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의 뿌리를 캔다,

아귀가 딱 맞는 답이 나올 때까지

복잡다단한 비뇨기 질환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명탐정 김장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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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자리를 잡은 요실금은 단단히 들러붙어 좀처럼 떨어져나가지 않았다. 소문난 병원을 찾아서 솜씨가 뛰어난 의사에게 두 번씩이나 수술을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는 지칠 대로 지친 환자가 택한 마지막 카드였다. 환자가 답답한 속내를 토해내는 순간부터 김장환 교수의 머릿속에서 탐지 프로그램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무심결에 토해내는 말들 속에서 항문 한쪽에 감각이 없고 걸을 때마다 다리가 아프다는 한마디가 그의 레이더에 걸려들었다. 사진을 찍어서 확인해보니 척수에 종양의 흔적이 선연했다. 증상은 비뇨기 쪽에 나타났지만, 원인은 엉뚱한 데 숨어 있었던 것이다.


교수님은 비뇨기 전문가시잖아요? 척수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요?

그래요? 실제로는 더러 뇌질환을 찾아내기도 하는 걸요. 비뇨의학과에서는 콩팥부터 부신, 요관, 방광, 전립선, 음낭과 음경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의 여러 장기들을 다룹니다. 저는 그중에서 암을 제외한 비뇨기 질환을 치료합니다. 먹고 자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배뇨기능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키는 게 제 역할이에요. 그런데 그 기능이 원활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분들을 진료하면서 원인을 캐다 보면 그 끝이 척수를 거쳐 뇌에 가닿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뇌가 척수를 통해 신호를 보내서 소변을 저장하고 배출하는 기능을 통제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보면 비뇨기와 척수, 뇌의 거리가 멀다고는 할 수 없죠. 


교수님이 살피는 영역이 생각보다 광범위하군요.

물론 제가 가장 자주 대하는 질환은 배뇨장애 쪽이에요. 배뇨는 저장했다가 배출하는 활동이 핵심인데 해부학적으로든, 기능적으로든 탈이 나는 경우가 많아요. 통상적으로 방광이 예민해져서 발병하는 사례가 많지만 관여하는 장기가 워낙 여럿이다 보니 어디서든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증상에만 집중해서 원인을 놓치면 재발하기 십상이죠. 환자들이 굳이 대학병원까지 찾아오는 까닭이 뭐겠어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고 원인조차 알 수 없기 때문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가능한 요인을 하나씩 확인해가면서 역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간혹 뇌질환과 만나기도 하는 거죠.


그러자면 환자를 만날 때 이것저것 살펴야 할 구석이 많겠습니다.

제가 의과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진단은 90% 이상 환자와 마주하고 대화하는 자리에서 내려진다고 배웠어요. 이제는 검사와 진단 기술이 워낙 발전해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졌지만, 저희 분야는 아직 그런 면이 많이 남아 있어요. 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질환이 너무 많아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서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사례가 허다하거든요. 의사로서 정말 대하고 싶지 않은 장면이 있다면, 검사 결과가 깨끗한데 왜 그러시냐고 묻거나 약에 반응이 없으니 체질 탓일 거라고 설명하는 모습일 겁니다. 얼마든지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스스로 배움이 모자라서 아직 원인을 못 봤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게 정답이라고 믿습니다.


비뇨기뿐만 아니라 신경계 질환들도 따로 배우셨나 봐요.

별도로 배웠다기보다 필요에 쫓겨 어쩔 수 없이 공부했다고 봐야 할 거예요. 환자에게 많이 배웠습니다. 환자가 하는 이야기와 현상이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그럼 원점으로 돌아가 어디서 엉켰는지 한 갈래 한 갈래 확인해야 해요. 그러다 보면 결국 답이 나옵니다. 예전에는 가능한 스토리가 한두 갈래뿐이었지만, 의학이 발전한 지금은 열 갈래가 넘을 수도 있어요. 일일이 뒤지는 게 부담스러워도 답이 나오면 환자에게는 인생이 바뀔 만큼 영향이 크잖아요. 그러니 기능과 관련된 질환을 보는 의사에게 공부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인 셈이죠.


애써 공부하고 고민해서 매듭을 풀어냈을 때 느끼는 환희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선천성 기형을 안고 살아온 스무 살 남짓 된 청년을 치료한 적이 있어요. 태어나서부터 기저귀를 떼어본 적이 없었다니, 얼마나 고달프고 위축된 삶을 살았겠어요. 다른 병원에서 요로를 막고 소변주머니를 차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세브란스를 찾아왔더라고요. 정말 힘들었겠다고 했더니 눈물을 흘리더군요.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더니 아예 대성통곡을 하더라고요. 괄약근이 아예 없어서 수술이 몹시 까다로웠지만 결국 해냈어요. 지금 서른이 다 돼가는데, 표정부터 말투까지 완전히 딴사람이 됐죠. 그런 감격이 큰 동력인 건 사실이죠. 그러나 달리 보자면 제가 세브란스병원에 존재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비슷비슷한 증상을 가진 환자들을 보면서 단순하고 전통적인 대안만 제시하려 한다면 3차 의료기관에 있을 이유가 없을 겁니다.


기질적으로도 파고드는 걸 좋아하는 면모를 갖고 계신 건가요?

개인적인 성향의 영향을 부정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러기에 암을 치료하는 게 굉장히 멋지고 보람 있겠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일찌감치 이쪽을 선택했겠죠? 사실 비뇨의학과는 내과와 외과를 넘나드는 다이나믹한 분야예요. 관련된 장기가 여럿인 까닭에 현미경에 기대야 할 만큼 미세한 케이스부터 장을 다 들어내는 경우까지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수술을 합니다. 반면에 약물을 사용하는 치료도 내과 못지않게 숱하죠. 접근 방식도 지극히 도전적입니다. 탐정처럼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가야 하는 경우가 수두룩하죠. 창조적인 속성도 강해서 환부를 도려내는 데 그치지 않고 망가진 부분을 재건해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도 하거든요.


비뇨의학과라면 남성들을 대상으로 전립선이나 성기능 장애를 다루는 게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팩트 체크부터 하자면, 환자는 남녀를 다 봅니다. 굳이 비율을 말씀드리자면 6:4쯤 될 겁니다. 노소도 가리지 않습니다. 전립선비대증이나 성기능 장애가 어른들에게 잦은 질환이라면 어린이들의 질환은 선천성 기형이 많습니다. 어린이 기형 가운데 빈도가 가장 높은 것이 비뇨생식기 기형이라는 거 알고 계세요? 기능적으로는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들을 주로 다루죠. 이처럼 중요한 분야임에도 가볍게 치부되는 경향이 많아서 무척 아쉽습니다. 전립선 질환이나 성기능 장애도 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걸 기억해주시면 좋겠어요.



환자 한 사람에게 집착하다 보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건 사실이죠. 정해진 시간에 최대한 환자를 봐야 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세브란스여서 그나마 융통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병원의 환경과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에 남다른 면이 있거든요. 끝까지 원인을 캐는 방식을 추구하다 보면 병원 전체, 좁게는 비뇨의학과의 실적을 높이는 데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동료 교수들과 구성원들이 그걸 용납해준 거죠. 최선을 다해서 한 명이라도 더 도와주려는 노력을 인정해주는 분위기입니다.



명의의 특강  전립선 수술 후 생긴 요실금

요실금이 생겼을 때는 배뇨장애 전문의와 상의해야


종양이든 비대증이든 전립선에 문제가 생겨 수술을 받는 환자들은 걱정이 아주 많다. 인터넷 카페에는 성기능 장애와 요실금 문제에 대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전립선수술 후에 소변이 새는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면 인터넷 검색을 할 게 아니라 서둘러 배뇨장애 전문의를 만나야 한다.

글 김장환 교수(비뇨의학과)


전립선수술 후 소변이 샌다?

전립선암 또는 전립선비대증 수술을 받은 후 소변이 샌다는 환자들이 있다. 이를 전립선절제술 후 요실금(PPI, Post-Prostatectomy Incontinence)이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전립선비대증 수술 및 내시경적 또는 광범위한 전립선적출술 후에 발생하는 요실금 등을 통틀어서 말한다. 원인은 전립선암 수술을 할 때 전립선을 제거하면서 발생하는 요도괄약근의 손상 또는 약화, 주변 신경의 손상, 방광경부의 확장, 방광기능의 약화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원인을 ‘요도괄약근의 손상’이라 하면 이를 수술 중 발생한 합병증이라 오해할 수 있는데, 전립선수술 후 요실금은 오히려 환자의 기저질환이나 기존의 증상들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밝혀져 있으며, 요도를 감싸고 있는 전립선의 해부학적 특징과 절제술이라는 수술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하게 생길 수밖에 없는 요도괄약근의 약화로 전립선절제술 후 요실금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전립선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서는 복압성요실금과 절박성요실금이 모두 발생할 수 있으며, 발생 빈도는 15% 정도다. 아무리 뛰어난 의사가 수술을 하더라도, 또 최첨단 로봇수술을 받더라도 이 수치는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므로 전립선절제술 후 요실금은 수술이 잘못되어 생긴 결과라기보다는 (특히 전립선암 수술의 경우) 전립선 제거로 인해 생기는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전립선절제술 후 요실금은 보통 1년 내 회복

전립선절제술 후 요실금의 발생 빈도는 시기, 기준, 연구에 따라 매우 다르다. 대략적으로 전립선절제술 후 초기에 많이 발생하고, 괄약근이 회복하면서 그 빈도가 점차 줄어들다가 일부는 영구적으로 회복이 덜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볼 때 대개 수술 후 6개월까지 급속하게 회복률이 높아지다가 그 다음에는 완만한 회복을 보이고, 대개 1년에서 2년 정도가 되면 회복률이 평형을 이루게 된다.


전립선절제술 후 요실금의 정도는 패드를 쓰는 기준으로 말할 수 있다. 요실금 패드를 1개 이상 사용하는 경우, 1개 이하를 사용하는 경우, (소변이) 새더라도 패드를 전혀 안 쓰는 경우, 전혀 새지도 않고 패드도 안 쓰는 경우 등 4단계로 나누는 것이다. 대개 수술 후 1년을 기준으로 전혀 새지도 않고 패드도 사용하지 않는 경우는 대규모 연구에서 23%밖에 안 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즉 그 의미는 70-80%는 패드를 쓰건 안 쓰건 전립선절제술 후 소변이 조금이라도 샌다는 말이다.


여기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그것은 전립선절제술을 받기 전에 소변이 전혀 새지 않는 경우는 73%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즉 수술 이전에 27%, 즉 4명 중 1명 이상은 이미 요실금을 경험하고 있었다는 것이며, 이는 대부분 과민성 방광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적으로 전립선절제술에 의해 조금이라도 소변이 새는 경우는 앞에서 말한 70-80%보다는 적을 것이다.


또한 전립선절제술 이후 심한 요실금 교정을 위해 수술까지 받는 환자는 겨우 5% 내외로 보고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절제술 이후 요실금 치료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수술률이 낮을 수도 있다. 경험적으로 보면 전립선절제술 후 발생한 요실금의 치료법이나 수술법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숨어 있는 환자들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전립선절제술 후 요실금이 아주 심한 경우에는 6개월이 되는 시점, 패드를 차야 될 정도라면 1년 즈음에는 배뇨장애 전문의를 만나 상담받고 치료하는 것을 권한다.


전립선절제술 후 복압성요실금, 시간 지나면 발생할 수도

전립선수술 후 발생하는 요실금은 복압성요실금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이며, 나머지는 복압성요실금과 절박성요실금이 섞여 있는 형태, 또 일부는 과민성 방광으로 인해 요실금이 발생한다. 따라서 환자의 증상을 정확히 청취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처음엔 절박성요실금만 있었지만 나이가 들고 괄약근이 약해지면서, 또는 전립선암이 재발해 방사선치료를 하는 경우 이전에 없던 복압성요실금이 발생하기도 한다.


아울러 전립선암으로 전립선적출술을 받은 경우와 전립선비대증 수술을 받은 경우를 비교해 보면 요실금의 발생 빈도는 비교적 큰 차이가 있다. 전립선비대증 수술 후 요실금 발생 확률은 1% 정도로 매우 낮으므로 그렇게 크게 겁낼 필요는 없다.


요실금의 종류와 정도 파악을 위한 다양한 검사

전립선절제술 후 요실금 검사 방법으로는 우선 소변검사를 기본적으로 시행하고, 패드 테스트나 환자 문진을 시행해 복압성요실금인지 절박성요실금인지를 평가한다. 또한 환자의 방광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요도내시경과 요역동학검사를 추가로 시행할 수 있다. 치료와 수술 방법을 결정할 때는 전립선암 수술 후 배뇨근 수축력, 방광경부 협착, 요도 협착, 괄약근의 상태 등을 확인해야 하며, 협착이 있으면 협착 문제를 해결하고 요실금을 치료해야 한다.


요실금 심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운동이 효과적

전립선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에게는 괄약근강화운동, 골반근육운동을 강력히 권장한다. 운동이 전립선수술 후 회복을 돕는 효과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도 수술 전에 운동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고, 수술 후 1-2주가 지나면 운동을 권하고 있다.


헬스장에서 개인 트레이너에게 지도를 받으면서 운동을 하면 더 안전하게 효과적으로 운동할 수 있으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골반근 운동 역시 꾸준한 교육과 지속적인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실제로 환자들이 운동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운동하는 경우가 많다. 경험적으로 볼 때 환자에게 교육을 강화하고 휴대용 기구 구매를 유도해 지속적인 훈련을 진행했을 때 좋은 효과가 나타났다. 즉 운동치료는 바르게 이해하고 정확히 시행해야 효과적이다. 그러나 전립선절제술 후 1년이 경과한 후에도 심각한 요실금을 경험한다면 운동으로 효과를 보긴 어려우니 반드시 배뇨장애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고 수술적 치료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요실금 치료 방법, 슬링 수술과 인공요도괄약근 삽입술

슬링 수술은 요실금이 심하지 않고 방광기능이 양호할 때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인공요도괄약근 삽입술은 슬링 수술이 부적절할 때 시행하며, 약해진 요도괄약근 대신 인공괄약근이 요도를 조여 소변이 새는 것을 막는다. 소변이 마려울 때 음낭의 펌프를 누르면 조여 있던 인공괄약근이 풀리면서 소변이 나오는 구조로,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