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는 세상으로 열린 뇌, 후각을 잃으면 삶이 흔들린다

외부 세계와 직접 맞닿은 인식의 통로를 지키는 수문장 김창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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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분들이 하는 얘기를 허투루 들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분들은 거짓말을 안 하거든요. 하지만 일에 쫓기다 보면 거기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진단에 필요한 증상에 집중하기 쉬워요. 젊어서는 저도 그랬어요. 할 일은 많고 여유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조금 경력이 쌓이고 여유가 생기니까 환자를 보는 눈도 달라지더라고요.”


인터뷰보다는 강의, 또는 변론 모드다. 노트북에 담긴 자료가 프로젝터를 통해 스크린에 큼지막하게 펼쳐지자 이내 김창훈 교수(이비인후과)의 설명이 시작된다. “앞이 보이지 않거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하면 다들 굉장히 힘들겠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냄새를 못 맡는다고 하면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요.” 첫마디부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후각의 지위를 되찾아주고 싶은 냄새 지킴이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러곤 곧바로 코 예찬으로 넘어간다. 중요성을 강조하다 못해 ‘세상으로 열린 뇌’라고까지 치켜세운다.

재미있는 표현이긴 한데, 과학적인 묘사이기도 한가요?
그럼요. 뇌 바닥에 후각신경구(후각망울)가 있는데 거기서 아주 작은 후각신경들이 코의 천장으로 내려와요. 뇌신경이 12개가 있는데, 그 가운데 1번이 후각신경이에요. 시각이나 청각신경은 몸 안쪽에서 정보를 모으지만, 후각신경은 밖으로 연결이 되어 있어요. 신경말단이 밖으로 노출돼서 공기와 닿는 거죠. 거기에 점액이 묻어 있어서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냄새물질을 녹여서 신경세포가 그 실체를 파악하는 거죠. 그러니까 후각은 처음이자 유일하게 세상으로 연결되어 있는 뇌의 중요한 기능인 셈이죠.

탈도 많겠군요. 예민하고 섬세한 장치들일수록 툭하면 고장이 나곤 하잖아요.
후각이 떨어지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어요. 우선은 물혹 같은 게 통로를 꽉 막아서 냄새가 들어와도 코 위쪽에 있는 후각상피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죠. 부비동염 같은 질환이 대표적인데, 이건 어렵지 않아요. 혹을 제거하고 길을 열어주면 되니까요. 그런데 사고나 질병으로 후각상피가 잘못된 경우라면 심각하죠. 신경이 망가진 터라 냄새를 아예 감지하지 못하게 되니까요. 요즘 COVID-19에 걸렸다가 후각을 잃었다는 보고가 더러 있어서 저희도 관련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통로가 막힌 경우는 치료가 쉽다고 하셨지만, 재발이 잦아서 수술해도 소용이 없다고들 하던데요?
그렇지 않아요. 재발하는 사례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아요. 80-90%는 완치됩니다. 나머지 10-20%가 이른바 난치성으로 대부분은 알레르기 염증과 연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기억해두셔야 할 게 있어요. 코는 맹장처럼 단번에 잘라내고 마는 게 아니라 막힌 부분을 열어주는 게 수술의 목표라는 점이죠. 최대한 조처를 취해두어도 나중에 감기나 알레르기비염이 오면 다시 컨디션이 나빠질 수 있는데 그걸 재발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감기나비염은 걸렸다 낫기를 얼마든지 되풀이할 수 있는 거잖아요.

탈이 난 후각을 되살리려면 수술이 최선이란 말씀처럼 들립니다.
웬걸요. 적용해볼 수 있는 좋은 약들이 이미 많이 나와 있고, 그보다 더 뛰어난 약품들도 새록새록 등장하고 있어요. 약물에 반응하지 않으면 항체를 만들어 일정 기간마다 주사하는 방법이 새로 개발되기도 했어요. 다만, 바이러스나 사고로 후각신경이 손상을 입은 경우는 치료가 어려워요. 뇌의 일부가 망가져도 주변 조직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이른바 가소성을 활용해 후각을 훈련하는 치료법을 시험하고 있지만 아직 성공률이 높지 않은 편입니다.

후각이 떨어지면 치매가 온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인가요?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들은 결국 후각이 떨어지거나 사라진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60대의 절반 이상에서 후각이 둔화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시력과 청력이 떨어지듯, 후각도 떨어진다는 거죠. 따라서 냄새를 잘 맡지 못하게 되면 치매가 오는 게 아니라, 치매의 조기 증상으로 후각장애가 올 수 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겁니다. 50-60대 여성 환자들 가운데 갑자기 후각이 떨어졌다며 치매가 온 게 아니냐고 묻는 분이 많은데 그때마다 지레 염려하지 말라고 당부를 드립니다. 후각 감퇴의 원인은 다양하거든요

후각이 그렇게 중요하군요. 그렇다면 누구나 스스로 그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길은 없을까요?
그래서 후각검사 키트가 필요한 거죠. 여태까지는 외국에서 만든 키트를 기본으로 일부만 한국형으로 바꿔서 썼거든요. 그런데 여기엔 함정이 있어요. 냄새는 문화와 연계될 수밖에 없잖아요. 한국인이라면 한약 냄새나 숯불고기 냄새는 잘 알아도 블랙베리 향은 잘 모를 테니까요.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익숙한 냄새들로 구성된 키트를 만들어 병원에서 진단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일반인들이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60세가 넘으면 누구나 구입해서 6개월에 한 번씩 후각을 스스로 확인해볼 수 있도록 고안된 키트예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을 위해 코와 후각을 건강하게 지키는 ‘꿀팁’을 하나 전해주세요.
코에는 공기 가운데 불순물을 걸러내서 목 뒤로 넘기든지, 밖으로 배출해내든지 하는 기능이 있어요. 그런데 그 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드물지 않게 벌어집니다. 그러면 일부러라도 그 작용이 일어나게 해줘야 하는데, 그게 바로 생리식염수로 코를 씻어내는 코 세척입니다. 알레르기비염이나 부비동염이 있는 분들은 필수적이고 건강한 분들도 하루에 한 번 정도 해주면 코 건강을 지키는 데 참 좋습니다. 요즘은 기구도 여럿 나와 있어서 한결 수월하게 시도할 수 있을 겁니다.


“얼굴에는 동굴들이 몇 개 있는데, 거기에 공기가 잘 들어가고 순환되고 점액이 잘 배출되면 걱정할 일이 없어요. 그런데 무슨 이유로든 구멍이 막히고 점액을 제대로 내보내지 못하면 문제가 생기죠.”

에디터 최종훈 포토그래퍼 최재인



명의의 특강│비부비동염
콧물, 코막힘, 기침! 그런데 감기는 아니다?

머리뼈 안에는 부비동이라 부르는 4쌍의 빈 공간이 있는데, 이 부비동과 비강의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 바로 비부비동염, 흔히 말하는 축농증이다. 비부비동염이 만성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증상이 나타난 초기에 충분히 제대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창훈 교수(이비인후과) 포토그래퍼 최재인 


코는 호흡을 시작하는 호흡기계의 가장 상위 구조로, 많은 좋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미세먼지와 같은 공기 중의 나쁜 물질을 걸러줄 뿐 아니라, 들이마신 차가운 공기를 폐에 보내기 전에 따뜻하게 데워주며, 마른 공기에 습기를 부여한다. 비부비동염과같은 코질환으로 인해 이러한 코의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다.

급성과 만성의 구분, 증상 발현 기간 12주
부비동염은 비강과 부비동 점막의 염증을 통칭하는 넓은 의미의 질환군이다. 대부분 코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비염 이후에 발생하고 비염 없이 부비동염만 단독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비부비동염이라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비부비동염은 증상이 매우 다양한 데다가 진찰 소견과 방사선검사 소견, 병리 소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임상적인 정의와 분류에 아직 혼선이 존재하고 있다.
 비부비동염은 일반적으로 증상이 나타난 기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분류한다. 급성 비부비동염은 증상의 기간이 12주 이내인 경우로, 염증 과정은 가역적이어서 약물치료로 후유증 없이 완전히 회복될 수 있다. 반면 만성 비부비동염은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염증이 1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로, 염증 과정이 비가역적이어서 경우에 따라 외과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급성 비부비동염은 세균 감염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나, 만성 비부비동염은 여러 기전을 통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어떤 한 가지 원인 또는 요인만으로 비부비동염의 발병 기전이나 병리학적 현상, 임상적인 다양성을 충분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급성 비부비동염 

누런 화농성 콧물과 코막힘
증상은 최소 10일 이상 최고 12주까지 나타난다. 흔한 증상으로는 상기도 감염 시 나타나는 발열, 권태감, 무력감 등의 전신 증상과 함께 코막힘, 누런 콧물, 안면부 통증, 후각장애 등이 있다. 통증은 염증이 침범된 부비동에 따라 다른데, 상악동염에서는 뺨 부위의 통증을, 전두동염에서는 이마 주위의 통증을, 사골동염에서는 눈 주위의 통증을, 접형동염에서는 눈 뒤쪽과 뒤통수 부위의 통증을 호소한다.
콧물은 초기에는 점액성의 맑은 콧물이 나오다가, 그 양이 점점 증가하고, 곧 누런 화농성으로 변하며, 때로 악취를 동반하기도 한다. 급성기의 증상 가운데 두통이나 통증, 발열 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없어져서, 누런 화농성 콧물과 코막힘 증상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소아에서는 전형적인 증상 외에도 감기와 같은 증상이 7일 이상 지속되면서 저녁에 심해지는 기침과 미열, 입 냄새, 눈 주위가 붓는 증상 등이 나타날 때 급성 비부비동염을 의심할 수 있다.

항생제를 잘 복용해야 하는 이유
대부분의 비부비동염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듣고 코내시경을 시행해 비강 안쪽에 누런 화농성 분비물이 있는지 확인해 객관적인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신체검사 소견이 진단에 중요하지만, 때로 지속적인 비부비동염이 있는 경우에는 방사선 검사와 같은 보조 수단이 필요할 수 있다. 정확한 항생제 치료를 위해서는 원인균을 명확하게 확인해야 하므로 세균배양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급성 비부비동염의 치료 목적은 증상을 경감시키고, 합병증을 예방하며, 만성 비부비동염으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감염된 세균에 감수성이 있는 항생제를 충분한 양으로, 충분한 기간 동안 투여해야 한다. 또한 염증성 분비물을 배출시키고, 부비동 내의 환기를 정상화해야 하며, 비부비동염의 원인 요인에 대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만성 비부비동염 

코내시경을 통한 물혹 동반 여부 확인
증상이 12주 이상 지속될 때 만성 비부비동염이라 하는데, 만성 비부비동염의 증상은 다양하고 특징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주로 점액성(끈적거리는) 또는 점액농성(누렇고 끈적거리는)콧물, 코막힘, 후비루(콧물이 코 뒤에서 목으로 넘어가는 증상), 후각장애, 기침 등이 나타나며, 급성 비부비동염과는 달리 전신증상이나 통증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진단을 위해 코내시경이 꼭 필요하며, 물혹(비용)의 동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컴퓨터 단층촬영이 진단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만성 비부비동염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방사선검사 소견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환자의 증상과 내시경 소견, 방사선검사 소견을 종합해 진단을 내리는 것이 좋다.

부비동 내시경수술, 점막 최대한 보존
만성 비부비동염은 다양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완치가 어렵고 재발이 잦은 것으로 인식돼왔으나, 1980년대 중반 부비동 내시경 수술이 도입되면서 좋은 치료 결과를 보이고 있다. 만성 비부비동염의 치료는 크게 약물요법과 수술요법으로 나눌 수 있다.
만성 비부비동염의 약물요법에서도 역시 항생제 투여가 치료의 기본이 된다. 가능하다면 세균배양과 감수성 검사를 시행해 그 결과에 따라 투약하는 것이 권장되지만, 경험적 치료를 해야 한다면 광범위 항생제를 3-4주 이상 환자가 완전하게 좋아질 때까지 투여한다. 그 외에 국소 스테로이드제, 생리식염수를 이용한 코 세척 등의 보조적 치료가 이용될 수 있다.
약물치료를 충분히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부비동 내시경수술의 도입으로 점막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안전하게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세 절삭기, 항법장치(navigation system) 등이 개발되어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이 가능하다.

비부비동염을 예방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생리식염수 코 세척이다. 우리 몸의 염분 농도와 같은 0.9%의 생리식염수로 하루 두차례 코를 세척하는 것은 비부비동염의 예방뿐만 아니라 치료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생리식염수는 보존제가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약국에서 구매하거나 또는 정량의 염화나트륨을 약국에서 구매해 정수된 실온의 물에 잘 섞어 사용할 수 있다.

급성 비부비동염의 치료 목적은 증상을 경감시키고, 합병증을 예방하며, 만성 비부비동염으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감염된 세균에 감수성이 있는 항생제를 충분한 양으로, 충분한 기간 동안 투여해야 한다. 또한 염증성 분비물을 배출시키고 부비동 내의 환기를 정상화해야 하며, 비부비동염의 원인 요인에 대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