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환자들에게 사진 선물하는 재능기부
- 제인스튜디오 최재인 실장 -
말기암 환자들의 시간을 사진으로 남겨주는 포토그래퍼는
셔터를 누를 때마다 조금 더 신중해진다.
그가 찍는 사진들은 하나의 앨범이 되어 환자들의 기억과
가족들의 마음에 고이 남기 때문이다.
해묵은 마음, 실천에 옮기다
최재인 실장(제인스튜디오)은 한 달에 대여섯 번 세브란스병원에
와서 사진 촬영을 한다. 세브란스 병원 대표 명의와 간호사도 찍고,
똑 소리나게 일 잘하고 친절한 직원도 찍는다. 수술실이나
검사실에도 조심스러 들어가 셔터를 누른다. 그의 셔터 소리로
탄생한 사진들은 세브란스병원 이름으로 나오는 월간지, 브로셔,
단행본 등에 실린다. 이 일을 해온지 이제 10년을 헤아린다.
최 실장은 올해 초 해묵은 결심 하나를 실천에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일이었는데 늘 다음에 하자, 이 다음에...
그러면서 미루기만 했어요. 당연히 일이 우선이었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건 핑계였어요. 일은 언제나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올 1월 딱 시작하기로 했죠. 일 때문에 병원에 자주 오니까
그때 좀 더 시간을 내면 되는 일이니 큰 부담은 없습니다."
오랫동안 사진 작업을 하면서 최 실장에겐 눈여겨봐둔 부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완화의료센터다. 완화의료센터에 머무는 이들은
말기암 환자들이었고, 의료진 외에도 그들을 돕는 손길들이 여럿
있었다. 완화의료센터에 사진 촬영으로 자원봉사의 뜻을 밝히자,
센터 쪽에서도 반색을 했다. 원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여러 모습을
촬영하기로 했다. 최재인 실장이 사진을 찍어주면 완화의료센터는
그 사진들을 모아 환자에게 앨범으로 전달했다.
오늘의 밝은 모습, 찰칵찰칵 담아내며
한 달에 한 번 진행되는 이 특별한 촬영 작업이 있을 때마다
최 실장은 산다는 것의 의미를 묵직하게 되새기곤 한다.
"주로 소아암 환아들을 찍고 있어요.
두 살에서 여섯 살 되는 어린 아이들이에요.
병동에 올라가 입원해있는 아이가 웃고 걷고
뛰고 놀고하는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요.
아이들을 너무 예뻐하는 간호사 선생님들과 함께
웃는 모습을 찍기도 하고, 옆 병상에 있는 친구랑
같이 있는 모습을 담기도 해요."
소아암 말기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고 예쁘다. 파인더 속 환아를 보며 셔터를 누를 때마다
최재인 실장의 마음은 길을 잃곤 한다.
그 역시 딸아이를 키우는 아빠라서 아픈 마음이 더 절절해지는 것이다.
촬영 약속을 하고 갔는데 아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촬영을
못할 때도 종종 있다. 그러면 다시 약속을 잡기도 한다.
"아픈 아이들을 볼 때마다 내가 힘들다고 했던 생각들이
참 염치없어져요. 반성하고 감사하게돼요, 나의 지금에 대해서,
가급적 오래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제가 가진 기술로 누군가에게는
인생샷으로 남길 사진이 남는다면 감사한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