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환자를 도울 수 있습니다


- 헌혈증 75장 기부한 주진우 씨 -


스무 살 대부터 서른넷이 된 지금까지 헌혈 총 96회.

곧 군 복무를 시작할 주진우 씨는 지금까지 모은 헌혈증을 세브란스병원에 모두 기부했다.


 

  

   15년 동안 두 달에 한 번


  "처음 헌혈을 한 것은 의과대학 1학년 때였습니다. 대학 선배가 백혈병

   진단을 받게 되자, 다들 헌혈을 하고 헌혈증을 모으고 기부금을 

   만들었죠. 그렇게 시작한 헌혈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얼마 전 96번째 헌혈을 했으니, 주진우 씨는 15년 동안 두 달에

   한 번은 헌혈을 한 셈이다. 의과대학 시절부터 전공의 과정을 마치는 

   내내 꾸준히 모은 헌혈증 75장은 지난 2월 세브란스병원 

   사회사업팀에 전달했다. 세브란스병원 병리과 레지던트를 마치고

   3월 군 복무에 들어가면서 몸담았던 병원의 환자들에 대한 그의 

   마음이었다.


  "꼭 필요한 분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특히 수혈을 많이 해야 

   하는 어린이 백혈병 환자들에게는 헌혈증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니까요." 헌혈증 75장에는 의사가 되기 위해 바쁘고 고단하게 

   보냈을 그의 열정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주진우 씨의 헌혈의 

   시작과 지금에는 백혈병 걸린 선배도 있고, 병리과의 주 업무인 

   백혈병 환자의 골수검사 판독도 있다. 그래서 골수만 맞으면 언제든 

   치료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조혈모세포 기증도 했다.


   억울암 죽음이 없도록 진실 밝히는 의사


   공부할 시간도 모자랐던 의과대학 시절 2년과 레지던트 1년 차 때,

   주진우 씨는 일주일에 한 번 대학 근처 보육원과 어린이집에 들러 

   재능 기부로 아이들의 공부를 봐줬다. 두 달에 한 번 팔을 걷어부치고 

   헌혈을 한 것처럼 가르치는 재능과 마음을 나누는 것은 그에게 소중한

   일상의 일부였던 것.



"헌혈이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빨간 피를 뽑는 전혈은 10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혈장이나 혈소판 같은 성분헌혈은 40분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리고요.

헌혈을 하면 환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헌혈 후 받게 되는 헌혈증은 자신이 쓸 수도 있고, 또 기부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많은 분들이 헌혈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시는 것 같더라고요.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그건 정말 소중한 기부가 됩니다.


주진우 씨는 겨울철에는 헌혈이 많이 줄어서 피가 모자랄 때가 많다고 안타까워하며 조심스럽게 헌혈을 독려했다.

3월 초 군 복무를 시작했다가 38개월 후 소집 해제를 하면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는 거냐는 당연해 보이는 질문에

그는 뜻밖에 "아닙니다"라는 즉답을 내놓았다.


"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일하기 위해 의사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꼭 하고 싶었던 일이거든요.

병리과를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고요. 법의학을 더 공부해야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추리소설을 많이 읽었고 범죄 스릴러 영화도 좋아한다는 그는 5주 국과수 파견 근무 기간이 정말 보람찬 시간이었다면서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주진우 씨의 100번째 헌혈은 금년 안에 이루어질 것 같다.

그의 착한 마음이 환자들에게도 희망의 불씨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