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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여성들의 건강, 전문 진료로 지켜갑니다
소아청소년부인과 윤보현 교수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부인과는 국내에서 최초로 ‘소아청소년부인과’라는 이름을 공식 사용하며,
어린이와 청소년 여성의 건강을 전문적으로 돌보고 있다.
0세부터 사춘기, 그리고 청소년 시기까지 여성에게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부인과적 문제를 세심하게 진료하고,
필요에 따라 다른 소아 전문과와의 협진을 통해 최적의 치료를 제공한다.
소아청소년부인과의 역할과 필요성, 그리고 진료 현장에서 느끼는 보람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윤보현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아청소년부인과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소아청소년부인과는 산부인과 중에서도 0세부터 18세, 경우에 따라 21세까지의 어린이와 청소년 여성 환자를 진료하는 분야입니다. 아직 산부인과 내에서 공식적으로 세분화된 전공은 아니지만, 미국과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어린 여성 환자들의 부인과 진료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습니다.
해외에서는 산부인과를 중심으로 소아내분비과, 소아비뇨의학과, 소아외과, 임상유전학과 등 여러 진료과가 협력해 소아청소년부인과 진료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도 ‘미성년 클리닉’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병원에서 진료를 진행한 적이 있었지만, 어린이병원에서 ‘소아청소년부인과’를 독립된 과로 개설해 운영한 것은 세브란스가 처음이었습니다.
명칭을 정할 때에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영어로는 이미 사용되고 있었지만, 한국어로는 정식 명칭이 없었기에 ‘미성년부인과’로 할지, ‘소아청소년부인과’로 할지 많은 논의가 오갔습니다. 당시 한상원 어린이병원장과 여러 교수님들의 논의를 거쳐 ‘소아청소년부인과’로 최종 결정했고, 이후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등에서도 동일한 명칭을 사용하게 되면서 점차 보편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소아청소년부인과에는 주로 어떤 환자들이 오나요?
부인과적 문제를 가진 환자라면 누구나 방문할 수 있지만, 소아의 경우 외음부 질환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외음부 가려움증, 피부 병변, 질 입구가 보이지 않거나 유착된 경우 등 구조적인 문제를 포함해, 외부에서 확인 가능한 이상으로 찾아옵니다.
청소년은 사춘기 발현 시기나 초경과 관련된 문제로 많이 내원합니다. 초경이 늦어지거나 아예 오지 않는 경우, 월경이 6개월 이상 없거나 멈추지 않는 경우 등입니다. 초경 이후에는 난소가 기능하기 시작하면서 난소 낭종이 생기는 경우도 잦습니다. 소아기에는 주로 소아외과에서 수술을 하지만, 12세 이상이 되면 성인 여성과 동일하게 산부인과에서 수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브란스에서는 12세를 기준으로, 그 미만은 소아외과에서, 그 이상은 소아청소년부인과에서 난소 수술을 담당하며 협진 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는 생식기 기형 환자가 다수 내원합니다. 단순한 기형뿐 아니라 전신 질환과 연관된 경우나 복합 기형도 많아, 소아외과·소아내분비과·소아비뇨의학과 등과 함께 진료하며 최적의 치료를 제공합니다.
어린이병원 내에 소아청소년부인과를 별도로 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소아청소년 환자가 성인과 같은 공간에서 진료를 받는 데에는 심리적인 장벽이 큽니다. 부모들도 사춘기 이전의 아이를 산부인과에 데려오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청소년 역시 성인 여성 환자들과 함께 진료받는 상황을 불편해합니다.
어린이병원에 소아청소년부인과가 있으면 내원 부담이 줄어들고, 소아 전문과 의사들도 환자를 의뢰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이는 결국 환자가 시기 적절하게 적합한 진료를 받을 가능성을 높이는 장점으로 이어집니다.
교수님의 주요 진료 분야는 무엇인가요?
저는 산부인과 전문의이며, 특히 호르몬을 전공하는 생식내분비·불임 분야를 전공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사춘기 여아들이 겪는 문제 중 상당수가 호르몬 이상과 관련이 있어, 한국에서는 생식내분비를 전공한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미성년 여성을 많이 진료합니다.
저 역시 성인 진료와 함께 소아청소년부인과를 진료하면서 그 필요성을 깊이 느꼈고, 해당 분야로 연수도 다녀왔습니다. 지금은 단순한 진료를 넘어 소명의식으로 이 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치료 사례 중 다른 병원에서는 원인이나 치료법을 몰랐는데, 진료하시면서 발견하여 원활하게 치료된 사례가 있으실까요?
‘오비라증후군’이라는 복합 기형 환자 사례가 있습니다. 이 질환은 소아비뇨의학과, 소아신장과, 산부인과가 모두 진료에 참여해야 하는데, 초경이 시작된 이후 심한 복통이나 생리통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영상검사만으로는 난소 낭종으로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다른 병원에서 난소에 혹이 있는 것 같다는 소견으로 의뢰받아 저희가 진료한 환자 중 오비라증후군으로 밝혀진 경우가 상당 수 있습니다.
이 증후군은 난소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비뇨계와 생식기계가 함께 발달하면서 발생학적으로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는 질환입니다. 경험이 없는 경우 단순히 난소의 문제로 오인해 불필요한 수술을 진행하거나, 원인 파악이 늦어져 골반통, 자궁내막증 등의 오비라증후군으로 인한 장기적 합병증을 일으키게 됩니다. 저희처럼 다학제 협진 경험이 많은 의료진은 원인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환자에게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환자가 장기간 겪어온 통증과 불편함을 해결했을 때 느끼는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소아청소년부인과 진료를 두려워하는 보호자나 환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산부인과는 어른들에게도 ‘문턱이 높은 과’로 여겨집니다. 특히 아이와 청소년의 경우, 병원에 오는 것 자체가 두렵고 낯선 경험일 수 있습니다. 진료 과정에서 혹시 통증이 있지 않을까, 검사 도구나 환경이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먼저 앞서기 때문입니다. 보호자 입장에서도 아이가 겪을 심리적 부담을 우려해, 내원 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월경과 관련된 이상 증상이나 생식기 부위의 불편함, 구조적 문제는 방치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치료가 복잡해지고 회복도 더뎌질 수 있습니다. 저희 소아청소년부인과는 어린이와 청소년 환자가 최대한 편안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진료 환경과 접근 방식을 세심하게 설계하고 있습니다. 문턱을 낮추고, 환자가 ‘한 번쯤 가봐도 괜찮은 곳’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입니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작은 변화라도 보이면 병원을 찾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일을 하며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요?
진료 현장에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선천적 기형으로 인해 정상적인 성생활이나 임신이 어려운 환자들이 치료를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질이 선천적으로 형성되지 않았거나 자궁이 없는 환자, 또는 배설강동 기형처럼 항문·요도·질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로 태어난 환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어릴 때 교정 수술을 받아도, 성인이 될 때까지 기능적으로 충분한 질이 유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15년 전, 20년 전에 치료받았던 환자들이 사춘기나 대학생이 된 후 다시 저와 진료를 보면서 재수술이나 특수 기구를 이용한 치료를 통해 질 입구를 넓히고 구조를 유지하는 과정을 함께 합니다. 이 수술은 난이도가 높고, 수술 시간만 최소 4시간 이상 걸리며, 환자는 일주일 이상 꼼짝없이 누워 지내야 합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긴장과 부담이 큰 수술이지만, 치료 후 환자가 “선생님이 제게 새 인생을 주셨어요.”라고 말할 때 그 보람은 그 어떤 성취와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 순간이 제가 이 길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확신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어린이병원 개원 20주년을 앞두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과 바람을 들려주세요.
소아청소년부인과는 해외 유수 의료기관에서도 다학제 진료를 강하게 권장하는 분야입니다. 소아외과, 소아내분비과, 소아비뇨의학과 등 여러 전문과와의 긴밀한 소통이 환자 치료 성과를 크게 높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내 현실에서는 제도적·환경적 한계로 인해 이런 협진 시스템이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서도 서로 환자를 의뢰하고 함께 논의하는 문화는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협진이 일회성으로 그치거나 치료의 연속성이 부족한 경우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진료과 간 활발한 교류와 체계적인 협진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환자가 치료 과정을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최종적으로는 더 나은 치료 결과와 삶의 질 향상을 이루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는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이 이 변화를 이끄는 중심에 서길 바라며, 소아청소년부인과가 어린이와 청소년 여성 건강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윤보현 교수 소아청소년부인과
진료 분야 : 소아청소년 환자의 무월경, 선천성 생식기 기형, 불규칙 월경, 월경통, 가임력 보존, 비정상 자궁 출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