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증상 나타나기 전에 찾아야 한다…혈액검사가 바꾸는 진단 패러다임
알츠하이머병은 가장 흔한 치매 원인 질환이지만, 실제 진단 시점은 대부분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인 경우가 많다. 기억력 저하나 인지 기능 변화가 분명해질 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치매 연구의 흐름은 “증상이 나타난 뒤 치료하는 질환”에서 “증상 이전 단계에서 발견하고 관리하는 질환”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상국 교수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신경세포 손상이 진행되는 질환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실제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나기 수년에서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즉, 환자가 기억력 저하를 느끼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뇌 병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특히 최근 등장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들은 병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보다는 초기 단계에서 치료 효과가 더 기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질환을 확인하는 것이 치료 전략에서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알츠하이머병을 확진하거나 병리적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밀로이드 PET 촬영이나 뇌척수액 검사 등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러한 검사는 비용 부담이 크거나 검사 과정이 번거로운 경우가 많아 실제 임상 현장에서 널리 활용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방법이 바로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 검사다. 혈액 속에 존재하는 특정 단백질의 변화를 분석해 뇌에서 일어나는 알츠하이머 관련 병리 변화를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혈액 속 아밀로이드 또는 타우 단백질 관련 지표를 측정하면 알츠하이머병 가능성을 상당한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혈액검사는 기존 검사에 비해 접근성이 높고 검사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단순 채혈만으로 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건강검진이나 선별검사 형태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기술 발전이 알츠하이머병 진단 전략을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치매 진단의 핵심이 ‘증상 중심 진단’에서 ‘생물학적 진단’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한다. 즉 기억력 저하 등 임상 증상이 나타난 뒤 확인하는 방식이 아니라, 질환의 분자적 변화를 먼저 발견해 위험군을 관리하는 체계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완전히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어려운 질환이지만,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관리가 환자의 삶의 질과 치료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혈액검사 기반 진단 기술이 임상에 널리 적용된다면 향후 치매 대응 전략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