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보다 가는 실로 혈관을 잇다…재건성형이 되찾아주는 ‘일상의 삶’


머리카락보다 가는 실로 혈관을 이어 붙이는 정교한 수술이 있다. 신체의 손상된 조직을 다시 살리고 기능을 되찾게 하는 재건성형이다. 이 치료는 단순히 외형을 복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환자가 다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삶을 회복시키는 의학’으로 불린다.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홍종원 교수

재건성형의 중심에는 미세수술(microsurgery) 기술이 있다. 수술 현미경을 이용해 매우 작은 혈관과 신경을 연결하는 고난도 수술로, 봉합에 사용하는 실의 굵기가 머리카락보다 가늘 정도로 정밀하다. 이 과정이 성공해야 절단된 조직이나 다른 부위에서 옮겨온 조직이 새로운 자리에서도 혈액 공급을 유지하며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신체 조직을 다른 부위로 옮겨 결손을 복구하는 피판술(flap surgery)에서 특히 중요하게 활용된다. 이식되는 조직에는 혈관이 포함되기 때문에 혈류 유지가 핵심이다. 최근에는 천공지피판(perforator flap) 기술이 발전하면서 필요한 조직만 선택적으로 옮기는 방식이 가능해졌다. 근육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재건이 가능해 환자의 회복 속도는 빨라지고 기능적·미용적 결과도 개선되고 있다. 신경을 함께 연결하면 감각 기능까지 회복되는 사례도 있다.


재건성형이 필요한 상황은 매우 다양하다. 선천성 기형부터 사고로 인한 절단, 암 수술 이후 발생한 조직 결손까지 폭넓게 적용된다. 구순구개열 환자와 화상 환자, 유방암 수술로 유방을 잃은 환자, 당뇨 합병증으로 발 절단 위험에 놓인 환자 등이 대표적인 대상이다. 미용성형이 정상적인 신체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 치료라면, 재건성형은 손상된 신체를 가능한 한 원래의 상태와 기능에 가깝게 회복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재건성형 기술의 발전은 고난도 수술 분야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대표적인 예가 수부이식, 즉 손 이식이다. 사고나 질병으로 손을 잃은 환자에게 기증자의 손을 이식하는 수술로, 혈관과 신경, 힘줄, 뼈 등을 모두 연결해야 하는 복합 조직 이식술이다. 수술이 성공하면 환자는 물건을 잡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등 일상적인 활동을 다시 할 수 있게 된다.


재건성형은 환자의 삶을 실제로 변화시키는 치료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암 수술 이후 얼굴이나 턱이 크게 손상된 환자는 재건 수술을 통해 말하거나 음식을 섭취하는 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 유방암 환자 역시 재건 수술을 통해 신체 균형을 회복하고 심리적 안정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현재 한국의 미세수술과 재건성형 기술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고난도 수술에 비해 의료 제도나 수가 체계의 지원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재건성형이 환자의 기능 회복과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분야인 만큼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성형외과라고 하면 여전히 미용 성형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재건성형은 그 이면에서 수많은 환자의 삶을 다시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실로 혈관을 잇는 정교한 수술을 통해 환자들은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기회를 얻는다.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홍종원 교수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