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STORY
말기 간질환을 넘어 간암과 전이성 간암까지,
간이식수술의 새 지평
도전정신과 정교한 수술로 생명의 새 길 여는 주동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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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수술은 말기 간부전 환자가 받는 줄 알았는데, 다른 질환으로도 간이식을 받는 경우가 있나요?
간이식은 원래 간부전, 즉 어떤 이유로든 간이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만큼 망가진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B형 또 는 C형간염, 알코올성 간염, 지방간염 등으로 오랜 기간 간이 손상돼 말기 간경변증에 이른 환자들, 또는 간독성 약물을 비롯해 특정 원인으로 갑자기 간기능이 나빠진 급성 간부전 환자들이 주요 대상이었습니다. 이후 간에 생기는 간세포암으로 적응증이 확대됐습니다. 간암은 대개 만성 간염 등으로 망가진 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병든 간을 떼어내고 건강한 새 간을 넣어주는 간이식은 암을 제거하면서 재발 위험까지 낮추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조기 간암이라도 심한 간경변증이 동반되어 있다면 간이식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간암에서 간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전통적으로 간암 환자의 간이식 기준은 종양이 하나이면서 5cm보다 작은 경우, 다발성이라면 3개 이하이면서 가장 큰 것이 3cm 이하인 경우, 주요 혈관 침범이나 전이가 없는 경우로 다소 엄격한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암이 이미 진행된 상태로 진단받아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환자들도 많고, 항암치료와 색전술 등 여러 치료에도 불구하고 암이 재발하거나 간기능이 망가져 더이상 다른 치료를 할 수 없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세브란스는 진행성 간암에서도 적극적 치료를 통해 암 크기를 줄인 다음 간이식을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2009년 폐전이가 동반된 말기 간암을 진단받은 환자분은 다학제 치료를 통해 눈에 보이는 암을 모두 제거한 뒤 2013년 간이식수술을 받고 현재까지 건강하게 생활하고 계십니다. 요즘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른 장기에서 발생한 암이 간으로 전이된 전이성 간암까지 이식의 대상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간전이 환자도 이식으로 치료할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간은 비교적 크고 혈액 공급이 풍부한 장기라, 다른 장기의 암이 혈액을 타고 잘 전이되는 편입니다. 대장암, 췌장암, 위암, 유방암 등에서 간전이가 많이 발생하지요. 과거에는 전이성 간암은 4기로 분류해 수술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원발암이 잘 치료되었다면 전이암도 수술하는 방향으로 치료 개념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이성 간암이 다발성으로 발생해 수술적 제거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이식수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적응증은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의 간전이이며, 최근에는 대장암의 간전이에서도 간이식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전이암인 만큼 환자 선별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이성 간암은 간을 바꾸더라도 몸에 남아 있는 미세한 암이 다시 자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러 조건을 꼼꼼하게 살펴 재발 위험이 낮은 환자를 잘 선별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암의 성질이 순해 암이 천천히 자라고, 원발암은 수술로 제거된 상태이며, 간이 아닌 다른 장기에는 전이가 없고, 간에서만 반복적으로 재발해 절제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간이식을 고려합니다. 또 항암치료 반응이 좋은 환자일수록 이식 후 재발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장암에서는 특정 유전자 변이의 유무도 확인합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대장암 간전이의 경우, 엄격하게 선별된 간이식 환자의 5년 생존율이 항암치료만 받는 환자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브란스는 2025년 10월 대장암 간전이 환자의 간이식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간이식 후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암 재발 위험이 높아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간이식 환자들은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이러한 면역억제제는 기본적으로 면역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약제이므로 암 재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면역억제제는 환자 상태, 이식 후 경과 시간, 부작용 여부 등에 따라 여러 종류의 약을 혼합해 사용하는데, 그중 mTOR 억제제가 면역을 적절히 억제하면서도 암세포의 성장과 재발은 막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 세브란스의 통계를 보면 간세포암으로 간이식을 받은 경우, mTOR 억제제를 병용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암 재발이 확실히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혈액형이 달라도 간이식이 가능한가요? 어떤 과정을 거쳐 이식이 이루어지나요?
사람은 모두 혈액형 항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A형인 사람은 B형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어서 AB형이나 B형인 사람의 간을 이식받으면 몸속 항체가 이식 간을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게 됩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간이식도 마치 수혈처럼 ABO 혈액형에 따라 이식 가능한 조합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혈액형이 맞지 않아도 전 처치를 시행해 항체 농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낮아지면 간이식을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수술 1-3주 전에 리툭시맙을 투여해 항체를 만드는 B세포를 억제하고, 혈장교환술을 여러 차례 시행해 이미 혈액 속에 존재하는 항체를 걸러줍니다. 다만 이는 생체 간이식에서만 가능하며, 경험 많은 전문가팀의 철저한 면역 관리가 중요합니다. 현재 세브란스는 전체 간이식의 약 25%를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뇌사자 간이식과 생체 간이식은 수술에 어떤 차이가 있나요?
수술 자체만 보면 뇌사자 간이식이 더 수월합니다. 간 전체를 그대로 옮기기 때문에 혈관이 굵고 연결해야 하는 부위는 적습니다. 반면 생체 간이식은 기증자의 건강을 위해 절제 후 남는 간이 전체 간의 30%는 넘어야 하는데, 사람마다 혈관 모양이나 크기, 담관의 구조와 위치 등이 모두 달라 정밀하게 절제해야 합니다. 이식하는 간의 혈관이 상대적으로 짧다 보니 수술이 더 까다롭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성적 면에서는 생체 간이식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뇌사자 간이식은 해외 평균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편입니다. 뇌사자 간은 대기자의 중증도를 평가한 MELD 점수에 따라 배정하는데, 외국은 25점 안팎이면 이식을 받지만 우리나라는 뇌사 기증자가 너무 적어 만점에 가까운 39-40점이 되어야 겨우 장기를 배정받습니다. 이식받을 당시의 환자 상태가 너무 위중하다 보니 회복이 더디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간이식의 적응증이 확대되는 만큼, 장기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텐데요. 우리나라 뇌사 장기기증 현황은 어떤가요?
뇌사 기증자는 2016년 573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감소해 지난해에는 370명에 불과했습니다. 인구 100만 명당 약 7명 수준으로, 스페인(53.93명)이나 미국(49.7명)에 비해 현저히 적습니다. 스페인을 비롯해 장기기증이 활성화되어 있는 유럽 국가들은 생전에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사후 장기기증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옵트아웃(Opt-out)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생전에 기증 서약을 했더라도 뇌사 상태에서 가족들의 동의 없이는 장기기증을 할 수 없는 옵트인(Opt-in) 방식입니다. 워낙 뇌사 기증자의 수 자체가 적은 데다, 유가족의 반대로 기증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서 장기기증 숫자가 매우 적습니다. 또 일부 국가에서는 심장이 멎은 후에도 장기를 기증할 수 있도록 하는 ‘심정지 후 장기기증(DCD, 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이 법제 화되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제도 정비가 함께 이루어져야 더 많은 환자에게 치료 기회가 돌아갈 수 있습니다.

주동진 교수 이식외과
진료 분야 :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수술, 고난도 간이식수술, 간절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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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을 통해 한 사람의 생명을 다시 잇는 일을 소명으로 삼고 있는 이식외과 전문의.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다면 아무리 고된 길이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험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진료실에는 다른 병원에서 수술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무거운 마음으로 마지막 희망을 찾아오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더 많은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 고난도 생체 간이식, 전이성 간암의 간이식 등 새로운 영역에 꾸준히 도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심정지 후 장기기증에 활용되는 체외 관류기계 개발과 인공장기 연구에도 참여하며, 장기 부족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6년 6월호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