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STORY
잃어버린 소리,
적극적 치료와 재활로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맞춤형 치료 전략으로 난청 환자에게 소리의 세계 열어주는 정진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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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이 나이 들면 나타나는 질환인 줄 알았는데, 요즘은 젊은 층에서도 많이 발생하는 듯합니다.
난청은 전 세계에서 약 5억 명이 경험하는 흔한 질환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청력에 이상이 있는 선천성 난청은 유전적 요인이나 태아 시절 감염, 조산 등이 원인으로, 신생아 1,000명 중 2-3명꼴로 발생합니다. 비교적 흔한 선천성 질환인 다운증후군이나 구개열보다도 발생 빈도가 더 높습니다. 더 큰 문제는 후천성 난청으로, 유병률이 선천성 난청의 대략 10배에 달합니다. 60대 성인의 약 30%, 70대는 50%, 80대는 85%가 난청을 겪을 정도로 나이 들수록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최근에는 이어폰 등 음향기기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10대 청소년층에서도 소음성 난청의 유병률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어 우려됩니다.
어렸을 땐 별다른 문제가 없다가 성인이 되어 난청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후천성 난청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대표적 환경 요인은 앞서 언급한 노화와 소음 노출입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일부 약물도 난청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를 이독성 약물이라 합니다. 대표적으로 폐렴이나 패혈증 치료에 흔히 쓰이는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 항생제, 백금 계열 항암제인 시스플라틴, 일부 이뇨제 등이 있습니다. 특히 난청의 유전성을 가진 환자들이 이러한 환경 요인에 노출되면 난청의 위험이 크게 증가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후천성 난청 환자의 약 40%는 유전적 결함이나 취약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가족력이 있거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청력이 저하된 경우라면 유전자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난청도 일찍 진단하는 것이 중요한가요?
소아의 난청은 언어 발달과 직결되므로 조기 진단이 특히 중요합니다. 아기들은 생후 1개월 안에 신생아 청력 선별검사를 받고, 이후 필요에 따라 3개월 안에 정밀검사, 6개월 안에 청각재활을 시작해야 합니다. 성인의 경우, 갑작스럽게 청력이 떨어지거나 이명 등이 동반되면 스스로 문제를 인지하고 병원을 찾지만, 서서히 진행되는 난청은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말을 잘 못 알아듣거나 대화를 놓치는 일이 늘어나는 것 같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난청의 정도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최소 가청 역치를 기준으로 평가하며, 최소 가청 역치가 25dB(데시벨)보다 작으면 정상, 40dB 이하는 경도 난청, 40-70dB은 중도, 70-90dB은 고도, 90dB 이상은 심도 난청으로 분류합니다.
난청 환자에게 보청기 착용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난청은 소리 전달 문제인 전음성 난청과 달팽이관이나 청신경의 문제로 발생하는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나뉩니다. 전음성 난청은 중이염 등으로 인해 소리를 전달하는 중이의 기관들이 손상되면서 발생하며, 중이염 수술이나 이소골 성형술 같은 수술을 통해 청각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보청기는 경도 또는 중도의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에게 효과적입니다. 조기에 보청기를 착용하면 청력 저하를 지연시켜 언어 이해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난청이 오래 지속되면 소리 자극이 뇌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언어인지능력이 점차 저하되고, 심할 경우 치매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청기 조기 착용은 청력 보존뿐 아니라 치매 예방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청각 임플란트 수술은 어떤 종류가 있고, 각각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널리 사용 중인 청각 임플란트는 인공와우로, 달팽이관(와우)이나 청신경의 이상으로 발생한 고도의 감각신경성 난청에 주로 사용합니다. 달팽이관에 전극을 삽입해 청신경을 직접 자극함으로써 소리를 듣게 해줍니다. 중등도의 감각신경성 난청이나 보청기 착용이 불가능한 전음성 난청 환자에서는 인공중이로 중이 내의 이소골을 진동시켜 보청기보다 좀 더 명료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듣게 해줄 수 있습니다. 이소골이 파괴되었거나 선천적으로 귀가 막혀 있는 경우 등 소리 전달 체계에 문제가 있는 환자에서는 두개골의 진동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골전도 임플란트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많이 쓰는 골전도 이어폰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청신경이 아예 없거나 심각하게 손상되어 인공와우로도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경우에는 뇌간에 전극을 이식해 소리를 듣게 하는 청성뇌간이식술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청성뇌간이식술은 뇌수술을 동반하는 만큼 시행 가능한 병원이 제한적인 고난도의 수술입니다. 난청의 원인과 정도에 따라 적합한 수술이 다르므로 전문의의 정밀 진단과 충분한 상담이 필수입니다.
수술 후에는 어떤 과정이 필요하며, 어느 정도 청력 개선을 기대할 수 있나요?
수술 후에는 ‘매핑’이라는 소리 조절 과정과 언어 재활이 필요합니다. 초기에는 환자가 편안하게 듣고 언어 이해력이 최적화될 때까지 여러번 병원을 방문해 주파수별 소리 크기를 조절합니다. 일반적으로 선천성 난청 아동은 청각 임플란트 수술 후 정상에 가까운 언어 발달을 보입니다. 성인의 경우 인공와우수술 전 언어 이해도가 0-40%로 평가되는데, 수술 후에는 평균 70-80%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는 수준으로 회복됩니다. 다만 난청 기간이 길어질수록 청각중추가 퇴화하면서 2차적으로 뇌의 변성이 유발되기 때문에 청력 자체가 회복되더라도 언어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조기 진단과 조기 재활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난청 치료의 최신 동향은 어떤가요?
과거에는 감각신경성 난청에서 약물치료가 거의 불가능했으나, 유전자 진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특정 유전적 결함을 겨냥하는 표적 약물치료가 가능해졌습니다. 유전자검사로 약물치료 대상을 세분화하고, 약물치료와 청각 임플란트를 병행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입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5년간 3,500명 이상 환자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정밀의료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OSBPL2, NLRP3 유전자 변이 환자에서 라파마이신, 아나킨라 치료로 청력 회복과 이명 개선을 확인했으며 펜드린, KCNQ4 유전자 돌연변이에 대한 표적약물치료제도 개발해 기술 이전을 마쳤습니다. 또한 유전성 난청에서 결함이 있는 유전자 자체를 회복시키는 유전자치료가 임상시험 단계에 있어, 향후 난청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청력을 지키기 위해 교수님은 주로 어떤 당부를 하시나요?
난청은 단순히 잘 안 들리는 질환으로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소리를 잃으면 대화와 사회적 교류가 줄어들고, 이는 우울증과 치매 같은 2차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기 진단, 적절한 치료와 재활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기도 합니다. 난청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매년 청각검사를 받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 소리가 잘 안 들린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반드시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치료받으시길 권합니다. 또한 평소 이어폰이나 TV 볼륨을 낮추는 등 소음 노출을 최소화하는 생활습관도 꼭 필요합니다.
난청 치료의 선구자,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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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세 교수 이비인후과
진료 분야 : 난청, 청각 임플란트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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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귀 질환을 겪었던 정진세 교수는 환자가 되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는 의사가 되고자 노력한다.
특히 청력 문제를 자각하지 못하거나 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환자들에게는 더욱 세심한 설득과 노력을 기울여 치료와 재활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모든 난청 환자들이 세상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살아가는 그날을 위해, 다양한 유전성 난청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5년 9월호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