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이 불가능한 고령의 환자에겐 중재술이 최선의 선택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로 고령의 고위험 환자에게 생명의 새 길 열어주는 고영국 교수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동맥판막은 3개의 얇고 부드러운 엽(이파리)으로 되어 있는데, 이 3엽판이 심장박동에 따라 개폐를 반복하면서 혈액이 온몸을 잘 순환 하도록 조절합니다. 혈액의 역류도 방지하고요. 그런데 노화가 진행될수록 혈관벽이 두꺼워지고 혈관이 좁아져서 관상동맥질환이 생기는 것처럼, 판막도 나이가 들수록 점점 두꺼워지고 석회화되면서 굳어집니다. 이로 인해 대동맥판막이 제대로 열리지 않고 좁아지는데, 이것을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라고 합니다.
 대동맥판막이 굳고 좁아져서 제대로 열리질 않으니 좌심실에서 충분한 혈액이 나가지 못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지요. 콜레스테롤이나 고혈압 등도 다소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주원인은 노화이기 때문에 주로 70대 이상의 어르신 환자가 많은 편입니다. 실제로 유럽이나 미국처럼 평균수명이 높고 잘사는 나라일 수록 발병률이 높고요.

그렇다면 젊은 환자에서 발병하는 경우에 그 원인은 무엇인가요?
특이하게도 태어날 때부터 대동맥판막이 2개의 엽으로만 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판막 손상이나 퇴행이 빨리 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판막이 3개의 엽 대신 2개의 엽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아무래도 혈류가 덜 원활하겠지요. 그러나 이러한 선천성 판막기형이 있어도 손상되기 전까지는 기능에 거의 지장이 없고 증상도 나타나지 않아서, 특별히 심장검사를 받기 전까지는 2엽판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보통 70대 이전에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진단받고 수술받은 환자들 중 절반가량은 2엽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심장질환과 마찬가지로 호흡곤란이 주증상인가요?
초기에는 판막이 좁아지더라도 심장이 더 세게펌프질을 해서 혈액 공급을 어느 정도 유지해주기 때문에 증상이 거의 나타나질 않습니다. 그러다가 협착증이 심해지면 심장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좌심실에서 나가는 혈액량은 줄어들면서 결국 심장기능이 망가지는 심부전이 발생합니다. 심장에서 내보내는 혈액이 줄어드니까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 숨이 차고, 심장근육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적어지면서 협심증과 비슷한 흉통이 생기고, 뇌에도 혈액이 부족해져서 실신을 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증상이 나타난 중증의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치료하지 않을 경우 2-3년 내에 환자의 절반이 사망에 이를 정도로 위험합니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면 심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판막이 망가졌다는 의미이므로반드시 심장내과 전문의를 찾아 판막이나 다른 심장기능에 문제가 없는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고혈압이나 다른 혈관질환이 있는 어르신들은 이런 증상을 조금 더 예민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석회화된 판막은 어떻게 치료하나요?
근본 원인이 노화이기 때문에 약물치료로 굳어진 판막을 부드럽게 만들거나 좁아진 대동맥을 다시 넓히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주기적으로 관찰하다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가슴을 열어 판막의 손상 부위를 치료하거나 딱딱해진 판막을 떼어내고 인공판막을 넣어주는 수술을 주로 시행했습니다.
 문제는 이 질병이 주로 70대 이상에서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고령의 환자들에게는 가슴을 여는 수술 자체가 신체적으로 부담이 너무 크고, 판막질환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심부전이나 폐부종등 다른 심각한 질환을 이미 가지고 있어서 수술이 아예 불가능한 환자도 많습니다. 이런 환자들을 위해 개발된 시술이 TAVI(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라 부르는 중재술입니다.




대동맥판막 치료를 선도하는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TAVI 팀
심장내과, 심장혈관외과, 영상의학과, 심장마취통증의학과 등 최고의 심장 전문의들이 모인 다학제 진료팀. 환자의 상태, 시술/수술의 가능성과 기대 효과, 시술/수술 시 발생 가능한 문제점과 주의 사항 등에 대해 충분한 토론과 협의를 거친 후 환자별 최적의 맞춤 치료를 시행한다. 시술 도중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심장혈관외과 전문의가 즉시 투입되어 곧바로 수 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세브란스 TAVI 팀의 강점이다.


협착증 초기에는 판막이 좁아지더라도 심장이 더 세게 펌프질을 해서 혈액 공급을 어느 정도 유 지해주기 때문에 증상이 거의 나타나질 않습니다. 따라서 운동 시 호흡곤란, 흉통, 실신 등의 증 상이 나타나면 심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판막이 망가졌다는 의미이므로 반드시 심 장내과 전문의에게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TAVI는 구체적으로 어떤 시술인가요? 위험하진 않은가요?
인공판막이 들어 있는 스텐트 철망을 허벅지 동맥을 통해 심장 안까지 넣은 다음, 기존의 좁아진 판막을 벌리고 그 자리에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시술입니다. 대동맥판막 치료가 시급했지만 고령 등의 이유로 수술이 불가능했던 환자들에게 치료의 길이 열린 셈이지요. 가슴을 열지 않으니 출혈에 따른 위험이나 합병증이 비교적 적은 편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TAVI 시술 이후 부정맥 발생률이 5-10% 정도로 수술보다 다소 높은 편입니다. 대동맥판막 주위에는 심장박동을 조절하는 전기 회로가 있는데, 대동맥판막을 넓히고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그 회로가 눌리면서 맥이 느려지는 서맥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이런 환자들은 시술 이후 심장의 전기 신호를 조절해주는 박동기를 삽입하면 일상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TAVI 시술이 더 안전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모든 환자가 시술을 받을 수 있나요?
앞서 이야기했듯 우선 TAVI는 수술이 불가능한 고위험 환자들을 위해 개발된 시술입니다. 외국에서는 2002년 첫 TAVI가 시행되었지만 국내에 도입된 것은 2011년이니까 아직 수술에 비해 장기 데이터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요. 또 돼지나 소의 심장조직으로 만든 수술용 인공판막의 수명이 약 10-15년 정도인데, 같은 재료로 만든 TAVI 판막의 수명도 비슷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수술에 큰 무리가 없는 활동적인 환자들은 오랜 기간 안정성이 충분히 입증된 수술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TAVI는 75세 이상 또는 수술 고위험군인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며, 실제로도 80대 환자가 가장 많습니다. 몇 년 전에는 103세의 어르신에게 시술한 적도 있습니다. 환자가 치매 등의 뇌질환도 없으셨고 대동맥판막만 치료하면 가벼운 일상생활이 가능하신 상태였어요. 환자와 보호자 모두 TAVI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서 시술을 원하셨고, 다행히 성공적으로 잘 끝났습니다.

말 그대로 수술이 불가능했던 환자에겐 최선의 선택이겠네요. 시술 이후 일상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운동이나 사회생활 등 일상에는 제한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정기적인 검진을 절대 놓치지 말아야죠. 특별히 심장 관련 문제는 대부분 환자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이상이 느껴지면 곧바로 심장내과 주치의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판막질환으로 시술이나 수술을 받은 이후 에는 감염성 심내막염의 발병 위험이 높아지므로 치과 치료나 다른 시술, 수술을 받기 전에 먼저 심장내과 주치의에게 이야기하고 관련 처치를 받아야 합니다.



What is TAVI?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이란… 

_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최신 치료법으로, 인공판막이 부착된 스텐트를 다리 혈관을 통해 심장까지 넣은 후 기존의 좁아진 판막을 벌리고 새 판막을 삽입하는 내과적 중재술이다. 의학명은 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흔히 TAVI라 부른다.
 _ 시술 대상은 증상이 있는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앓고 있는 75세 이상의 환자. 개심술(開心術)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아주 효과적이며, 비교적 젊고 건강한 환자들은 수술적 치료가 원칙이다.
 _ 운동 시 호흡곤란, 가슴 통증, 실신을 경험해본 사람은 반드시 심장내과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도록 한다.
 _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들은 감염성 심내막염에 걸릴 위험이 높다. 치과 치료나 다른 시술 또는 수술을 받을 때는 반드시 먼저 주치의와 상담을 하고 항생제 복용 등 전 처치를 받도록 한다. 




고영국 교수(심장내과)
진료 분야 : 대동맥질환, 혈관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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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맥과 관상동맥질환, 대동맥판막 협착증 등 심혈관질환의 진단과 치료, TAVI를 비롯한 내과적 중재술이 전문 분야다. 인체의 중심인 심장을 다루고 첨단 의료기술을 연구하는 의사지만, 세상의 그 어떤 의술도 100% 완벽할 순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언제나 한 번 더 고민하고 겸손하려고 노력한다. 의사를 믿고 몸을 맡긴 환자가 치료 과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 또한 의사의 책임으로 여긴다. 그래서 의학 용어가 낯선 어르신 환자들로부터 특별한 신뢰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