는 호흡기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잘 착용해야 합니다.
- 잠복결핵 감염 상태에서 활동성 결핵으로 발병할 위험이 높은 사람 또는 집단에서는 결핵약 일부(한 가지 약제 또는 2가지 약제)를 일정 기간(3개월, 4개월, 9개월) 복용해 결핵 발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잠복결핵 감염 상태에서는 내 몸의 면역세포가 결핵균을 활동하지 못하게 해야 하므로 균형 잡힌 영양 상태와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강영애 교수>


  •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