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STORY 

포기하지 마세요, 

자신만의 삶의 시간을 만들어가세요

췌장암 환자의 편에서 미더운 손 내밀며 끈질기게 췌장암 연구하는 방승민 교수


방승민 교수(소화기내과)의 치료 목표는 ‘벚꽃을 볼 때까지’다. 봄이면 세브란스병원 본관 앞은 벚꽃으로 화려하게 피어나고, 그 꽃바다는 그지없이 이쁘다. “환자들에게 그 벚꽃을 한 번 보여주는 게 목표예요. 조금만 더 있으면 정말 예쁜 꽃을 볼 수 있다고 다독입니다. 환자들은 그 속뜻이 무엇인지 잘 알지요. 그리고 한번 보았으면 다음 벚꽃이 필 때까지.” 그렇게 췌장암 환자를 격려하며 생의 시간을 연장해가는 길에서, 방 교수는 환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도록 안내한다. 한편으로는 췌장암 환자의 편이 되어 든든한 손을 내밀고, 또 한편으로는 췌장암 연구로 끈질긴 전투를 벌인다. 따듯하면서도 차가운 췌장암 전문가 방승민 교수에게 환자를 만나는 이야기를 들었다.

에디터 이나경 포토그래퍼 최재인

방승민 교수 프로필 바로가기 


주로 췌장암 환자들을 만나시는데, 특별히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먼저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요즘은 정보가 넘쳐나서 환자나 보호자는 췌장암 예후가 좋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가 무슨 소용이냐, 치료해도 안 해도 똑같은 거 아니냐 이렇게 반응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70대 중반 이후 고령의 환자들은 더 그렇고요. 제 환자들 대부분은 수술이 불가능한 분들인데, 이 말은 곧 완치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치료의 시작부터 삶의 끝까지 그 과정을 환자와 같이하게 됩니다. 췌장암이 다른 암종에 비해 치료의 발전 속도가 더딘 건 사실이지만, 요즘은 좋은 약들이 임상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러니 환자가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저로서는 환자가 포기하지 않고 의사를 믿고 따라오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환자의 현실은 냉엄하고 막막합니다. 그런 환자들에게 가장 신경 쓰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가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기대여명은 짧으면 6개월, 길어도 1년이 안 됩니다. 그러면 누구라도 말 그대로 멘붕이 옵니다.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느라 애쓰고 아이들이 독립할 때가 되어 나도 내 인생 살아볼까 하는 그즈음, 췌장암 진단을 받은 겁니다. 환자들은 자괴감도 들고 속에서 천불이 난다고도 말합니다. 그때 무엇보다 환자들이 심리적으로 무너지지 않게 해주는 것이 의사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저는 ‘내가 당신의 주치의고, 당신을 끝까지 돌봐줄 사람입니다. 내가 당신과 함께할 동반자입니다’라는 느낌을 환자가 받도록 가장 신경을 씁니다. 말이 아닌 마음을 주는 거지요. 불안하기만 한 환자에게 ‘주치의는 항상 당신 편’이라는 믿음을 주려고 합니다.


아무리 의사의 영역이라 해도 췌장암 진단과 병기를 말해주는 일은 결코 쉽지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접근하시는지요?

저는 환자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합니다. 3기나 4기 환자들에게는 완치가 어렵다는 것, 이 문제가 당신이 하나님 앞에 가게 되는 원인이 될 거라는 이야기까지 해드립니다. 병의 진행 상황뿐만 아니라 그 병이 남은 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환자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여명이 얼마든 그 기간을 환자 스스로 설계하고 마지막에 해야 할 것들을 하면서 지낼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환자가 췌장암이라는 현실을 빨리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환자는 그때부터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삶의 질이 진단 이전처럼 유지될 수 없고 치료에 따른 부작용도 생기지만, 그것은 감내할 정도라는 확신을 주고, 저는 환자가 자신의 삶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거지요.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췌장암은 통증이 무척 심합니다. 암종의 위치에 따라 황달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때는 내시경치료를 해야 하고요. 즉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와 암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 모두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환자는 굉장히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속상하고 우울한 마음에 외출도 안 하려 합니다. 그러다 보면 인간 ○○○의 삶 이 아닌, 환자 ○○○의 삶만 남게 되죠. 하지만 환자로만 살다 가기엔 너무 억울하잖습니까. 인간 ○○○로서 의 삶도 중요하지요. 그래서 아프다고 말하세요, 혼자 있지 마세요, 반응이 좋을 땐 소소한 파티라도 하세요, 드시고 싶은 거 드세요, 가고 싶은데 가세요,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그렇게 말씀드립니다. 환자가 아닌, 꼭 인간 ○○○로서의 삶을 사시라고 당부합니다.


환자의 마지막까지 동반자가 되어준 경험이 많으신 만큼, 잊을 수 없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밥집을 하던 분이 췌장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해 딸과 함께 세브란스로 오셨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게 오시는 바람에 예상했던 대로 몸이 급격히 나 빠지셨죠. 매사에 일본 사람처럼 참 깍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울에 작은 임시 거처를 마련해 투병하셨고, 생의 마지막 시간을 거기서 마치신다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안 좋았는데, 결국 병원에서 임종을 하셨습니다. 그분이 돌아가신 후 1주년 되는 날, 따님이 찾아와 췌장암 연구에 써달라며 병원에 500만 원의 기부금을 내셨습니다. 이렇게 환자의 장례를 끝낸 후 찾아오는 가족들이 많습니다. 서글픈 일을 겪은 분들인데도 따로 오셔서 눈물 지으며 고맙다 하실 때는 돌아가신 환자에게 그래도 내가 쓸모 있는 역할을 했구나 싶습니다.


치료도 힘든 데다가 환자의 마지막까지 함께해야 하는 마음도 고된 췌장암 전문의, 그 길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의사가 되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동네에 잘사는 집은 다 의사 집안이더라고요. 형편이 좋지 않았던 저는 의사가 되면 사는 데 지장은 없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학교에서는 늘 좋은 일을 하고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배웠는데, 어떻게 하면 내가 배운 걸 가지고 도움이 되는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의사였습니다. 이후 의대 마치고 내과 전공의를 하면서 처음 돌았던 분야가 소화기내과 췌장암 파트였어요. 운명이라면 운명이죠. 수련하면서는 췌장암의 치료 발전이 제일 더뎌서 제가 해볼 수 있는 여지가 많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다른 쪽은 이미 많은 발전이 이루어진 반면, 췌담도암 분야는 할 수 있는, 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도전해보고 싶었던 겁니다.


그 마음은 여전하신가 봅니다. 지속적으로 연구 성과를 내고 계시는 걸 보면요. 

사실 췌담도암 의사나 연구자로서 해결해야 할 숙제는 너무 많습니다. 아직 췌담도암을 조기 진단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걸 빨리 만들어내는 일이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인데, 그것이 가능해진다면 너무 늦게 발견해서 췌장암 수술을 못 받는 사람들이 줄어들겠지요. 저는 췌장암 중개연구 쪽에 무게를 좀 더 두고 있습니다. 췌장암은 다른 암종에 비해 굉장히 독하고 공격적입니다. 안타깝게도 왜 독한지, 항암제가 왜 잘 안 듣는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주로 췌장암의 발생 과정이나 진행 과정에서 왜 항암제가 듣지 않는지, 항암제 내성이 왜 생기는지, 극복 방법은 무엇인지와 같은 주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년 이상 쉽지 않은 길을 걷고 계십니다. 어떤 마음으로 걷고 계신가요? 

답은 명료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의사로 살자 마음먹고 환자들을 만납니다. 후배들에게도 비슷하게 이야기합니다. 다른 의사들도 다 할 수 있는 것을 그들보다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남들이 못하는 걸 먼저 하려고 하지 말고, 남들도 다 하는 걸 남들보다 월등하게 잘하라고요. 세브란스병원에서 일하는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침마다 스스로 묻습니 다. ‘세브란스병원 의사로서 나는 자격이 있는가?’ 이 곳에서 일하는 이상, 환자를 위한 진료, 연구, 교육 세 가지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지 않다면 여기 있을 이유가 없지요.


췌장암의 치료 성적은 더디기는 해도 20년 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습니다. 

치료 방법과 성적, 치료에 대한 부작용 등에서 최근 4-5년 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고, 

멀지 않은 향후에는 치료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쉽게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명의의 특강

췌장암 

절망을 넘어 희망으로! 췌장암의 조기 진단부터 유전자 맞춤형 치료까지

 

췌장암은 오랫동안 인류에게 ‘침묵의 살인자’이자 가장 두려운 암으로 인식돼왔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20만 명 이상이 새롭게 췌장암 진단을 받지만, 5년 생존율은 불과 10% 안팎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최근 의과학의 발전이 이 두터운 절망의 벽을 조금씩 허물고 있다.

글 방승민 교수(소화기내과)

췌장암은 여전히 생존율이 낮은 험난한 질환이지만, 결코 극복 불가능한 무적의 병은 아니다. 

금연과 적정 체중 유지로 위험요인을 관리하고, 갑자기 발생한 당뇨병이라는 내 몸의 강력한 경고 신호에 즉각 반응해 선별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췌장암이 치명적인 이유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새롭게 췌장암을 진단받는 환자 수는 9,700여 명이다. 발생률은 전체 암 중 8위지만, 사망률은 5위이며 5년 상대생존율은 10-12.2%에 불과하다. 또한 일부 예측에 따르면 2017년 7,032명이던 신규 환자 수는 2040년 16,170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췌장암이 이토록 치명적인 이유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 당시 수술적 절제가 가능한 환자가 10-2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췌장암은 종양 주변에 두껍고 딱딱한 섬유화 기질을 형성해 항암제나 면역세포가 암세포로 침투하는 것을 억제하며, 아주 초기 단계에서도 미세 원격 전이를 유발하는 특성이 있어 수술 후 2년 내 재발률이 50%에 육박한다.


췌장암의 숨겨진 전조, 놓치지 말자


흡연, 만성 췌장염, 젊은 비만 

흔히 췌장암의 주요 원인으로 술을 떠올리지만, 사실 가장 큰 환경적 위험요인은 ‘흡연’이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 췌장암의 약 20-30%가 흡연과 연관이 있다. 담배 속의 여러 독성 물질 이 인체의 면역환경 자체를 ‘암 친화적’으로 바꿔서 암세포가 자라기 좋은 상태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음주가 췌장암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다. 지나친 음주는 결국 만성 췌장염을 유발하고, 이러한 만성 췌장염은 췌장암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술과 더불어 PRSS1, SPINK 등과 같은 유전자의 결함은 10대부터 반복적인 췌장염을 유발하고, 결국에는 만성 췌장염으로 진행해 췌장암의 발생 가능성을 현저하게 높인다. 

또한 최근 국내 한 연구진은 20-30대에서 발생하는 췌장암의 주요 원인으로 비만을 지목했다.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고도비만 그룹은 정상 체중 그룹보다 췌장암 발병 위험이 약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방조직의 만성적인 염증이 췌장세포의 비정상적 증식을 자극하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갑자기 널뛰는 혈당, 췌장이 보내는 경고음 

2023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방승민 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췌장암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특히 당뇨병을 진단받은 지 3년 이하인 환자는 일반인보다 췌장암 발병 위험이 3.81배나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50대 남성에서 가족력이나 비만 없이 갑자기 당뇨병이 발생했다면 위험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따라서 중년 이후 가족력 없이 갑자기 당뇨병이 발생했거나 평소 잘 조절되던 혈당이 급격히 악화되었다면, 단순한 대사질환으로만 여기지 말고 췌장암을 의심해보는 조기 진단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유전적 고위험군이라면 방심 절대 금물 

일부 췌장암은 가족력 및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와 깊은 연관이 있다. 부모나 형제, 자녀 중 2명 이상의 췌장암 환자가 있다면 ‘가족성 췌장암’으로 분류된다. 또한 BRCA1·2, STK11/LKB1, p16 등의 유전자 결함이 있는 경우라면 ‘유전성 췌장암’에 해 당한다. 세브란스 암예방센터에서는 이러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조기 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밀 진단 시스템을 활용한 조기 진단


무작위 선별검사의 한계 

안타깝게도 일반인 대상의 효과적인 췌장암 조기 진단법은 아직까지 없다. 특히 일반 건강검진에서 췌장암 표지자로 널리 사용 중인 혈액 CA19-9 수치가 상승했다고 해서 반드시 췌장암인 것은 아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일반인에서 CA19-9 상승이 실제 췌장암일 확률은 매우 낮으며, 감기나 췌장염, 부인과 질환 등에서도 이 수치가 오를 수 있다. 반대로 초기 췌장암에서는 이 수치가 정상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무작위 선별검사는 권고하지 않는다. 


고위험군, 정기적 영상검사 필수 

무작위 선별검사보다 중요한 것은 고위험군 대상의 정밀 영상검사다. 가족성 또는 유전성 췌장암 환자의 가족, 갑자기 발생한 새로운 당뇨병 환자 등 췌장암 고위험군에서는 정기적인 CT, MRI 등의 영상검사가 매우 중요하다. 영상검사에서 췌장내 종양이 의심되면 내시경 초음파 유도하세침흡인생검술 (EUS-FNA)을 시행한다. 내시경 초음파로 췌장을 관찰하고 조직을 채취하는 이 방법은 암세포가 복강으로 퍼질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진단 정확도가 매우 높다. 

최근에는 혈액이나 체액 안에 존재하는 ‘cell free DNA’ 등을 검출해 췌장암을 포함한 여러 암종의 조기 진단이 시도되고 있다. 따라서 다가올 미래에는 일반인 대상의 보다 간편한 췌장암 조기 진단법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생존율 2배로 끌어올리는 패러다임의 전환


선행보조치료로 먼저 암 줄인 뒤 수술 

과거에는 췌장암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상태라면 우선 수술부터 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암세포의 미세 전이로 인해 금세 재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췌장암 치료에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수술 전에 항암 치료나 방사선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선행보조치료의 도입이다. 대규모 임상시험에 따르면, 주요 혈관에 암이 인접한 ‘경계성 절제 가능 췌장암’ 환자에서 수술 전 항암방사선치료를 시행한 결과, 암세포가 남지 않게 깨끗이 도려내는 완전 절제율 (R0 resection rate)이 13.0%에서 78.5%로 수직 상승했으며, 생존 기간 역시 연장되었다. 수술 전에는 환자의 전신 상태가 비교적 좋아 강력한 항암치료를 잘 견딜 수 있고, 미리 숨어 있는 미세 전이를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강력해진 항암치료 

1990년 후반 젬시타빈(gemcitabine)이 진행성 췌장암에서 치료 효과가 입증된 뒤, 2010년까지 표준치료로 사용되었다. 이후 폴피리녹스(FOLFIRINOX), 젬시타빈/납파클리탁셀 (gemcitabine/nab-paclitaxel) 병합요법이 임상시험에서 매우 우수한 결과가 확인되어, 현재 이 두 가지 요법이 진행성 췌장암의 표준 항암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그 효과가 환자와 의료진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생존 기간이 유의미하게 연장된 것은 사실이다. 

이 외에도 중입자치료, 비가역적 전기 천공술 등 새로운 치료법이 췌장암의 치료 효과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생존율 2배로 끌어올리는 패러다임의 전환 


3D 오가노이드로 적합한 항암제 미리 찾기 

현대 췌장암 치료에서 가장 눈부신 발전은 환자의 유전자 지도를 읽어내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과 체외 아바타 모델의 등장이다. 췌장암은 환자마다 종양 특성이 달라 같은 항암제를 써도 반응이 제각각이지만, 사전에 이를 예측할 표지 자가 없다는 것이 큰 난제였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방승민 교수 연구진은 환자의 췌장암 조직 극소량을 활용해 3D 오가노이드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 이 3D 오가노이드에 항암제들을 투여해본 결과, 실제 환자의 임상 치료 반응을 매우 높은 정확도로 예측해냈다. 이는 항암제 투여 전에 체외 ‘오가노이드 아바타’를 통해 개별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약을 미리 선별하는 정밀 맞춤 의료가 한 발짝 가까워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췌장암의 아킬레스건 타격하는 신약 

특정 유전자 변이를 직접 타격하는 신약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체 췌장암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KRAS 돌연변이는 오랫동안 약물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져왔다. 그러나 최근 ‘다락손라십(Daraxonrasib)’ 같은 다중 표적 RAS 억제제가 개발되어 임상 3상에서 기존 화학요법 대비 생존 기간을 2배가량 연장하는 고무적인 성과를 발표했다. 또한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췌장암 환자에서는 유지요법으로 PARP 억제제(올라파립)를 사용해 생존율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으며, 면역체계를 깨우는 새로운 기전의 신약 임상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두려움 이기는 가장 큰 무기, 앎과 대비

췌장암은 여전히 생존율이 낮은 험난한 질환이지만, 결코 극복 불가능한 무적의 병은 아니다. 금연과 적정 체중 유지로 위험요 인을 관리하고, 갑자기 발생한 당뇨병이라는 내 몸의 강력한 경고 시그널에 즉각 반응해 선별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선행보조치료, 혁신적인 표적 신약, 3D 오가노이드 아바타를 통한 약물 선별 기술 등의 융합은 두터웠던 절망의 벽을 빠르게 허물고 있다. 환자 고유의 종양 특성을 파악해 최적의 무기를 선택하는 정밀의료의 시대, 췌장암은 이제 막연한 공포를 넘어 명확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질환’으로 진화하고 있다. 

칠흑 같은 어둠이 지나가야 찬란한 해를 볼 수 있는 새벽을 맞이할 수 있다. 혹시 지금 췌장암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절대 포기하지 말고 용기 내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방승민 교수

소화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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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세브란스병원> 2026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