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체트병

Behcet disease

  


베체트병은 면역반응 이상으로 온몸에 염증이 발생하며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는 만성질환입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구강 궤양, 성기 궤양, 결절홍반 등이 있으며 포도막염, 장염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베체트병이란?

면역반응의 이상으로 온몸에 염증이 발생하는 베체트병은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는 만성질환입니다. 증상으로는 입 안에 통증이 심한 궤양이 생기거나, 성기 부위에 반복되는 궤양, 다리 정강이를 누르면 통증이 느껴지는 붉은 반점이 생기는 결절홍반 등이 있습니다. 여러 장기를 침범하고 증상의 정도가 개인마다 다릅니다.


  • 베체트병의 원인

베체트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인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 감염과 같은 환경 변화가 있을 때 면역반응에 이상이 생겨 온몸에 염증이 발생하는 병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특정 지역에 잘 발생하는데, 터키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에 많아 ‘실크로드병’이라고도 불립니다.


  • 베체트병의 증상

대부분의 베체트병 환자는 입 안에 통증이 심한 궤양을 자주 경험하게 됩니다. 또 성기 부위에 특별한 이유 없이 궤양이 반복되는데, 여성에서는 외음부, 남성에서는 고환이나 음경에 자주 발생합니다. 그리고 다리 정강이에 누르면 통증이 느껴지는 붉은 반점이 생기는 결절홍반, 몸통에 이유 없이 뾰루지(모낭염)가 반복되는 피부 증상 또한 흔합니다. 특징적으로 약 40%의 환자에서 눈의 포도막염이 나타나는데, 이 병을 잘 몰랐던 과거에는 흔한 실명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피부나 눈에 비해 빈도는 낮지만 다수의 환자가 몸의 여러 관절이 일시적으로 붓고 아픈 관절염을 경험하기도 하며, 국내 환자에서는 복통과 설사 등이 생기는 베체트 장염도 드물지 않게 발생합니다. 그 외에 신경을 침범하거나 대동맥과 같은 혈관을 침범하는 경우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베체트병은 면역반응이 왕성한 20-40대의 젊은 연령대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여러 증상이 무작위 순서로 나타날 수도 있고, 때때로 한꺼번에 병발할 수도 있습니다. 피부 점막 증상은 영구적인 중증 부작용을 만들지는 않지만, 눈이나 내부 장기를 침범하는 경우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합니다.
특히 망막혈관염을 동반하는 중증 포도막염은 실명을 유발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으며, 조절되지 않은 베체트 장염은 장천공으로 이어져 넓은 영역의 장 절제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대동맥을 침범해 대동맥류가 터지는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으며, 정맥을 침범한 혈전정맥염은 폐색전증 등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또 신경계를 침범하는 베체트병은 젊은 나이에 뇌졸중과 같은 심각한 신경학적 장애를 남길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남자가 더 흔하지만, 국내는 여성에서 발병률이 조금 더 높은 경향을 보입니다. 다만 남자 베체트병 환자에서 눈, 신경계, 혈관계 침범이 더 흔하고 증상이 심한 경우가 많아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 베체트병의 진단

여러 장기를 침범하는 특성 때문에 처음 한두 증상이 발생했을 때는 진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눈만 침범하는 포도막염이 나타났거나 젊은 나이에 신경계 침범이 있는 경우,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과의 감별이 어렵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환자에서 예전부터 심한 구강 궤양이 반복되었던 경우가 많아 베체트병을 의심하는 단서가 되곤 합니다.
현재 베체트병을 확진하는 단일 검사는 없으며, 전 세계적으로 전문가들이 정해놓은 높은 진단 기준을 근거로 임상 증상을 종합해 진단합니다. 따라서 면밀한 병력 청취와 진찰이 필요하며, 만일 다른 유사 질환으로 설명될 수 있는 증상이 있다면 베체트병의 확진은 미뤄야 합니다.
유전적인 소인으로 HLA-B51이라는 유전자를 가지는 경우 베체트병의 발생 위험이 5-6배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진단에 보조적으로 활용됩니다. 다만 국내 보고에 따르면 정상인의 약 10-15%에서도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 유전자가 양성이라는 것 자체가 베체트병 진단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그 외에 피부 과민성 검사, 분변에서 염증 물질을 측정하는 방법 등 장기별로 진단에 보조적인 검사들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 베체트병의 치료

여러 장기를 침범하고 증상의 정도가 개인마다 다르므로 어느 질환보다도 개인 맞춤형 진료와 치료가 필요합니다. 입과 성기의 점막 궤양이나 피부 병변에 국한된 경증 베체트병 환자는 바르는 연고나 가글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으며, 증상이 심해질 때는 단기간 전신 스테로이드, 항생제 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계속되는 경우 콜히친과 같은 면역조절제가 효과적입니다. 통증이 있는 관절염도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NSAIDs)나 콜히친으로 비교적 잘 조절됩니다.
경증 포도막염은 점안액으로 조절되지만, 시력 저하를 동반하는 중증 급성 포도막염은 고용량 스테로이드제나 항TNF제와 같은 강력한 염증 억제 치료가 시행되어야 시력 소실을 막을 수 있습니다. 장의 궤양을 주 증상으로 하는 베체트 장염이 진단되는 경우는 대부분 설파계 약제를 유지하며, 장 궤양의 지속 여부에 따라 아자치오프린과 같은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게 됩니다.
혈관 침범으로 혈전정맥염이 생기는 경우 장기간 항혈전 치료가 필요하며, 특히 신경계나 큰 혈관을 침범하는 증상이 발생하면 고용량의 스테로이드제와 면역억제제를 포함한 각 장기별 집중 치료가 필요합니다.
다행히 적절한 치료를 하면 전신 염증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느 증상이든 수년 이상 면역조절 약물을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면역반응이 젊을 때보다 수그러드는 시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완화되어 약물 복용을 줄이거나 끊는 경우가 늘어납니다. 경증의 베체트병 환자에서는 약물 복용 없이도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재발하지 않는 사례도 있습니다.


  • 베체트병의 주의사항

장기별 여러 증상이 모든 환자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또 특정한 순서로 발생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베체트병으로 진단되었다면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른 증상을 미리 알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되며, 특히 새로운 증상이 발생했을 때 가볍게 넘기지 말고 주치의와 잘 상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김도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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