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의 파상공세를 막아낼 최선책을 찾는다 

감염병과 맞서 싸우는 최전방 지휘관 염준섭 교수



위기의 연속이다. 한숨 돌렸다 싶으면 이내 더 강력한 습격이 이어진다. 빈도는 잦아지고 규모는 갈수록 커진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에서 에볼라바이러스, 조류인플루엔자(AI)를 거쳐, 코로나19 감염병에 이르기까지, 지난 몇 해 동안 찾아온 위협적인 사태만 꼽기에도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그 밖에도 국지적으로 벌어지는 싸움은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다. 언제 어디서든 갑자기 들이닥칠 수 있는 감염병의 공격. 우리는 어떤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맞설 준비는 얼마나 잘되어 있는 걸까? 오랫동안 감염병 연구에 매달려온 염준섭 교수(감염내과)와 함께 그 복잡한 세계를 들여다보자.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내과의 존재와 활약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감염내과는 말 그대로 모든 감염질환을 다루는 진료과입니다. 에이즈를 비롯한 여러 감염병, 코로나19 같은 신종 감염병, 동물과 사람 사이에 전파가 가능한 인수공통 감염병을 연구하고 치료하죠. 하지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감염내과는 거의 모든 임상과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맹장염이라고 하면 수술을 담당하는 외과를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거슬러 올라가보면 감염에서 비롯된 질환이거든요. 이렇게 여러 과에 분산되어 있는 온갖 감염질환에 대해서 협진을 통해 어떻게 진단해야 하며, 어떤 접근이 필요한지 공유하고 자문하는 일 또한 저희 몫입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감염병의 공격은 계속되리라고들 합니다.
국가 간의 이동이 잦아지면서 해외에서 감염질환이 유입되고 유행할 가능성은 더 커졌습니다. 열대성 감염병만 하더라도 여행자를 통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행 형태도 인솔자를 따라 안전한 지역만 다니는 패키지 형태가 주종이었지만, 지금은 오지를 포함해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여행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요. 그러니 그만큼 국내로 들어올 수 있는 감염병의 종류와 발생 건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죠. 게다가 기후변화 탓에 평균기온이 점점 올라가면서 우리나라의 자체적인 환경이나 조건도 감염병 확산에 유리한 쪽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발생이나 유입 자체를 막을 수 없다면 대비책이 문제겠네요.
대비라는 게 여러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일단 방역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대한민국은 그래도 준비가 잘되어 있는 국가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메르스 파동을 겪으면서 얻은 경험과 교훈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한바탕 난리를 치르면서 감염병에 대처하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고, 덕분에 열대감염병에 대한 준비를 단단히 갖출 수 있게 된 거죠. 하지만 임상적인 영역에서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분야의 선진국들은 과거식민지 시절부터 연구와 치료 경험을 쌓아왔던 데 반해, 우리는 역사가 짧은 탓에 진지하게 공부하는 분들이 많지 않거든요. 그런 측면에선 아직 더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해야 할 겁니다.

감염병과 관련해 특히 주목해야 할 지역, 또는 질환이 있을까요?
지금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이야기가 다르지만, 그전까지는 해마다 3천만 명을 웃도는 한국인들이 다양한 지역으로 출국해왔는데, 그 가운데 70%는 아시아 권역으로 나갔습니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은 인적 교류도 잦고 관련된 비즈니스도 많아서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질환으로 치자면 모기 매개 바이러스성 질환이 가장 위험합니다. 동남아에서 흔히 보는 뎅기열은 유입 건수도 많지만 우리나라에도 매개 모기가 서식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뎅기열 같은 열대질환이 들어올 수는 있겠지만, 유행까지 염려하는 건 호들갑 아닐까요?
실제로 몇 해 전, 가까운 일본에서 뎅기열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어요. 중국 여행자를 통해 유입된 뒤에 요요기공원의 노숙자가 일종의 숙주 구실을 하면서 크게 확산됐던 거죠. 니파바이러스도 비슷해요. 과일박쥐를 통해 동물에게 들어가고 다시 사람에게 전파되는 바이러스인데, 말레이시아에서 시작됐지만 돼지 수출을 통해 싱가포르로 퍼져나가 크게 유행했죠. 이런 게 다 현지의 풍토병이지만, 현지를 관광하거나 사업하는 분들을 통해 들어와 유행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관계 기관과 연구자들이 각국에서 번지는 여러 질병들과 유입 가능성을 끊임없이 감시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질병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안심이 됩니다.
여러 연구과제가 진행되고 감시체계 역시 꾸준히 진화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로밍자료를 이용해 우리 국민의 여행 동향을 파악하려는 노력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입국할 때 검역관에게 제출하는 설문지만으로는 정보가 부족하니까 통신자료를 컴퓨터로 분석해 더 정밀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얻어내려는 거죠. 그걸 분석하면 특정 지역에서 유행하는 감염병이 유입될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되겠죠.


국가 간의 이동이 잦아지면서 해외에서 감염질환이 유입되고 유행할 가능성은 더 커졌습니다. 열대성 감염병만 하더라도 여행자를 통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그만큼 국내로 들어올 수 있는 감염병의 종류와 발생 건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죠. 게다가 기후변화 탓에 평균기온이 점점 올라가면서 우리나라의 자체적인 환경이나 조건도 감염병 확산에 유리한 쪽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감염질환을 실어 나르지 않도록 여행자 스스로 주의할 점은 없을까요?
물을 조심해 쓸 필요가 있습니다. 양치질은 생수로 마무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수도꼭지에서 나오긴 해도 수원은 가까운 하천이나 연못일 수 있고, 그 수질의 안전성 여부는 확인하기 어려우니까요. 동남아시아 해변을 맨발로 걷는 것도 삼가는 편이 좋습니다. 모래에 살던 동물 기생충이 맨살을 통해 몸으로 들어올 수 있거든요. 가급적 빨래는 다림질해서 입으세요.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볕에 널었던 빨래에 파리가 낳아둔 알이 피부를 파고드는 일이 더러 생기거든요. 고급 단체여행이라면 한결 위험성이 떨어지겠지만, 개인 자유여행자라면 더욱 조심하는 게 현명할 겁니다.

감염내과 의사는 시야가 넓어야겠어요. 세상의 온갖 풍토병에까지 관심을 두어야 하잖아요.
감염내과는 임상진료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그 경계를 넘어서 공익적인 측면에서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조금만 시야를 넓혀서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의 보건문제에 관심과 애정을 갖는다면 힘을 모아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후학들이나 동료 선생님들에게 전공 분야 외에 보건학도 같이 공부해보는 게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젊은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해서 경험을 쌓아가고 연구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에디터 최종훈 포토그래퍼 최재인



명의의 특강│뎅기열
모기기피제가 여행 필수품이 되어야 하는 이유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까지 우리 국민들이 많이 방문했던 해외여행지는 대만, 태국, 일본, 베트남 등 주로 아시아 국가들이었다. 아시아 국가들의 토착 감염병은 유입 위험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해외 유입 법정감염병 통계에서도 동남아시아에서 특히 유행하는 뎅기열이 가장 많이 신고되고 있다.
염준섭 교수(감염내과)


해외 유입 감염병의 주요 매개체, 사람
외국의 감염병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이후, 우리 국민들의 해외여행은 현저하게 감소했다. 그러나 2019년 말까지 우리나라 출국자 수는 연간 3천만 명 이상으로 매년 증가 추세였으며, 이에 따라 다양한 해외 유입 감염병들이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를 강타 중인 코로나19 또한 해외 유입 감염병 중 하나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전 세계가 1일 생활권인 현 시대에 사람이 감염병을 확산시키는 제일 중요한 ‘매개체’임이 증명되었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감염병에 대한 관심과 예방을 위한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열대의학, 여행의학은 선진국에서 시작된 임상 영역으로, 여행자들의 건강, 특히 감염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대한 연구와 진료를 하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이며, 이번 코로나19의 유행을 통해 그 중요성이 크게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경계해야 할 해외 유입 감염병은 말라리아와 뎅기열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코로나19 뉴스에 가려 보도되지 않고 있으나, 지금도 동남아시아의 토착 지역에서는 많은 뎅기열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말라리아 또한 재증가 국가들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뎅기 바이러스에 의한 열병
모기 많은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 주로 분포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에 의한 열병으로, 적도를 중심으로 한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 널리 분포한다. 연간 약 3억 9천만 명이상의 환자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모기 매개 바이러스 질환이며, 전 세계에서 약 25억의 인구가 뎅기열 위험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그리고 남아메리카 국가들에서 주로 발생하며, 토착화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뎅기열 매개 모기가 광범위하게 서식하고 있어서 산발적 유행이 발생하고 있다.
뎅기 바이러스 감염자 중 약 75% 정도가 무증상이며,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대부분 비특이적 증상, 급성 열성 증상이 나타난다. 전체 뎅기열 환자 가운데 약 5%는 중증 뎅기(severe dengue) 감염증으로 진행한다.

뎅기열은 대부분의 환자가 비교적 가볍게 앓고 회복된다. 만약 발열기가 끝나는 시점에 회복되지 않고 출혈이나호흡곤란, 저혈량 쇼크, 혈구수 증가를 동반한 급격한 혈소판 감소와 같은 중증 뎅기 감염증 경계징후가 나타나면반드시 의료기관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점점 증가하는 국내 뎅기열 환자
여행자 많은 1-2월, 7-9월에 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8월 1일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되었고, 이후 해외 유입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포털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2002년 국내 뎅기열 신고 건수는 9건이었으나, 2010년 125건, 2015년 255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직전인 2019년에는 273건을 기록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뎅기열 환자는 모두 해외 유입 사례이기 때문에 뎅기열 토착 지역을 방문하는 여행자 수에 따라 변동된다. 여행자가 많은 1-2월과 7-9월에 신고 건수가 증가한다. 다만 2020년에는 여행력이 없는 환자에게서 주사침 자상으로 인한 감염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있었다.


국내 뎅기열 환자, 동남아시아 여행객에서 가장 많이 발생

국내 뎅기열 환자들의 추정 감염 지역을 대륙별로 살펴보면 동남아시아가 88%로 가장 많았고, 남아시아 10%, 아메리카 0.5%, 오세아니아 0.5%, 아프리카 0.3%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필리핀 방문 후 감염된 사례가 29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다음은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순이었다(2016-2020년 질병관리청 통계 자료).

 _ 동남아시아 : 필리핀, 베트남,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싱가포르, 캄보디아
 _ 남아시아 : 네팔, 동티모르, 몰디브,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인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_ 남아메리카 : 브라질, 트리니다드, 토바고, 파라과이
 _ 오세아니아 : 바누아투, 북마리아나제도, 파푸아뉴기니, 팔라우, 피지, 마셜제도
 _ 아프리카 : 가나, 말라위, 탄자니아
 _ 중앙아메리카 : 과테말라, 멕시코


전 세계적 통계
지난 20년 간 발병 건수 8배 이상 급증

한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3억 9천만 건의 뎅기열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하며, 그중 9천 6백만 건은 유증상자로 추정된다고 한다.
WHO에 보고된 뎅기열 발병 건수는 2000년 50만 5천여 건에서 2010년 240만 건 이상, 2019년 대략 520만 건으로, 지난20년 동안 8배 이상 증가했다. 우려스러운 점은 2000년에 보고된 사망자 수가 960명에서 2015년에는 4,032명으로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성인 뎅기열 환자들이 비교적 가볍게 앓고 회복되므로 이 질환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뎅기열은 두 번째로 감염될 경우 중증 뎅기열로 진행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병이다. 따라서 유행 지역을 다녀온 후 발열이 나타났다면 뎅기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여부를 확인받는 것을 추천하며, 한 차례 뎅기열을 앓은경우라면 더욱 철저하게 예방법을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입원치료가 필요한 중증 뎅기 감염증
출혈, 호흡곤란, 저혈량 쇼크, 혈소판 감소

임상 증상이 발생하는 환자에서는 잠복기가 3-14일로, 일반적으로 4-7일이다. 과거 WHO는 뎅기 바이러스 감염 후 나타나는 질환을 뎅기열, 뎅기출혈열, 뎅기쇼크증후군으로 분류 했다.
대부분의 환자가 비교적 가볍게 앓고 회복되지만, 일부 환자 에서는 혈장 누출에 의한 혈액 부족과 쇼크가 발생하는 중증 뎅기로 진행하기도 한다. 두통, 안와 통증, 근육통, 관절통, 반점 구진성 발진, 출혈성 반점, 자반병, 구강 출혈 등을 포함한 미약한 출혈 증상이 발생한다.
열이 내리고 발열기가 끝나는 시점 전후로 지속적 구토, 극심한 복통, 점막 출혈 소견이 보일 수 있다. 만약 이 시기에 회복되지 않고 출혈이나 호흡곤란, 저혈량 쇼크, 혈구수 증가를 동반한 급격한 혈소판 감소와 같은 중증 뎅기 감염증 경계징후가 나타나면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뎅기열이 위험한 이유
항바이러스제도, 백신도 없다

안타깝게도 뎅기 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제가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도 대증적 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증 뎅기 감염증 경계징후가 있을 때 적절한 수액치료가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므로 대증적 치료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아직까지 뎅기열 위험 지역을 방문할 여행자들이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은 개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도 다행히 최근 연구 개발 중인 백신의 임상시험 결과가 나쁘지 않아 머지않은 미래에는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
모기기피제를 적극 활용하라

현재로서는 모기에 물리지 않게 주의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말라리아 매개 모기와 달리, 뎅기열을 매개하는 숲모기는 적극적으로 사람을 흡혈하는 습성이 있고, 주로 낮에 흡혈한다. 그러므로 활동량이 많은 낮에도 반드시 모기기피제를 바르거나 뿌리고,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의류를 착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기기피제는 DEET(diethyltoluamide) 성분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추천되고, 땀 등에 의해 희석될 수 있으므로 3-4시간 간격으로 다시 피부에 뿌리거나 발라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