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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 치료 목표, 환아의 소중한 일상 회복

안면장애 수술치료의 명장 유대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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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안면장애는 상당히 많은 질환이 포함된다고 하던데요. 주로 어떤 병들이 있나요?

 안면부에 비정상적인 변형이 나타나는 수많은 질환을 아우르니까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윗입술과 입천장이 갈라져 있는 구순구개열처럼 태어날 때부터 겉으로 변형이 드러나 있는 경우도 있고, 출생 당시 겉모습엔 별다른 이상이 없으나 성장 과정에서 얼굴의 특정 부위가 안 자라거나 과하게 증식해 점점 변형이 나타나는 발달성 질환도 있습니다. 얼굴 한쪽만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아 얼굴이 비대칭이 되는 반안면왜소증, 연부조직이 조금씩 위축되어 피부가 뼈에 달라붙는 롬버그씨병, 얼굴 뼈가 자라지 않는 크루존증후군, 두개골 조기 유합증과 합지증을 주 증상으로 하는 에이퍼트증후군 등등 매우 폭넓고 다양한 질환이 선천성 안면장애에 포함됩니다.


선천성이라면 유전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건가요?

 에이퍼트증후군처럼 질병을 일으키는 특정 염색체 이상이 규명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습니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이유도 알려진 바가 없고요. 임신 중 약물 복용, 태내 환경 문제, 물리적 요인, 유전적 소인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임신 초기 태아의 발달 과정이 일부 멈추면서 문제가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이가 선천성 안면장애를 갖고 태어나면 부모님들은 ‘혹시 내가 뭔가를 잘못한 건 아닐까’ 심한 죄책감에 시달릴 수 있는데, 그러나 이건 절대 누구의 잘못 때문이 아니고 마치 교통사고처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30-40년 전만 해도 흔히 보이던 구순구개열은 이제 거의 사라진 것 같습니다. 의술이 발전하면서 선천성 안면장애의 발병률이 줄어들었나요?

 신생아 출생률이 워낙 급격하게 낮아지다 보니 전체적인 환자 수는 크게 줄어들었지만, 선천성 안면장애의 발생 빈도 자체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치료 기법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아이의 상태와 성장에 따라 그때그때 맞춤 치료를 시행하다 보니 비교적 이른 시기에 치료가 진행되는 구순구개열같은 질환들은 마치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면도 있습니다. 구순구개열은 일반적으로 생후 3-4개월에 입술 수술, 돌 무렵이면 입천장 수술을 시행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변형이 있는 상태로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이 극히 드문 것이죠. 


에이퍼트증후군에서 나타나는 두개골 조기 유합증은 뭐가 문제인가요? 머리뼈는 뇌를 보호해야 하니까 원래 단단하게 붙어 있는 거 아닌가요?

 사람의 머리뼈는 출생 당시에는 여러 조각으로 갈라져 있다가 자라면서 서서히 붙어 하나의 단단한 뼈가 됩니다. 아기 때는 뇌가 잘 커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서로 분리되어있는 것이죠. 이런 머리뼈의 일부 또는 전체가 너무 일찍 붙어버린다면 머리의 모양이 비정상적으로 틀어지거나 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지능 저하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머리뼈의 변형은 그 아래 얼굴뼈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쳐 얼굴의 모양도 틀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두개골 조기 유합증이라 합니다. 에이퍼트증후군 환아들은 두개골 조기 유합증 외에도 코를 중심으로 한 중안면부의 뼈가 제대로 자라지 않아서 정상 아래턱이 위턱에 비해 상대적으로 튀어나오는 가성 주걱턱이 나타납니다. 이로 인해 부정교합, 호흡곤란, 발음장애등 다양한 문제를 겪게 되지요. 더불어 손발 가락이 하나로 붙어 있는 합지증을 동반하는 데다가 관절 마디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손발을 사용하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단지 외모적 문제를 넘어 일상에서도 큰 불편을 겪겠네요.

 예를 들어 구순구개열로 입천장이 갈라져 있는 아기는 빠는 힘이 약해 영양 부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크루존 증후군의 경우 얼굴뼈는 못 자라는데 눈이나 혀는 계속 성장하니까 눈동자가 커다랗게 앞으로 튀어나오고, 코 안쪽 숨길이 좁아져 코 호흡이 어려워집니다. 질환과 증상에 따라 출생 당시부터 음식 섭취의 어려움, 호흡곤란 등을 겪는 경우도 있고, 성장 과정에서 발달지연, 부정교합, 발음장애 등이 추가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다양한 증상이 혼재되어있기 때문에 안면장애는 성형외과 전문의 혼자 힘으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치과교정과,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소아재활의학과, 소아신경외과, 소아정신과, 언어 치료사 등 여러 분야의 의료진들이 한 팀이 되어야 합니다.


안면장애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기능 회복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안면장애 아이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도 깊게 들여다보고 치료 기준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만약 팔다리가 불편한 아이가 같은 반에 있다면 가방을 들어준다거나 부축해주는 등 도움을 주려는 또래들이 제법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안면장애 환아를 대할 때는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거부감을 갖는 친구들이 더 많습니다. 쉽게 따돌리고, 놀리거나 괴롭히기도 하죠. 특히 우리나라는 안면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성숙하지 못한 편이라 환아들이 더 큰 고통을 겪습니다. 그래서 안면장애 치료에서는 기능적인 면과 미용적인 면 가운데 어느 하나를 우선순위에 둘 게 아니라, 아이의 상황에 따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반안면왜소증은 뼈 수술 후 연부조직 성형을 하는 것이 원칙인데, 만약 아이가 비뚤어진 얼굴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어한다면 지방이식을 먼저 해서 볼살을 좀 채워주고 나중에 뼈 수술이 가능한 나이가 되면 뼈를 손보는 것이지요. 안면장애 치료의 궁극적 목적은 환아가 또래들과 어울려 평범한 일상을 살아 가도록 돕는데 있습니다. 


뼈가 필요 이상으로 커진다면 잘라낼 수 있겠지만, 뼈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 건 어떻게 해결하나요? 

 예전에는 기존의 뼈를 잘라내고 공간을 벌린 다음 다른 뼈를 이식하는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수술 과정이 굉장히 복잡해서 시간은 오래 걸리고, 합병증의 발생 확률은 높았어요. 특히 이식한 뼈가 100% 살지 못하고 일부 흡수되는 문제가 컸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뼈를 절골한 뒤 고정 장치를 착용시켜 서서히 뼈를 늘리는 골연장술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환아가 교정기를 끼고 생활해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뼈 이식수술에 비해 수술 시간이 훨씬 짧고, 합병증이 적으며, 무엇보다 이렇게 늘어난 뼈는 다시 줄지 않아서 효과가 월등하게 좋습니다. 게다가 3D 프린팅 기술로 환아의 모형을 만들어 모의수술을 시행하면서 수술 계획을 좀 더 정교하게 세울 수 있게 되어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또 연부조직의 경우 과거에는 지방을 통째로 떼어다가 혈관을 다 분리한 뒤 얼굴 혈관과 이어주는 큰 이식수술이 필요 했지만, 지금은 지방 흡입을 통한 지방세포에 줄기세포를 추출해 섞어서 주사하는 방식을 활용하면서 결과는 훨씬 좋아지고 환자의 부담은 크게 줄었습니다. 


아이의 성장에 따라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보니 보호자들의 관심도 중요하겠습니다. 

 선천성 안면장애는 대개 오랜 기간 꾸준히 치료에 임해야 합니다. 성장 과정에서 수술도 여러 번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고, 증상에 따라 언어치료나 치아 교정도 해야 하고, 성인이 된 후에도 추가 치료가 필요할 수 있어요. 그래서 보호자들에게는 다른 아이들보다 5배, 10배의 사랑과 관심을 아이에게 쏟아주시라고 부탁드립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물론, 아이의 성격, 학교생활, 친구들과의 관계까지 깊게 들여다보고, 필요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진행되도록 도와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안면장애아를 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부터 안면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어떤 문제를 겪는지 이해하고 서로 도우면서 어우러져 생활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교육이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유대현 교수

성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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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안면장애 수술치료의 최고 전문가로 손꼽힌다. 질환이 아닌, 환자의 삶을 들여다보고 가장 적절한 도움을 주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라고 믿는 환자중심주의자다. 그래서 그는 환자의 소중한 일상 회복을 치료 기준으로 삼고 있다. 1996년 방글라데시 구순구개열 환자 무료 수술을 시작으로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케냐 등등 제3세계 안면장애 환아들을 위해 직접 가서 무료 수술을 해주는 것은 물론, 초청 치료와 해외 의료진 연수교육 등 꾸준하게 의료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3년 08월호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