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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 색깔 관찰로 아이가 살 수 있습니다!


소아소화기영양과 고홍 교수








소아소화기영양과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소아소화기영양과는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소화기에 관련된 질환들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입니다.

영양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영양이 잘 공급되고 있는 아이들까지도 성장에 어려움이 없는지 확인하며, 소아의 소화기에 생기는 질병 관리와 영양과 관련해서 관리하는 통합적인 임상과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희귀간질환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희귀’ 간질환이라는 말에 답이 있듯이 매우 희귀하고 드문 병입니다. 발병률이 보통 몇만 명당 한 명꼴 정도로 아주 드물게 생기는 질환인데, 그중에서도 간에 생기는 희귀 질환으로써 아주 어렸을 때 증상이 나타나거나 진단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아에게 나타나는 희귀간질환은 주로 선천성, 유전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선천성, 유전성으로 발생되는 간 내에 생기는 매우 희귀한 질환을 통칭하는 것입니다.  


희귀간질환은 여러 가지 형태로 자기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중에서 유별나게 ‘담즙 정체’라고 해서 담즙이 흘러 내려가는데 문제가 생기는 경우, 또는 장애가 있거나 막혀서 담즙이 잘 흘러 내려가지 않는 경우, 또 원인 자체가 희귀하고 유전적이고 선천적인 경우를 ‘담즙 정체성 희귀간질환’이라고 얘기합니다.

이 ‘담즙 정체성 희귀간질환’에는 몇 가지 중요한 질병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담도 폐쇄증’이라 하면 담도가 폐쇄되어 담즙이 내려가는 길이 막히는 것인데 매우 응급한 상황이며, 빠른 발견과 빠른 수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린 나이에 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릅니다. 그러나 간이식도 사실 무척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이와 같은 ‘담즙 정체성 희귀간질환‘ 같은 경우에는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질환이면서도 동시에 빠른 치료를 요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특별히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담즙 정체성 희귀간질환의 가장 대표적인 병들이 뭐가 있나요?”라고 물어보신다면 ‘담도폐쇄증’이 있고, ‘알라질 증후군’이 있고,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증이라고 부르는 ‘PFIC(Progressive Familial Intrahepatic Cholestasis)’라는 세 가지가 가장 대표적인 질환입니다.


 

이 질병의 원인이 특별하게 있나요? 


우선 담도폐쇄증 같은 경우에는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원인이 매우 많습니다.

환경적인 요인으로써 어떤 특정한 환경 내 호르몬을 유발한다든지, 어떤 특별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등의 몇 가지 원인들이 밝혀져 있고, 어떤 특별한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으면 이 병이 생긴다는 연구도 있어요. 그러나 매우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한 가지 원인이라고 특정지어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에 알라질 증후군이나 PFIC 같은 경우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으면 이 병이 생깁니다.

때문에 담도폐쇄증은 특정 원인을 찾기가 굉장히 어려운 반면, 알라질 증후군이나 PFIC 같은 경우에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지를 검사해서 발견하면 진단이 가능합니다.







진단이 나오면 치료하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먼저 담즙 정체’를 해결해 주면 일단 급한 불은 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담즙이 내려갈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는 거죠. 이것을 ‘카사이 수술’이라고 부르는데, 일본의 의사 카사이가 1956년에 처음으로 개발했던 수술법을 아직까지 쓰고 있습니다. 이 ‘클래식 카사이 수술’을 해주면 담즙이 내려가는 길을 새로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알라질 증후군은 간 안에 담도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간 세포에서 담즙을 만들어서 장으로 내려보내 소화제로 쓰고 남은 것은 대변으로 나가는 게 보통의 소화의 원리인데, 간에서 만든 이 담즙이 내려갈 길이 없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담즙이 간 안에만 머무르게 되고, 이게 거꾸로 간에 손상을 줍니다. 굉장히 독한 담즙을 내보내서 써야 되는데 쓰지 못하고 계속 간이 들고 있는 경우거든요. 이렇게 계속 간 손상이 되기 때문에 알라질 증후군의 치료 방법은 간 이식입니다.


그다음 PFIC는 완전한 치료제로 보기는 어렵지만 지금 현재 개발되어 있는 약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대변 색깔이 녹색이기도 하고, 고동색이기도 한 이유는 담즙의 농도 때문인데, 장으로 내려온 담즙은 대부분 대변으로 빠져나가고 일부분만 장에서 다시 재흡수합니다.

그런데 재활용하기 위해서 일부러 재흡수한 담즙에 의해서도 간 손상이 거꾸로 일어나는 경우에 재흡수를 막고 간 손상을 조금 억제해 주는 약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약에도 효과가 없으면 결국 PFIC도 간 이식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게 치료의 성패를 좌우하는 건 빨리 발견하는 일입니다. 추가적인 간 손상이 생기기 전에 간 이식을 해주는 게 제일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담즙 정체성 희귀간질환’에 대해서 알리고 싶었던 이유가 조기에 발견해서 조기에 관리해 줘야 간 이식의 적기를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기를 놓치지도 않고 간 이식을 하고 나서도 빠른 회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조기 발견하기 위해서 대중들이 해야 될 일이 있을까요? 


환자를 만났을 때 ‘담즙 정체성 희귀간질환’이 의심되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게 아기 대변 색깔이 어떠냐고 물어봅니다. 담즙이 내려오는 길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대변 색깔이 녹색, 고동색, 황금색, 갈색 등으로 나오지 않고 종이처럼 하얗게 나옵니다. ‘무담즙변’이라고 하는데, 주로 아이보리색이거나 회백색 또는 흰색으로 대변 색깔이 비정상적으로 나오면 담즙 정체성을 의심합니다. 간혹 보호자분 중에서 이 병에 대해서 경각심이 있거나 조금 알고 계신 분들은 아기 대변 색깔을 살피는 경우도 있죠.


이 질환은 조기 발견이 중요한 만큼 교육도 하고 유한킴벌리와 대대적인 캠페인도 진행했었습니다. 엄마들이 기저귀를 갈 때 아기 대변 색깔을 자세히 확인하고 비정상적일 때는 경각심을 갖고 빨리 병원을 찾아오게 하기 위함이었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담즙 정체성 희귀간질환’은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의 대변 색깔을 확인하고 아이보리색이거나, 회백색이거나, 흰색이면 빨리 병원에 내원하고 확인하셔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아이가 아프면 부모님들이 죄책감에 빠져서 너무 괴로워하세요. 인간의 유전은 우리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엄마, 아빠의 잘못으로 아이가 아픈 것이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말이 큰 위로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두 번 우실 거 한 번 우시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 싶은 심정으로 말씀드립니다.

분명한 것은 빨리 발견하면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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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홍 교수 소아소화기영양과

진료 분야 : 간담췌장질환, 소아간이식클리닉, 희귀간질환(대사성간질환, 당원병, 윌슨병), 분변미생물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