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치료로 최적의 재활 효과 끌어내는 김덕용 교수
뇌졸중 재활치료, 초기에 집중하라


뇌졸중 발병 초기 기민한 대처로 고비를 넘기고 나면, 이제 관건은 재활이다. 김덕용 교수(재활의학과)는“환자의 현재 상태와 회복 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해 환자별로 체계적인 계획 하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최적의 재활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김덕용교수(재활의학과)
진료 분야 : 뇌졸중 재활, 통증 재활



얼마든지 회복이 가능한데도 상실감에 빠져 치료를 포기하는
어르신 환자들이 가장 안타깝다는 김덕용 교수.
그가 추구하는 재활은 “환자와 함께하는 환자 맞춤형 집중 재활치료”다.
의욕에 넘쳐홀로 앞서가기보다는 환자 옆에 서서 세심히 관찰하며 가장 절실한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담긴 진료 철학이다. 



재활치료가 무조건 모든 환자에게 다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뇌의 회복력은 올바른 치료로촉진되기도 하지만 잘못된 치료에방해받을 수도 있거든요. 재활 전문의의정확한 평가와 치료 계획이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뇌졸중은 장애를 남긴다는 점에서 공포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인 장애의 가장 흔한 원인인 뇌졸중은 어르신들이 특히 두려워하는 질환입니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출혈한 위치에 따라 인지장애, 운동장애, 언어장애, 삼킴장애 등이 나타나고 우울증 같은 심리적 장애까지 겪게 되죠. 보통 뇌졸중 후 3명 중 한 명이 일상생활에 장애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뇌 또한 다른 장기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회복력을 갖고 있어서, 재활치료로 회복을 촉진시켜주면장애를 최대한 줄일 수 있습니다.



손상된 뇌가 회복된다는 말씀이신가요?

1980년대부터 여러 연구에서 뇌졸중 이후 뇌에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 보고되었습니다. 손상된 뇌 조직 자체가 재생되는 것은 미미하지만, 뇌 안에 변화가 일어나는 뇌 가소성에 의해기능적 회복은 가능하다는 이야깁니다. 뇌졸중이 발병하면 직접적 손상 부위뿐만 아니라 그 주변까지 부종 등으로 손상을 입고 기능이 떨어지는데, 시간이 흐르면 불완전 손상을입었던 주변 신경세포가 제 기능을 시작하면서초기 수일에서 수 주 동안 회복이 일어납니다. 재활치료를 하지 않아도 급성기가 지나면 어느 정도 회복되는 원리가 바로 이것이지요. 이후 뇌 가소성에 의해 손상된 뇌 부위가 담당하던 기능을 뇌의 다른 부위에서 대신하는 방향으로 뇌 안에 변화가 생기는데, 이를 기능적 재조합이라 합니다. 예를 들어 오른손의 움직임에 관여하는 좌뇌의 일차운동피질이 손상되면전운동피질, 부가운동영역, 반대측 일차운동피질 등 운동과 관련된 다른 뇌 영역이 일차운동피질의 기능을 대신해 오른손을 움직이게 하는 거죠. 그 밖에도 일부 신경의 재생이나 시냅스의 변화 등이 뇌 기능 회복에 도움을 줍니다



재활치료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있나요?

보통 발병 후 2년까지 회복이 가능하며 그중뇌 가소성이 가장 활발한 3개월 이내에 가장 많은 회복이 일어납니다. 뇌졸중의 중증도에 따라 다르지만, 경증 환자는 3개월 안에 회복이끝나기도 하고요. 결국 조기의 집중 재활치료가 회복을 촉진하는 최선의 방법인 거죠. 세브란스병원에서는 보통 발병 3일 이내에 재활의학과 의료진이 직접 환자 상태를 보며 재활 관련 평가를 하고, 신경학적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합병증 예방에 집중하는 초기 재활치료를 합니다. 환자 상태가 좋은 경우 초기부터 회복 치료를 하고요. 이후 신경학적 안정기에 접어들면 재평가를 해서 재활치료 없이 자연 회복이 가능한지 살피고, 재활치료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면 예후 예측을 통해 환자에게 맞는 최종 목표를 설정하고 단계별 구체적 목표와 재활치료 계획 등을 결정합니다. 집중 재활치료가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환자일수록 예후예측은 특히 더 중요합니다.



예후 예측에는 어떤 검사들이 필요한가요?

우선 MRI로 손상 부위를 정확히 확인해 향후어떤 기능에 어느 정도 장애가 생기고 얼마나회복이 가능할지 대략적으로 예측합니다. 이후 언어기능, 삼킴기능, 인지기능, 심리기능 등영역별 평가를 시행하죠. 운동기능을 예로 들면 운동유발전위, 확산텐서영상(특수 MRI) 등을 통해 운동신경이 어느 정도 살아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중력에 대한 근육의 반응등을 평가합니다. 삼킴장애가 있으면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 폐렴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환자에 따라 비디오투시연하검사를 통해 삼킴기능도 평가합니다. 이런 검사들을 통해 종합적으로 예후를 예측하고, 환자 개개인에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죠



뇌졸중 환자들의 재활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크게 2차 장애 예방과 기능 회복 촉진에 집중됩니다. 뇌손상으로 신체의 모든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면 회복은커녕 오히려 가진 기능을 잃게 되는 경우도있습니다. 관절 구축이나 욕창, 폐렴 등 다른합병증을 막는 것만으로도 자연 회복을 따라가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뇌 가소성이 활발한 시기에 집중 재활치료로 기능 회복을 최대한 촉진시키는 것입니다. 운동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뿐만 아니라 경두개직류자극술, 반복적 경두개자기자극술 등 뇌를 직접 자극해 기능 회복을 유도하는 치료법도 시행합니다.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도 함께 진행하고요. 기능 회복을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기능을 대치하기위한 보조기 등을 선택합니다. 재활의학과 의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심리치료사, 간호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힘을모으는 포괄적 팀 접근이 중요합니다



가족들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뇌졸중이 생기면 누구나 상실감을 경험하며, 우울증을 앓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가족들의심리적 지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가족 관계가돈독할수록 환자 마음이 안정되고 재활 참여도도 높아지거든요. 또 환자 상태와 예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주치의, 치료사 등과 상의해장기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환자 상태에 맞는구체적 관리법 등을 배우는 것도 좋고요. 개인적으로는 치료 시작하고 2주쯤 지나면 가족면담을 시행해 환자의 현재 상태와 예후, 치료계획 등을 자세히 설명해드립니다.



뇌졸중 환자의 재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 뇌졸중 재발 요인 관리, 조기의 집중 재활치료, 의료진의 정확한예후 예측 모든 게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환자의 적극적인 참여입니다. 재활치료는 한번에 끝나지 않습니다. 백만 스물하나, 백만 스물둘 팔굽혀펴기를 하던 광고 속 에너자이저처럼 끊임없는 반복 집중 훈련이 필요합니다. 뇌졸중은 회복되는 병입니다. 또 장애가 남더라도 얼마든지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기억하고, 재활에 적극 참여하셔야 합니다


조기에 집중 재활치료를 하는 것이나 의료진의 정확한 예후 예측 모두 중요하지만,
재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환자의 적극적인 참여입니다. 재활치료는 수술처럼
한 번에 끝나지 않습니다. 끊임없는 반복 훈련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김덕용 교수의 맞춤 재활치료로 인생 2막 열어가는 정진성 목사
그저 모든 것이 감사합니다




갑작스러운 뇌출혈, 완전히 달라진 삶
작년 6월 초, 그날도 여느 때와 똑같았다.
점심을 먹고 초여 름 더위에 흘린 땀을 씻으려는데 갑자기 몸이 말을 듣질 않았다. 이상한 느낌에 팔에 세게 힘을 주자 갑자기 뭔가 뚝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이후 팔다리가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
겨우 지인들에게 전화로 상황을 알린 그는 곧바로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구급차에 실려 가까운 종합병원 중환자 실에 입원하게 되었다.
좌뇌 기저핵에 출혈이 생겼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지인들의적극적인 도움과 의료진들의 기민한 대응 덕에 목숨은 건졌지만, 이후 정진성 씨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처음 깨어나서는 아무것도 기억하질 못했습니다.
아내도 아들도 전혀 못 알아봤고, 글자 하나도 못 읽었습니다.
신경외과 치료를 받는 동안 열심히 기도해준 지인들이 여기저기 수소문한모양이에요. 재활은 세브란스가 체계적이라며 김덕용 교수님을 추천해주더군요.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병원에 대한믿음도 있었지요.”
정진성 씨는 뇌졸중 발병 3주 만에 세브란스 재활병원에 입원해 집중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급성기 이후 약간 회복되었지만, 걷기는커녕 혼자 서는 것조차 불가능하고 일상적인단어조차 떠올리지 못하는 상태였다.
“인지기능, 언어기능 등 대부분의 기능이 정상의 약 30-40% 정도만 남은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손상된 뇌 부위가치명적이지 않은 데다 조기에 집중적으로 재활치료를 받은덕에 지금은 대부분의 기능이 80-90%까지 올라왔습니다.
집중 재활치료만 하루 4시간 이상, 병실에서 환자 스스로 하도록 짜놓은 세세한 프로그램까지 모두 성실히 참여하셨어요.”
김덕용 교수는 환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회복의 핵심이었다고 거듭 칭찬했다.


모든 것이 새로워 더욱 감사
특유의 뚝심과 강한 의지력으로 평생을 살아온 것처럼 정진성 씨는 뇌졸중도 그렇게 묵묵히 이겨내고 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하루 만 보 이상 걷다 보면 발톱이 새까맣게 죽는건 예사고, 마비가 왔던 오른손으로는 필기가 어려워 설교준비에도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하다.
뜻대로 되지 않는 몸에 짜증이 날 만도 하건만, 그는 인터뷰 내내 감사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죽을 목숨 하나님이 살려주셨으니 너무 감사하죠.
좋은 교수님 만나 이렇게 많이 회복된 것도 너무너무 감사하고요.
생활은 예전보다 조금 불편하지만, 목회까지 다시 할 수 있으니 불평할 게 전혀 없습니다.”
정진성 씨는 인생의 큰 변화를 겪으며 세상 보는 눈도 달라졌다.
신체의 불편을 통해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세브란스 재활병원에 5,000만 원씩 두 번 기부도 했다.
“재활병원에 가보니 중증 환자들이 참 많더군요.
10년 넘게 치료 중인 분들도 있고요.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