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누스 중독
Botu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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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툴리누스 중독이란?
보툴리누스 중독(botulism)은 우리 몸의 신경을 공격하는 독소가 원인으로, 드물지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클로스트리듐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이라는 세균이 이 독소를 만들어 냅니다. 이 세균이 생성한 독소가 우리 몸에 들어오거나 우리 몸에서 이 세균이 자라면서 만들어내는 독소가 세균 안에서 밖으로 즉, 우리 몸으로 배출되면 보툴리누스 중독이 발생하게 됩니다. 보툴리누스 독소는 신경근육접합부나 자율신경연접부위의 연접전 신경말단부위에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차단해 근력약화나 자율신경기능이상을 유발하는 가장 강력한 신경독소 중 하나입니다.
- 보툴리누스 중독의 증상
독소에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할 경우 전형적으로는 음식물 섭취 12시간에서 36시간 이후에 증상이 나타납니다. 섭취된 독소의 양에 따라 수시간에서 수일 이후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상처에 클로스트리듐 보툴리눔 감염이 발생해 보툴리누스 중독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상처에 포자가 들어가 자라고 독소가 만들어지면서 우리 몸에 중독을 일으킬 때까지 좀 더 시간이 소요되며 상처가 나고 약 10일 정도 지나 증상이 나타납니다.
보툴리누스 중독의 증상은 근력약화로 인한 삼킴장애, 발음장애, 겹보임, 양측 얼굴마비, 팔다리마비, 호흡곤란 그리고 자율신경기능이상에 의한 입마름, 흐려보임, 울렁거림, 구토, 복통, 변비 등이 있습니다. 신생아 및 유아의 경우 보통 변비가 처음 나타나며, 몸에 힘이 없이 축 늘어지며 울음이 약해지고 젖 빠는 힘도 약해질 수 있습니다.
- 보툴리누스 중독의 원인
클로스트리듐 보툴리눔은 혐기성 세균으로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잘 자랍니다. 따라서 부적절하게 멸균된 통조림 식품에서 잘 자라면서 독소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런 독소에 오염된 식품을 섭취하면 보툴리누스 중독이 발생합니다. 또한 골절이 생기면서 피부가 찢어지는 등의 깊은 상처에 이 세균이 침입해 독소를 만들어내는 감염이 생기면 보툴리누스 중독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편 건강한 성인은 장내세균총이 형성되어 있어 장에서 클로스트리듐 보툴리눔이 쉽게 자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신생아의 경우에는 아직 장내세균총이 형성되지 않아 장에서 이 세균이 자라기 쉬운 환경이 형성되고 독소가 생성되면서 좀 더 쉽게 보툴리누스 중독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보툴리누스 중독의 진단
보툴리누스 중독은 혈액, 대변, 토사물에서 독소를 검출하면 확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검사는 수 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또한 보툴리누스 중독은 빠르게 위험한 상황으로 빠질 수 있으므로 의료진의 병력청취와 신체 진찰이 보툴리누스 중독의 진단에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보툴리누스 중독의 진단과 다른 유사 질환들과의 감별을 위하여 신경계의 영상검사, 전기진단검사, 혈액검사, 뇌척수액검사 등을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 보툴리누스 중독의 치료
보툴리누스 중독의 치료에서 독소를 제거하고 독소의 기능을 억제하며, 독소를 만들어내는 세균을 제거하고, 중독으로 인한 호흡마비 발생 시 호흡보조의 적용이 중요합니다.
보툴리누스 중독이 의심되면 항독소(antitoxin)를 투여합니다. 항독소는 혈중 독소에 결합해 독소가 신경을 공격하지 못하게 합니다. 항독소는 독소에 의해 이미 손상된 신경을 회복시키지는 못하지만, 손상된 신경은 스스로 회복하며 재생될 수 있습니다. 음식으로 인한 중독의 경우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구토나 설사를 유발시킬 수 있고, 상처로 인한 중독의 경우 수술적 치료로 감염된 조직을 제거하거나 항생제를 이용해 독소를 분비하는 세균을 제거하는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보툴리누스 중독이 심해 호흡곤란이 발생한 경우에는 기계환기를 적용해 호흡을 보조해주어야 합니다.
보툴리누스 중독은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회복이 가능한 질환입니다. 다만 손상된 신경이 다시 재생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어 회복까지 수개월이 걸리기도 합니다. 회복 기간동안 신경학적 장애에 대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신하영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