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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치료는 장기전! 

꾸준히 실천 가능한 건강 습관 만들어야 

맞춤 처방과 따듯한 조언으로 환자의 삶의 질 지키는 이민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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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에 대한 관심이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당뇨병 유병률은 어떤가요?

대한당뇨병학회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14.8%로 507만 명에 달합니다. 7명 중 1명 꼴로 당뇨병이 있는 셈입니다. 2012년(11.8%, 328만 명)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약 180만 명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한 가지 특징적인 부분은 65세 이상의 당뇨병 유병률은 2021년 30.7%에서 2022년 28.0%로 소폭 감소한 반면, 19-39세 젊은 층의 당뇨병 유병률은 1.9%에서 2.2%로 증가 추세라는 점입니다. 젊은 비만 인구가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당뇨병 위험군이 젊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 대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비만은 당뇨병과 뗄 수 없는 관계인가 봅니다. 

성인 당뇨병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2형 당뇨병은 인슐린 저항성과 인슐린 분비능 저하라는 두 가지 문제 가 맞물려 발생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체의 세포들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의 신호에 점점 둔감해지는 상태로, 고칼로리·고지방 식습관, 운동 부족, 비만 등이 이를 악화시킵니다.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해 이를 만회하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췌장도 점점 지쳐 인슐린 분비능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대부분의 비만은 고열량 식사와 운동 부족에서 비롯되므로, 당뇨병 예방과 치료에서 생활습관 교정은 절대적인 요소입니다. 미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당뇨병 예방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체중을 7% 이상 감량한 사람들은 당뇨병 발병 위험이 무려 60%까지 줄어들었습니다.


비만 외에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나요?

나이 들수록 우리 몸의 대사기능이 떨어지면서,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는 능력도 점차 감소하고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도 저하됩니다. 노화 자체가 당뇨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것이지요. 여기에 유전적 요인도 영향을 미칩니다. 당뇨병의 가족력은 2형 당뇨병의 발병 위험을 약 2-3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특히 가족 중에서 2명 이상 당뇨병을 진단 받았거나, 부모님 중 한 분이라도 50세 이하에 당뇨병이 발병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2형 당뇨병의 발병 위험이 4-5배까지 증가합니다. 따라서 일반 성인은 35세부터, 과체중이나 비만, 고혈압이나 심혈관질환, 가족력 등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19세부터 주기적 검진과 생활습관 교정이 권장됩니다.


혈당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우리 몸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나요?

혈액 속에 당이 과도해지면 혈관이 스트레스를 받고 염증 반응이 생겨,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기 쉬워집니다. 고혈당이 오래 지속되면 당화 부산물들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혈관에 쌓이면서 염증과 혈전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이러한 염증과 혈전은 눈, 신장, 신경 등에 분포한 작은 혈관부터 심장이나 뇌의 큰 혈관까지 손상시켜 다양한 혈관 합병증을 유발합니다. 대한당뇨병학회의 보고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에비해 말기 신장질환의 위험이 5.0배, 심근경색증 및 허혈성 뇌졸중의 발병 위험은 1.7배 증가합니다. 따라서 당뇨병에서 합병증 예방은 삶의 질 개선 및 수명 연장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은 치료 약제의 발전이 눈부신 분야 중 하나입니다. 최신 치료 트렌드는 어떤가요?

최근 당뇨병 치료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같은 신약의 등장입니다. 이 약은 식사 후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본떠 만든 것으로, 혈당을 효과적으로 낮출 뿐 아니라 음식물 배출을 지연시키고 식욕을 억제해 체중 감량 효과까지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인들에게는 비만 치료제로도 유명하지요. 무엇보다 이 약은 심혈관질환 및 신장질환의 위험을 유의미하게 감소시켜, 죽상경화 심혈관질환이나 만성 신장 질환이 동반된 2형 당뇨병 환자에게 권고됩니다. 이 외에도 SGLT-2 억제제 등 여러 신약들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당뇨병 치료에서 중요한 점은 환자 개개인의 건강 상태와 동반질환, 치료 목표에 따라 적합한 약제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해서 적합한 약을 처방받고, 처방대로 꾸준히 복용(투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입니다.


주치의의 처방을 잘 따르고 생활습관을 교정하면, 당뇨병 약을 끊을 수 있나요? 

젊고 췌장기능이 비교적 좋은 환자들은 체중을 10% 이상 감량하고 식단 조절과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면 당뇨병이 없는 채로 오랜 기간 지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오랜 유병 기간, 고령 등으로 췌장기능이 많이 저하된 상태라면 경구약이나 인슐린치료를 평생 유지해야 합니다. 이미 저하된 췌장기능을 완전히 되돌릴 순 없지만, 이러한 치료를 통해 합병증의 발병과 악화를 방지함으로써 삶의 질을 지킬 수 있습니다.

 

당뇨병 치료에서 생활습관 교정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교수님은 환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나요? 

환자마다 처한 환경과 생활습관이 다르고 혈당 악화 요인도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삶에서 개선 가능한 현 실적인 목표들을 하나씩 실천해보기를 권유드립니다. 예를 들어 늦은 저녁식사후 바로 잠자리에 드는 것이 혈당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면, 이른 저녁을 먹고 야식을 끊는 것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다른 누군가는 하루에 서너 잔씩 마시던 달콤한 커피를 한 잔으로 줄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당뇨병의 발병과 악화는 생활습관뿐만 아니라, 개인마다 타고나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기능과 인슐린 민감도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노력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지만, 운동과 식단 조절로 건강하게 가꾼 삶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건강한 생활습관은 내 체질적 조건 안에서 최선의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길임을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알아두면 쓸데있는 당뇨병 관련 수치! 

공복 혈당(8시간 이상 금식 후 측정) 

- 정상 : 100mg/dL 미만 

- 당뇨병 전단계(공복혈당장애) : 100-125mg/dL 

- 당뇨병 : 126mg/dL 이상 

75g 경구당부하 후 2시간 혈당

- 정상 : 140mg/dL 미만 

- 당뇨병 전단계(내당능장애) : 140-199mg/dL 

- 당뇨병 : 200mg/dL 이상 

당화혈색소(HbA1c, 최근 3개월간의 평균 혈당) 

- 정상 : 5.7% 미만 

- 당뇨병 전단계 : 5.7-6.4% 이하 

- 당뇨병 : 6.5% 이상 

->  처음 당뇨병 전단계를 진단받은 시점으로부터 5년 정도 지나면 그중 10-15%는 당뇨병으로 진 행하므로 정기적인 검사와 적극적인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하다. 


식단 조절과 운동, 약물치료만큼 중요하다! 

- 당뇨병 식단의 핵심은 총 열량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하루 총 섭취 열량을 체중 1kg당 25-30kcal 이하로 조절하는 것이 적절하다. 특정 영양소를 극단적으로 줄이기보다는 균형 잡힌 식사를 하되, 혈당을 많이 올리는 과일, 빵, 밀가루, 설탕 등을 피하고 좋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도록 한다. 

- 보통 속도로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댄스 등 중 강도의 유산소운동을 일주일에 150분 이상 실천한다. 이때 땀이 나고 심박수가 올라가야 운동 효과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여기에 근력운동을 병행하면 체중 감량과 혈당 개선 효과가 더욱 높아진다. 



이민영 교수 내분비내과

진료 분야 : 당뇨병, 지방간, 이상지질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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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은 단기간의 노력으로 호전되기 어려운 만성질환이다. 약물치료에 식단 조절과 체중 관리 등 꾸준한 자기 관리가 필수이기에, 환자 들은 때로 큰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을 잘 아는 이민영 교수는 환자들에게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이 작은 변화들이 환자의 삶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곁에서 적절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모든 환자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건강하게 함께하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 당뇨병 전문의로서 그녀의 소명이자 궁극적인 치료 목표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5년 8월호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