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발성 폐섬유증 

 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  특발성 폐섬유증이란? 

특발성 폐섬유증이란 반복적인 폐 손상에 의한 벌집 모양의 폐 섬유화가 비가역적으로 계속 진행하면서 폐 기능이 저하되고 호흡곤란이 심해지는 원인 불명의 만성 섬유성 간질성 폐질환을 말합니다.
우리는 폐를 통해 공기 중의 산소를 들이마십니다. 코와 입으로 들이마신 산소는 기관지의 맨 끝에 있는 아주 작은 공기주머니인 폐포까지 도달한 후, 폐포 주위를 감싸고 있는 작은 모세혈관으로 녹아 들어갑니다. 폐포를 둘러싸고 있는 폐포벽에는 폐포상피세포, 내피세포, 혈관, 림프관, 기저막 등 다양한 조직이 있는데, 이를 ‘간질(間質)’이라고 부릅니다. 간질은 폐포벽부터 주위 모세혈관벽까지의 공간으로, 폐와 우리 몸 사이에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일어나는 벽’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감염 없이, 이러한 간질 부위에 염증 혹은 섬유화 조직이 생겨 폐 기능이 저하되는 여러 질환을 한데 모아 ‘간질성 폐질환’이라고 합니다.


  •  특발성 폐섬유증의 증상 

간질성 폐질환의 주된 증상은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운동성 호흡곤란과 마른기침입니다. 운동성 호흡곤란이란 편안히 쉬고 있을 땐 괜찮다가 평지를 많이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등 움직일 때 숨이 차는 증세이며, 마른기침은 가래 없이 기침만 나오는 경우를 뜻합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해 수년에 걸쳐 아주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초기에는 계단 오르는 것을 힘들어하던 환자가 나중에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일상적인 행동마저 어려워하며, 심한 경우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발열, 체중감소, 피로감, 근육통, 관절통 등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  특발성 폐섬유증의 진단 

먼저 직업, 주거환경, 다른 질병, 약물 복용력, 관절통을 비롯한 다른 증상의 유무 등 간질성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원인이 존재하는지 확인합니다. 류마티스질환에 의한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자가항체 검사가 필요합니다.
신체검사 소견은 대개 비특이적이고, 청진 시 양측 폐기저부에서 흡기말 건성 수포음이 흔히 들립니다. 병이 만성적으로 진행된 일부 환자에서는 청색증이나 말단 곤봉지가 나타나며, 말기에는 만성적인 저산소혈증으로 폐고혈압이나 폐성심 소견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간질성 폐질환은 흉부 X-ray 상 양측 폐하부에서부터 망상 음영, 결절 음영, 젖빛유리 음영, 폐경화 등이 관찰됩니다. 기본적으로 폐기능검사 및 동맥혈가스검사 등을 시행하며, 가장 중요한 검사는 고해상도 흉부 CT 검사입니다. 고해상도 흉부 CT는 간질성 폐질환의 범위나 분포, 특징 및 심한 정도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고 흉부 X-ray 소견이 정상인 환자를 조사하는 데 특히 유용하며, 종격동 림프절병증이나 암, 폐기종 등의 동반 질환 여부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기관지내시경 및 기관지폐포세척술 검사가 필요할 수 있고, 앞선 검사로 진단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에는 수술적 폐조직검사(흉강경 유도 폐조직검사)를 시행합니다.



  •  특발성 폐섬유증의 치료 

특발성 폐섬유증은 안타깝게도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없으며, 아직까지는 섬유증 자체를 호전시킬 수 있는 약제가 없습니다. 따라서 치료 목표는 폐 기능의 저하 속도를 늦춰 생존 기간을 연장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있습니다. 항섬유화제 약물의 개발로 과거에 비해 생존율이 많이 향상되었으나, 아직까지 치료가 무척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일부 환자들은 약물치료로 호전을 보이지만, 대부분은 폐 기능이 서서히 저하됩니다.

- 약물치료
2014년 이후 항섬유화제인 퍼페니돈과 닌테다닙 약제가 개발되면서 폐 기능 저하 속도 지연 및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되어 현재 국내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퍼페니돈(Pirfenidone)은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오심, 소화불량, 식욕부진 등 소화기 부작용, 발진이나 광과민성 같은 피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닌테다닙(Nintedanib)은 아직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고가이며, 부작용으로 설사, 오심, 소화불량, 식욕부진, 복통 등의 소화기 증상이 흔합니다. 호흡곤란이 많이 진행된 환자에서는 폐 이외 다른 장기의 기능 저하가 없는 경우에 폐이식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비약물치료
호흡 재활, 산소치료, 기침 및 호흡곤란 증상에 대한 대증요법 등이 있습니다. 호흡 재활은 운동능력의 향상과 삶의 질 개선에 효과가 있고, 산소치료는 안정 시 저산소증이 있거나 운동 시 산소포화도가 85~89%로 감소하는 경우에 시행할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적절한 운동과 식사로 체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악화 방지를 위해 감기를 특별히 조심하고, 황사나 미세먼지 등 유해 환경을 피해야 하며, 마스크를 쓰면 더욱 좋습니다. 간혹 숨이 차다고 운동을 아예 안 하는 환자도 있는데, 약간 땀이 날 정도의 적절한 운동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  특발성 폐섬유증의 합병증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는 폐암, 폐고혈압, 폐기종, 만성폐쇄성폐질환, 수면무호흡증 등의 호흡기 질환이 흔히 동반됩니다. 폐암은 일반인에 비해 8배 이상 높게 발생하고, 사망률도 5배 이상 높습니다. 폐고혈압은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14~50%에서 동반되는데, 사망률을 3배 이상 증가시키고, 삶의 질과 운동능력을 저하시킵니다. 따라서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가 폐 기능 정도에 비해 심한 호흡곤란이나 저산소증을 호소하거나 영상 검사에서 폐동맥 확장 혹은 우심실 비대가 있는 경우에는 폐동맥고혈압의 동반 여부에 대한 평가 및 치료가 필요합니다.


<글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박무석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