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을 이겨낸 선수로,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되기를 

수술 4개월 만에 일본 투어 우승한 신지애 선수와 집도의 최윤락 교수사수술 4개월 만에 일본 투어 우승한 신지애 선수와 집도의최윤락 교수  

고질적인 손 · 팔 통증에 시달려왔던 신지애 선수는 지난해 상반기에 양쪽 팔 수술을 받았다.
코로나 사태로 일본 투어가 취소되면서 어렵사리 결정한 수술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는 수술 약 4개월 만에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우승을 차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최후의 보루로 여겼던 수술을 결심하기까지
육체가 가진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올려 성과를 내는 전문 운동선수에게근골격계 질환은 마치 직업병과도 같다. 통증을 달고 산다는 말이 과언이아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사상 최초 및 3년 연속 4관왕(다승왕, 상금왕, 최저타수상, 대상), 아시아인 최초 세계 랭킹 1위, 파이널 퀸, 지존 등등 골프선수로서 더없이 화려한 수식어를 가진 신지애 선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JLPGA를 주 무대로 베테랑 선수의 노련미와 저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오랜 선수생활로 인한 손 · 팔 통증은 그녀에게 마치 떼놓을 수 없는 반갑지 않은 동반자 같았다.
 최근 몇 년간 손목과 팔꿈치의 통증을 다스리기 위해 근력 강화 운동부터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 여러 비수술적인 치료법을 동원했으나, 선수생활을 계속하는 상황에서는 임시방편일 뿐. 때때로 통증은 골프채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기도 했다. 프로 16년 차임에도 여전히 골프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가득한 그녀는 코로나로 뜻밖의 강제 휴식기를 가지는 동안 고심을 거듭했고, 최윤락 교수(정형외과)의 권유대로 수술을 결정했다.
 “아마 코로나가 없었으면 수술 안 하고 투어에 참여하면서 버텼을 거예요. 선수니까 어느 정도의 통증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또 여태껏 잘 참아왔거든요. 그런데 투어가 취소되면서 운동량이 줄어드니 통증이 심해지더라고요. 경기 때의 기분 좋은 긴장과 흥분이 통증을 줄여주는 역할을 해주지 않았나 싶어요. 일상의 변화가 저한테는 몸의 통증으로 가장 크게 나타난 거죠. 더 나은 골프를 하기 위해 고민 끝에 수술을 결정했습니다.”

수술 4개월 만에 우승 쾌거
신지애 선수는 지난해 5월 건초염이 있는 오른쪽 손목 수술에 이어 6월에는 왼쪽 팔꿈치의 외상과염 수술을 받았다. 이후 뒤늦게 JLPGA 투어에 복귀한 그녀는 3번째 경기인 후지쓰 레이디스에서 우승을 차지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토토 저팬 클래식에서 또 한 번 우승을 거뒀다.
시즌 첫 우승 후 언론 인터뷰에서 신지애 선수가 가장 먼저 밝힌 소감은 “수술에 힘써주신 세브란스병원 의료진께 감사드리고 우승의 기쁨을 전하고 싶다”는 것. 그 진심은 깜짝 문자로 최윤락 교수에게 도착했다.“안녕하세요, 교수님! 신지애입니다. 깜짝 놀라셨죠? 오늘 복귀 후 첫 우승했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좋은 컨디션으로 좋은 플레이를 했습니다. 꼭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세브란스에서 치료 중인 환자들을 위해 따듯한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세브란스병원에 올 때마다 이렇게 큰 병원이 환자들로 꽉 찰 만큼 아픈 사람이 많다는 게 제일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 회복의 경험이 지금 질병으로 고통받는 누군가에게 긍정의 앞날을 보여주는 작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담 줄이는 것이 최선, 보존적 치료에도 통증 심하면 수술
수부질환 수술치료의 베스트닥터 최윤락 교수

휴대전화나 컴퓨터 사용이 늘면서 수부질환 환자가 많아졌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일단 손의 손상은 크게 수부외상과 수부질환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수부외상은 갑자기 강한 외부 힘이 가해지면서 손에 큰 손상을 입는 것으로, 손 · 팔에 인대 손상을 받거나 골절이 발생하는 것을 말합니다. 작업 도중 손이 절단되거나 기계에 끼이는 사고 등도 포함합니다. 반면 수부질환은 일상에서 손을 지나치게 반복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이 원인입니다. 휴대전화나 컴퓨터 사용은 물론, 설거지나 손빨래 같은 집안일, 골프나 테니스처럼 어떤 도구를 쥐고 하는 운동, 악기 연주 등으로 손에 반복적으로 무리를 주어 발생하게 됩니다.

수부질환 가운데 현대인에게 특히 많이 나타나는 질환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손과 손목을 이루는 큰 뼈만 29개에, 뼈와 뼈 사이의 관절, 수십 개의 뼈를 움직이게 하는 힘줄과 인대, 근육 등 손은 아주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모든 구조물에 병이 생길 수 있습니다. 누적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부질환은 크게 손상이 발생한 구조에 따라 힘줄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건초염, 관절에 생기는 관절염, 삼각섬유연골복합체 손상과 같은 인대 손상으로 나뉘고, 세부 발생 부위에 따라 질환명이 달라집니다. 손 저림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은 손목터널증후군을 비롯해 주관증후군, 흉곽출구증후군 등이 있습니다. 손과 손목 통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손목건초염, 방아쇠수지 등이 있고, 팔꿈치 통증의 원인 질환은 테니스엘보라 부르는 외상과염과 골프엘보라 부르는 내상과염이 흔합니다.

질환 이름이 좀 어렵게 느껴집니다. 어떻게 다른가요?
손목에 잘 생기는 건초염은 엄지손가락을 벌리거나 신전(펴는 동작)할 때 사용하는 힘줄에 반복적인 자극이 가해져서 붓고 염증이 생겨 통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요골 경상돌기 염증 또는 드꿰르벵병이라고도 합니다. 방아쇠수지는 손가락을 구부리는 힘줄에 생기는 건초염으로, 염증이 심해지면 힘줄이 염주알처럼 부어오르고 힘줄이 지나가는 길은 좁아져서, 손가락을 쥐었다가 펼 때 마치 방아쇠를 당기는 것처럼 딸깍거리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심해지면 손가락이 아예 펴지지 않거나 구부러지는 변형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손목터널증후군도 앞의 두 질환처럼 힘줄에 생긴 염증인가요?
손목 안쪽에는 손목터널 혹은 수근관이라고 부르는 터널 모양의 공간이 있습니다. 팔꿈치관절 아래에서부터 내려와 다섯 개의 손가락으로 연결되는 9개의 힘줄이 지나가며, 엄지손가락부터 넷째 손가락 일부까지의 감각 및 엄지손가락을 움직이는 소근육의 운동을 담당하는 정중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입니다. 힘줄은 손가락을 움직일 때 상하로 미끄러지는 반면 신경은 움직임이 적기 때문에 손과 손목을 사용하다 보면 이 손목터널 안에서 힘줄과 정중신경 사이에 계속 마찰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염증이나 유착, 상처조직 등이 생기면서 손목터널 안의 압력이 높아져 신경이 눌리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렇게 정중신경의 압박으로 인해 손 저림, 손가락 기능 저하, 혈액순환 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을 손목터널증후군, 수근관증후군이라 부릅니다. 손 저림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입니다..

팔꿈치 통증의 주 원인인 테니스엘보는 운동선수들에게 많이 나타나나요?
테니스 선수한테 생긴다고 해서 테니스엘보라고 부르지만, 사실 일반인에서 더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팔꿈치 바깥쪽에 튀어나와 만져지는 뼈를 외상과라고 부르는데, 손목을 손등 방향으로 움직이는 힘줄이 외상과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 힘줄을 과다하게 사용하면 마치 옷이 헤지면서 실이 가닥가닥 찢어지듯 외상과에 붙어 있는 힘줄에 미세 파열이 일어납니다. 우리 몸은 자체적으로 회복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미세 파열이 생기더라도 사용을 줄이고 잘 쉬어주면 저절로 낫지만, 계속해서 이 힘줄을 혹사시키면 미세 파열이 조금씩 진행되면서 힘줄이 변성되고 통증이 심해지고 만성화합니다. 같은 원리로 팔꿈치 안쪽 뼈인 내상과에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을 내상과염, 흔히 골프엘보라고 부릅니다.

 

일상의 불편 몰고 오는 흔한 수부질환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증후군)

손목터널 안의 정중신경이눌리면서 손 저림, 손가락 기능 저하,혈액순환 장애 등이나타나는 질환.

손목건초염(요골 경상돌기 염증, 드꿰르벵병)
엄지손가락의 움직임에 관여하는 힘줄이 계속 자극을 받으면서 붓고 염증이 생기는 질환.
 
방아쇠수지

손가락을 구부리는 힘줄이 염주알 모양으로 부풀어 오르고 힘줄 지나가는 길이 좁아져서,
손을 쥐었다가 펼 때 마치 방아쇠를 당기는 것처럼 손가락이 딸깍거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질환.


 

 
  
팔이 저리고 무겁고 피곤하다! 목디스크와 증상 비슷한 흉곽출구증후군  

▶ 경추에서 목뼈 바깥쪽으로 빠져나온 신경가지 여러 개가 얽힌 신경 다발은 어깨를 지나 팔, 손으로 연결된다. 흉곽출구는이 신경 다발이 지나가는 쇄골 아래쪽의 공간으로, 여기 서 신경이 눌리면서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을 흉곽출구증후군이라 한다.
▶ 손과 팔이 저린 증상, 목과 어깨의 통증이 가장 흔하지만, 여러 개의 신경이 한꺼번에 눌리기 때문에 두통, 이명, 턱의 통증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 군장을 메는 군인들, 작업 특성상 어깨에 부담을 주는 자세를 오래 하는 치과의사나 치위생사, 교사, 스튜어디스 등의 직업군에서 볼 수 있으며, 교통사고로 목이 앞뒤로 크게 젖혀지면서 손상을 입은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명확한 검사 방법이 없어서 수년 동안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경험 많은 전문의의 신체검사가 특히 중요하며, 목디스크나 다른 질환과 구별하기 위한 감별진단도 필요하다.
▶ 보존적 치료에도 증상 호전이 없을 경우 수술을 시행하는데, 어깨를 지나 손까지 연결되는 신경다발과 큰 동맥, 정맥이 지나가는 위치이므로 수술이 까다로운 편이다.


수부질환의 예방이나 통증 완화를 위해서는 결국 손 사용을 줄이는 게 중요하겠군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수부질환이 생기는 까닭은 대부분 과사용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선 손의 사용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요. 또 방아쇠수지가 있는 손가락에 과도한 힘을 주지 않도록 다른 손가락을 대신 사용한다거나, 손목터널증후군이 있는 환자는 컴퓨터 작업을 할 때 손목이 꺾이지 않도록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등 통증 부위의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손목이나 팔에 좋은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고요.
필요한 경우에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소염진통제나 스테로이드 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증상 호전이 없고 일상이 불편할 정도로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치료를 시행합니다.

손은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위여서 수술도, 회복 과정도 힘들 것 같습니다.
힘줄이나 신경이 눌리면서 통증이 발생하는 손목건초염이나 방아쇠수지, 손목터널증후군에서는 힘줄 또는 신경을 둘러싼 막을 절개해 통로를 넓혀주는 수술을 시행합니다. 힘줄이나 신경에 가해지는 압박이 줄어들어 통증과 염증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환자들에게는 청바지가 너무 타이트해서 숨 쉬기 힘들때 바지 단추를 풀어주면 호흡이 편안해지는 원리라고 설명을 드립니다. 반면 테니스엘보나 골프엘보는 수술을 통해 변성된 힘줄을 제거합니다. 이러한 수술은 대부분 비교적 간단하고 안전하며, 통증도 크게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손이나 손목, 팔꿈치는 외부에 노출되어 사람들 눈에 쉽게 띄는 부위로 수술 흉터가 생기는 것을 꺼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관절경이나 초음파 장비를 이용해 절개를 최소화하는 최소 침습 수술법을 시행하고 있는데,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른 데다 수술 흉터도 작기 때문에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수술기법 연구에 오늘도 매진하는
최윤락 교수(정형외과)

       
수부외과가 전문 영역으로, 손·팔의 외상과 질환을 모두 아우른다. 2015년 3월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팔 관통상 수술, 올해 1월 국내 손·팔 이식 법제화 후 첫 팔이식수술에 성공한 바 있으며, 수술 잘하는 의사로 이름이 높다. 선배 들이 다져놓은 의술을 연구, 응용해 보다 나은 수술기법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특별한 공을 들이고 있으며, 후학들 이 이를 또다시 개선해 세브란스의 발전에 작은 보탬이 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구에 매진한다. 하나님은 가장 약한 자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다고 믿기에, 그의 눈빛은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 앞에서 더 따듯해진다.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