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STORY 

안와질환,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안와질환 치료의 베스트 닥터 고재상 교수

고재상 교수 프로필 바로가기 


‘안와’라는 단어가 생소합니다. 안와는 무엇이고, 안와질환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움푹 들어간 공간을 ‘와(窩)’라고 표현하는데요. 안와는 쉽게 말하면 눈 뒤쪽 공간입니다. 안와를 싸고 있는 뼈가 바깥쪽 경계가 되고, 그 뼈 안으로 시신경과 안구를 움직이는 근육, 눈물샘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안와에는 눈의 건강과 밀접하게 관련된 조직들이 있지만, 안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관심도나 이해도가 적은 편이다 보니 조금 낯설 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안와질환에는 크게 안와골절, 안와종양, 안와 염증성 질환이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안와질환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환자들은 주로 어떤 증상으로 병원을 찾게 되나요? 

 안와질환의 대표적 증상은 안구 돌출, 복시, 시력 저하지만, 질환의 종류와 병의 진행 속도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안와종양은 양성이든 악성이든 대부분 통증이 없는 상태에서 안구 돌출과 복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종양의 진행 속도가 빠르다면 안구 돌출로 인한 얼굴의 변화를 빠르게 인지할 수 있겠지만, 종양이 수년에 걸쳐 천천히 커지는 경우에는 환자와 가족들 모두 그 상태에 적응하기 때문에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갑상선안병증이나 특발성 안와 염증성 질환 같은 염증성 질환은 안와종양과 달리 눈이 붓거나 빨개지고, 통증이 동반됩니다. 


안와골절은 지난해 손흥민 선수 때문에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들도 안와골절을 많이 겪나요? 

 안와골절은 실제로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안와질환입니다. 안와를 싸고 있는 뼈가 굉장히 얇아서 작은 충격에도 잘 부러지기 때문입니다. 할머니가 아기를 돌보다가 아기 머리에 부딪치면서 골절이 생기기도 하고, 어린아이가 킥보드를 타다가 넘어지면서 골절이 발생한 사례도 있습니다. 뛰어가다가 부딪히는 경우, 축구공에 맞는 경우 등 생활 속에서 안와골절은 쉽게 발생합니다. 이 때 안구 함몰, 안구운동장애, 복시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수술해야 하지만, 기능적 문제가 없고 안구 함몰이 없거나 적으면 수술 없이 치료합니다. 


안와에도 종양이 생긴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주로 안와의 어느 부분에 암이 발생하나요? 

 종양은 살아 있는 모든 세포에서 생길 수 있습니다. 안와에는 여러 종류의 세포들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히 다양한 종양이 발생합니다. 안와자체에서 발생하는 양성 종양으로는 혈관종, 신경초종, 눈물샘의 양성 종양이 있고, 악성 종양은 림프종과 눈물샘의 악성 종양 등이 있습니다. 안와가 아래쪽으로는 코, 위쪽으로는 뇌와 인접해 있다 보니 부비동 종양이나 뇌종양이 안와를 침범하기도 하고, 다른 기관의 원발암으로 인한 전이성 안와종양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림프종은 조직검사 후 부가적으로 항암 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합니다. 양성 종양이지만 눈의 기능과 운동을 방해하고 시력에 영향을 주는 경우, 그리고 악성 종양은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절제해야 합니다.  


안와의 위치나 구조상 접근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떤 검사를 통해 진단하나요? 

 안와종양은 임상적으로 추정해볼 수도 있지만, 진단에는 CT, MRI 같은 영상학적 검사가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종양의 모양과 크기, 성상 등을 확인해 어떤 종류의 질환인지 평가합니다. 최근에는 건강검진 목적으로 받은 뇌 MRI 검사에서 우연히 안와종양을 발견하고 오시는 환자 분들도 있습니다. 안와종양은 추정되는 진단에 따라 수술 없이 경과를 지켜볼 수도 있고, 종양을 전부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또 종양의 부분 절제를 통해 진단을 확정하기도 합니다. 안와는 안과 의사에게도, 영상의학과 의사에게도 아주 친숙한 구조는 아니어서 진단이 까다롭습니다. 그렇다 보니 풍부한 임상 경험을 통해 불필요한 수술 없이 안와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의사를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발성 안와 염증성 질환은 가성종양이라고도 하던데, 안와종양과 어떻게 다른가요? 

 염증이라 하면 세균에 의한 감염을 먼저 떠올리지만, 특발성 안와 염증성 질환은 무균성 염증이어서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기 때문에 ‘특발성’을 붙입니다. 그런데 종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염증의 양상보다는 덩어리를 만드는 등 종양의 증상과 특성을 갖고 있어서, 과거에는 가짜 종양이라는 의미로 ‘가성종양’으로 불렀던 것이죠. 실제로 영상학적 검사에서도 종양처럼 보입니다. 특발성 안와 염증성 질환은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스테로이드 치료를 합니다. 고용량으로 치료를 시작하는데 부작용 때문에 환자의 몸에 많은 부담을 줍니다. 따라서 복용량을 빠르게 줄일 수 있도록 면역억제제 복용이나 방사선치료 등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방사선치료의 경우, 암 치료 때 쓰는 용량의 절반 혹은 1/3 정도로 잘 계산해 사용하면 눈과 주변 조직에 부작용이 거의 없으면서 염증은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검사를 위한 접근도 어려운데 수술은 더 힘들 것 같습니다. 안와질환 수술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고식적인 안와수술은 뼈를 떼고 들어가 종양을 절제한 뒤 다시 뼈를 붙이는 방식이지만, 이러한 과정이 환자에게 부담을 주고 수술 시간도 증가합니다. 최근에는 내시경의 도움을 받아 절개 부위를 줄이고, 뼈를 떼지 않고 일부만 갈아내는 등 덜 침습적인 수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안와질환 수술은 눈과 뼈 사이 1-1.5cm 정도의 작은 공간에서 진행되고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위치 파악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디까지 접근할지, 어디까지가 종양인지 등을 수술 중에 파악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수술 중 내비게이션 장비를 도입해 위험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은 최대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또 위치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는 두개저내시경센터에서 신경외과 등 관련 과와 협력해 수술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안와질환 예방을 위해 어떤 것을 알아두면 좋을까요? 

 눈을 다쳐서 오는 환자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최근에 아들과 물총을 사러 갔다가 유의사항을 봤더니 물총 싸움을 할 때는 반드시 보안경을 착용하라는 권고 문구가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서 물총 같은 작은 자극에도 다칠 수 있는 신체 부위가 눈 말고는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만큼 우리 눈은 외상에 굉장히 취약합니다. 따라서 눈의 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반드시 눈을 보호하기 위한 장비를 착용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특히 그라인더 작업을 할 때, 그리고 추석에 벌초나 밤 따기 등을 할 때는 반드시 보안경을 착용하시길 당부드립니다.


세브란스 안과병원은 어떤 점에서 안와질환 치료에 특화되어 있나요? 

 앞서 계속 강조했듯이 안와질환은 진단과 치료가 까다롭습니다. 따라서 오랫동안 축적된 진단과 치료 경험이 치료 효과와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세브란스 안과병원은 138년의 역사를 갖고 있고, 대학병원 최초이자 유일한 안과 독립병원입니다. 따라서 보다 전문적인 치료 제공과 더불어 안과 전용 수술실과 수술 중 내비게이션 장비를 통해 빠른 진단과 정확한 수술이 가능합니다. 또한 두개저내시경 센터를 통해 영상의학과,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방사선종양학과, 내과, 임상유전과 등과 다학제 진료를 하고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구조상 뇌나 코와 인접한 안와질환을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고재상 교수

안과

프로필 바로가기 


성형안과 분야 질환과 안와질환, 눈물흘림, 의안 진료를 맡고 있다. 치료에 따르는 위험 부담과 이익에 대해 의사와 환자의 관점이 달라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과 환자에 대한 경청으로 평형추를 최선의 지점에 맞추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성인에서도 드물고 힘든 안와종양을 앓는 소아 환자들을 매년 마음에 깊이 담는 따뜻한 의사이기도 하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3년 09월호 

에디터 안은지 포토그래퍼 최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