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

관건은 시간,

치료 골든타임을 사수하라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막힌 혈관을 열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혈관이 막혀 심장근육에 혈액과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치료를 하더라도 심장근육에 치명적인 손상이 남을 수 있고, 뇌를 비롯한 다른 장기에도 심각한 휴유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혈전이 관상동맥을 막으면서 심장근육 손상

심장근육에 혈액과 산소를 공급하는 2~4mm의 작은 심장혈관을 관상동맥이라고 하는데, 급성 심근경색은 이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하기 전에 환자들은 대부분 증상을 느끼지 못하지만 관상동맥의 죽상경화증이 점차 진행하는 단계를 거칩니다.

이 단계에서 동맥 내벽에 기름이 끼고 혈관이 좁아지면서 탄력을 잃게 됩니다. 죽상경화증이 심해지면 곪은 부위가 터져 농이 나오듯이 혈관 안쪽을 싸고 있는 얇은 막이 터지면서 동맥벽에서 혈전이 생기고, 이렇게 발생한 혈전이 갑자기 관상동맥을 완전히 또는 일부를 막으면서 혈액이 통하지 않아 발생하는 질환이 급성 심근경색입니다.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심장근육으로 혈액과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므로 심장근육이 손상되고, 이 때문에 환자는 심한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경험합니다. 심장근육의 손상으로 심장의 수축기능이 약해져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기도 합니다. 약 20~30%의 환자들에서는 전조 증상 없이 심근경색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한 심근경색은 심장마비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혈액 공급 늦어지면 심장근육 영구 손상 

관상동맥이 막혀서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심장근육에 혈액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것이 생명을 구하는 데 가장 중요합니다. 혈관이 막힌 순간부터 심장근육에 다시 혈액이 공급되기까지의 시간이 짧을수록 재생되는 심장근육의 양이 더 많아지고 후유증은 적습니다. 반면 혈액 공급이 오랜 시간 원활하지 않을 경우에는 해당 부위의 심장근육이 영구적으로 손상되어 뒤늦게 혈관을 개통시키더라도 심장근육이 제 역할을 못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심근경색이 의심될 때는 혈관이 막혀 있는지를 빨리 확인해야 합니다. 초기 검사로는 심전도를 찍어 심장의 전기적 신호가 변했는지 볼 수 있고, 심장초음파검사로 심장근육의 움직임이 괜찮은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혈액검사를 통해 심장근육이 손상되었을 때 증가하는 수치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검사는 혈관이 막혔는지를 직접 알아볼 수 있는 관상동맥조영술입니다. 일반적으로 손목이나 다리 쪽에서 맥박이 만져지는 동맥혈관에 가느다란 도관을 넣어 심장의 관상동맥까지 도달하게 한 뒤 조영제를 주입해 관상동맥을 촬영합니다.


대부분 관상동맥중재술로 수술 없이 막힌 혈관 개통 

관상동맥조영술에서 막힌 혈관이 확인되면 해당 혈관에 유도 철선과 풍선 도관을 위치시킨 뒤 풍선을 부풀려 막힌 부위를 넓혀 혈관을 개통시키는 시술을 시행합니다. 이때 혈관이 넓혀진 상태를 잘 유지해 심장 혈관에 원활한 혈액순환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보통 금속 재질의 관상동맥 스텐트를 같이 거치시킵니다. 상황에 따라 빠른 시간 내에 응급진료센터에 도착했거나 응급 관상동맥중재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혈전을 녹이는 혈전 용해 주사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시술이 어렵거나 여러 혈관에 많은 스텐트로 치료가필요할 경우에는 외과적 개흉 수술로 막힌 혈관을 우회해 혈관을 이식함으로써 심근에 혈류를 공급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수술보다는 시술로 치료받는데, 시술 이후에는 심근경색 자체 혹은 시술에 따르는 합병증이 발생하는지 관찰하기 위해 24시간 혈압과 심전도, 맥박 등을 집중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심장내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게 됩니다. 아주 심한 심근경색인 경우에는 간혹 에크모치료(ECMO,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체외막산소화치료), 인공호흡기나 투석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부분 2~3일 정도 경과 관찰 후 퇴원이 가능합니다.




완치는 없다, 평생 관리의 중요성 

급성 심근경색 후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혈압약, 당뇨병약, 고지혈증약, 항혈소판제 등의 약물을 잘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퇴원하더라도 완치된 것이 아니라, 동맥에 생기는 동맥경화증이 노화 과정에서 평생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동맥의 죽상경화를 늦추기 위한 노력은 평생 지속해야 합니다.


고혈압은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이 140/90mmHg 이상인 경우로, 심근경색 환자는 혈압이 이 기준을 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혈액검사의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일반인들의 정상수치보다 더 낮은 70mg/dL 미만, 경우에 따라서는 55mg/dL 미만으로 유지해야 하므로 고지혈증 약을 반드시 잘 복용해야 합니다. 당뇨병이 있다면 심근경색 발병 이전보다 더 철저하게 혈당 관리를 해야 합니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가 복용해야 할 약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약은 항혈소판제입니다. 아스피린이나 클로피도그렐(플라빅스) 등이 가장 잘 알려진 항혈소판제인데, 이는 급성 심근경색 재발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스텐트로 치료한 경우 혈관 내부에 혈소판들이 엉겨 붙으면서 혈전이 생성돼 스텐트가 다시 막힐 위험이 있어서 항혈소판제 복용은 매우 중요합니다.


간혹 수술이나 내시경시술 때문에 항혈소판제를 중단해야 할 경우가 있다. 급성 심근경색 후 경과한 시간, 재발 횟수, 스텐트 시술 정도 등에 따라 항혈소판제 중단 결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수술 또는 시술 전후에는 반드시 주치의와 먼저 상의해 약제의 중단 가능 여부나 투약 재개 시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치료 골든타임 지키는 응급심혈관중재술실 

급성 심근경색의 치료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 세브란스병원은 2017년 9월 응급진료센터 내에 응급심혈관중재술실을 개설했습니다. 응급진료센터로 들어온 환자는 곧바로 응급진료센터 내에서 급성 심근경색 진단과 시술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응급심혈관중재술실에는 심장혈관 조영 장비와 체외막산소화 장치뿐 아니라 이동형 음압기까지 갖추고 있어서 코로나19 환자도 응급진료센터에서 바로 시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환자의 이동을 최소화해 생존율을 높일 뿐 아니라 다른 환자들과의 접촉을 차단해 감염 위험도 낮추고 있는 것입니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에는 또한 심장재활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심장웰니스센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환자들이 심폐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적절한 운동 처방을 받을 수 있으며, 심장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해 관리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급성 심근경색에서의 빠른 회복은 물론 다른 허혈성 심뇌혈관질환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홍성진 교수

심장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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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2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