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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전문가들의 협공, 대장암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

대장암 환자의 든든한 지원군 범승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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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은 일반적으로 서양인에게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인에서 대장암 발생이 증가하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서구의 병으로 알려진 대장암이 한국인에서 많아지는 가장 주요한 원인은 바로 서구화된 식사와 생활 습관의 변화입니다. 주로 동물성 지방, 육류, 햄과 소시지 같은 가공육 등의 과다 섭취가 대장암 발생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운동과 신체활동이 부족할수록 대장암의 발병 위험이 증가하며, 유전적 요인, 흡연과 음주, 과도한 스트레스도 대장암의 주요 위험인자입니다. 한편으로는 대장암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전보다 대장내시경검사를 많이 시행해 조기에 대장암을 발견하는 환자가 늘어 난 측면도 있습니다.


대장암 환자들은 어떤 증상이 있을 때 암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게 되나요? 

 암의 발생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달라집니다. 암 발생 부위가 항문 쪽에 가까울수록 혈변, 잦은 설사, 평소보다 변을 자주 보거나 변비가 생기는 등 배변 관련 증상이 주로 나타납니다. 반면 상행결장이나 횡행결장 같은 우측 대장은 대장 내강이 넓어서 암이 상당히 커지기 전까지는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암이 많이 커진 뒤에는 복통이 나타나거나 종괴가 만져질 수 있고, 오랫동안 대장내출혈이 발생해 빈혈이 생기기도 합니다.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해당 장기와 관련된 증상이 발생하기도 하고요. 병기가 진행될수록 피로감이나 체중 감소 같은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발견되는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뒤늦게 병원을 찾는 때도 있어서 4기로 진단되는 분들의 비율이 전체 환자의 20%에 달합니다.


4기로 진단되는 환자의 비율이 그렇게 높다면, 환자도 의료진도 참 어렵겠습니다. 4기 대장암 환자의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일반적으로 대부분 고형암은 4기로 진단되면 전이 부위를 포함해 수술적 제거를 시도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암세포가 이미 몸 안에 다 퍼진 상태이므로 수술로 눈에 보이는 암을 제거하더라도 예 후가 개선된다는 증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장암은 4기일지라도 가능하다면 적극적으로 수술을 시행해 원발 암은 물론 전이암까지 제거하는 것이 장기 예후를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간이나 폐 전이의 경우, 수술 및 항암치료를 통해 많은 환자가 완치라는 치료 목적에 도달하기도 합니다. 대장암 치료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징입니다. 그래서 대장암은 다학제적 접근이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 과가 머리를 맞대 각 환자에게 가장 맞춤한 치료 계획을 세우고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적절한 시점에 시행해야 최적의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장암의 항암 약물치료는 병기와 전이 여부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나요?

 재발 위험이 낮은 1~2기는 대개 항암치료 없이 수술로 완치됩니다. 2기 중 재발 고위험군이나 3기 환자는 수술 후 재발 방지 목적으로 보조 항암치료를 시행합니다. 이렇게 미세 잔존 암을 치료하는 데는 전통적인 세포독성 항암제를 사용하며, 이 경우 표적항암제는 효과가 없습니다. 4기는 종양이 가진 유전자 변이 특성에 따라 표적항암제와 세포독성항암제를 적절하게 병합해 치료합니다. 이러한 병합 요법은 세포독성항암제 단독 사용보다 치료 반응률이 높고 치료제에 대한 내성 발생 시기를 늦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전체 대장암 환자의 3~5%에 불과하지만, 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성/불일치 복구 결함이라고 하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들은 최근 도입된 PD-1 억제제 같은 종양면역항암제로 매우 좋은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기존의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나 BRAF, HER2 같은 새로 발굴된 신약과 표적이 일치하는 바이오마커를 가진 환자들은 임상시험이 좋은 기회가 됩니다. 여러 종류의 표적항암제, 다른 면역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병용 요법,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의 병용 요법 등 다양한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암 환자로서는 아무래도 신약으로 치료받길 원할 텐데요. 부작용 심한 세포독성항암제 없이,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로만 치료할 수는 없나요?

 아직 대장암에서는 세포독성항암제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다른 고형암에서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경우 표적항암제를 단독으로 사용해 치료 효과를 보는 예도 있지만, 대장암에서 표적항암제는 단독으로 암을 조절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기존 세포독성항암제와의 병합치료를 통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또 앞서 이야기했듯 대장암에서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들은 극소수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대장암 치료는 세포독성항암제를 기본으로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환자가 가진 암 특성, 그리고 치료 목적에 따라 적절하게 조합해 사용합니다.


대장암 치료 분야에서 연세암병원이 가진 성과와 장점은 무엇인가요?

 암 치료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 할 수 있는 다학제 진료 시스템이 굉장히 잘 갖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연세암병원에서 다학제 진료 체계를 가장 선도적으로, 활발하게 구축해온 분야가 바로 대장암입니다. 현재 외과, 종양내과, 소화기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과의 암 전문의가 협력해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간과 폐 전이 수술뿐 아니라 복막전이암에 대해서도 수술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하이펙(HIPEC, 복강 내 온열항암화학요법)같은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기존의 약제로는 더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 등에 대한 다국적 신약 임상시험을 조기에 도입해 다른 치료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을 바탕으로 대장암 관련 유전자를 파악해 환자 개별 맞춤 치료에 적용하고,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을 통해 대장암의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일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암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4기 대장암 환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으신 조언이 있을까요?

 가끔 암이 진행된 상태로 진단받으면 주변에서 항암치료 때문에 고통받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항암치료 자체에 거부감을 표하는 환자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굉장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항암치료는 생명 연장과 암에 의한 증상 완화뿐만 아니라 삶의 질 개선까지 이루는 것이 진료목적입니다. 항암 약제가 가진 특성으로 인한 개별부작용이 있지만 대부분 조절 가능하며, 이러한 부작용이나 환자의 불편함이 암 치료로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비하면 가볍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돼온 사실입니다. 대장암 치료는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고 치료 성적 또한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항암제의 부작용을 예방, 관리 해주는 약들도 좋아지고 있고요.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만 나보면, 4기 대장암으로 진단받았지만, 항암치료를 통해 암이 호전되면서 신체 기능과 건강이 회복되고 오히려 암 진단 전보다 더 건강해졌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일례로 예전에는 대장암에서 세포독성항암제와 표적항암제의 병용치료를 하려면 2박 3일 입원을 해야 했지만, 요즘 은 외래에서 항암제 투여가 가능할 정도로 치료가 수월해졌습니다. 기존 직장생활 등 평소 삶을 같이 유지하면서 관리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항암치료는 환자를 고통스럽게 하는 치료가 아니라, 건강하게 일상생활로 복귀시키는 것이 목적이므로 포기하지 말고 암 전문가인 주치의의 권유에 따라 끝까지 치료를 잘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범승훈 교수

종양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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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과 신장암, 방광암, 각종 비뇨기암의 항암치료를 맡고 있다. 종양을 상대하는 것에 특화된 종양내과 의사로서 치료뿐 아니라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암 환자들에게 완쾌의 희망이 보다 또렷해지도록 힘쓴다. 환자의 개별검사 결과, 그간의 치료 효과와 성적, 항암치료의 목적 등을 면밀하게 따져 다양한 치료 옵션 중 최선의 길을 비전문가인 환자와 보호자에게 안내하고, 치료를 마칠 때까지 여정에 함께하는 동반자로서 전인적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암 전문가이자 본인이 입고 있는 하얀 가운의 존재 목적이라고 믿는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3년 07월호

에디터 안은지 포토그래퍼 최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