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변증
Liver cirrho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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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경변증이란?
간경변증은 간단히 말하면 간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으로, 간염바이러스나 술, 약제, 비만 등으로 인해 만성간염 상태가 지속되면서 간세포가 파괴되어 섬유화가 진행되고, 재생결절들이 생기면서 간의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는 상태입니다. 말랑말랑해야 할 간이 딱딱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간의 상처가 깊어졌음을 의미합니다.
간의 노화 정도가 심하지 않은 간경변증 초기 상태를 ‘대상성 간경변증’이라 합니다. 반면 노화가 심해 회복하기 힘든 간경변증을 ‘비대상성 간경변증’이라 합니다. 흔히 ‘간경변증 말기’라고도 표현하며, 예후가 매우 불량해 세심한 치료와 관리가 요구됩니다. 하지만 비대상성 간경변증이라 해서 바로 포기할 상황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간의 노화가 상당히 진행된 비대상성 간경변증도 원인 질환과 합병증을 잘 치료하면 어느 정도 기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 간경변증의 원인
B형과 C형 바이러스 간염, 알코올성 간질환, 지방간이 대표적인 간경변증의 원인입니다. 특정 약제, 자가면역질환이나 유전질환도 간경변증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간경변증의 증상
일반적으로 간경변증 초기 증상은 만성간염과 비슷합니다. 간이 굳어지면서 제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피곤해지고, 소화불량이나 식욕부진, 구토, 메스꺼움,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먹은 것을 제대로 소화 시키지 못하고 필요한 영양소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기력이 떨어지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체중이 약간 감소하기도 합니다.
간경변증 초기에는 간의 보상 능력이 좋아 정상 간 기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간경변증이 진행하면 점점 증상의 정도가 심해집니다. 소변 색깔이 진해지고 황달이 나타나며, 잇몸이나 코에서 피가 자주 나고 쉽게 멈추지 않습니다. 목이나 가슴에 거미 모양의 혈관종이 생기기도 합니다. 또 간에서 호르몬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남성은 가슴이 여성처럼 부풀어 오르거나 고환이 작아지기도 하고, 여성은 월경이 불순해지거나 없어지기도 합니다.
간경변증으로 인해 간의 구조가 뒤틀어지고 흉터가 생기면 혈관이 눌려 혈액순환이 잘 안되면서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합니다. 비장이 커지고, 배에 복수가 차고 다리가 붓습니다. 식도-위 정맥류와 같은 합병증이 생기면 혈관이 터져 갑자기 피를 토하거나 혈변 또는 흑색변을 보게 됩니다.
- 간경변증의 치료
간경변증 환자는 이미 간의 기능이 약해져 있는 상태이므로 건강한 간세포가 더 이상 죽지 않도록 관리해 간경변증의 악화를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와 함께 간경변증에 동반되는 합병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 역시 간경변증 치료의 중요한 목적입니다.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합병증의 종류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병행합니다.
1) 원인 치료
바이러스 간염, 알코올 등 간경변증을 유발한 원인을 찾아 원인 치료를 하는 것이 간경변증 치료의 기본 원칙입니다. 간은 재생력이 뛰어나 제한된 범위 내에서 스스로 손상된 부위를 치료하기도 하며, 어느 정도까지는 죽은 세포를 새로운 건강한 세포로 대치할 수 있는 강한 장기입니다. 따라서 간경변증을 일으킨 원인을 제거해 더 이상 간이 손상되는 것을 막는다면 간 기능이 호전될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알코올성 간염에 의한 간경변증일 경우에는 금주와 더불어 균형 있고 적절한 영양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바이러스성 만성간염에 의한 간경변증 환자는 바이러스 간염의 치료가 필요합니다.
2) 정기적 검진
간경변증의 위험 요인을 갖고 있다면 정기적으로 검사를 시행해 조기에 징후를 잡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간이 많이 손상된 후에는 열심히 관리해도 잘 좋아지지 않고, 복수나 정맥류 등의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보통 간경변증으로 진단받은 후에는 3~6개월마다 한 번씩 검사를 받아 변화된 상태와 진행 속도 등을 점검해야 합니다. 또한 간경변증은 간암으로 진행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를 시행해 간암을 조기에 발견해야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습니다.
3) 금주
간경변증 환자들에게 술은 ‘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알코올이 원인인 간경변증뿐만 아니라, 간염바이러스나 기타 원인에 의한 간경변증 모두 술은 절대 금해야 합니다. 간이 딱딱해져 가는 상태에서 술을 마신다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간혹 도수가 낮거나 몸에 좋은 술은 조금씩 마셔도 괜찮지 않느냐고 질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간경변증 환자에게 좋은 술, 마셔도 괜찮은 술은 없습니다. 간이 굳어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간 기능을 많이 상실한 상태이므로 더 이상 간이 굳지 않게 하려면 금주가 필수입니다.
4) 균형 잡힌 식사
간경변증 환자들은 간 기능 저하로 영양 불균형이 초래되기 쉽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정량의 질 좋은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섭취해 몸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를 골고루 채워야 합니다. 다만 간경변증이 심해 간성뇌증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단백질을 제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소화를 돕는 담즙도 충분히 분비되지 않아 소화가 잘 되지 않으므로 위에 자극을 주는 맵고 짠 음식, 소화가 어려운 질기거나 단단한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고, 한꺼번에 많은 양의 음식을 먹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5) 민간요법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인진쑥, 돌미나리, 신선초, 영지버섯, 녹즙 등 일일이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민간요법들이 간경변증 환자와 보호자들을 현혹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간에 좋은 음식이라도 간에 부담을 주는 성분이 많으면 약이 아니라 간을 해치는 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약이 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누가 먹고 나았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 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습니다. 성분을 알 수 없는 민간요법은 병들어 있는 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쳐 간경변증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준용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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