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얻은 삶, 감사하는 마음으로

응급 심혈관중재술로 생명 구한 오홍규 씨와 주치의 안철민 교수

오홍규 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급차에 실려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에 도착했다. 진단은 급성 심근경색. 3개의 관상동맥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혈관 입구가 막히면서 그는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


충격의 그날, 기적 같은 회복
“주변에서는 다들 기적 같은 일이라고, 죽다 살았다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오히려 실감이 잘 안 났습니다. 특별히 고통이 느껴진 것도 없었고…. 사실은 그날의 기억 자체가 사라졌어요. 눈을 떠보니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이었습니다.”
 지난 1월 5일 아침, 마포구의 어느 건물 기전실에서 24시간 격일제로 일하는 오홍규 씨는 전날부터 이어진 근무에 다소 피곤한 상태였다. 야간에는 인근 건물까지 2군데를 한꺼번에 관리하는 데다가 며칠 한파와 폭설이 유난했던 터라, 여기저기 신경 쓸 일도 많았다. 잠시 그날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동료가 자리를 비운 시간은 단 10분, 그 사이 홍규 씨는 홀로 쓰러져 있었다. 그렇게 그는 구급차에 실려 세브란스 응급진료센터에 들어왔고, 그 즉시 안철민 교수(심장내과)의 관상동맥성형술을 받고 사선을 넘었다.
 “오홍규 환자는 중요한 심장혈관의 가장 위쪽이 막히면서 심장마비가 온 상태였습니다.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죠. 그런데 천만다행으로 쓰러지자마자 동료에게 발견돼 119 신고가 이루어졌고, 그 동료가 심폐소생술을 배우지 않은 상태임에도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심장 압박을 지속해 심장과 뇌에 산소 공급이 차단되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또 세브란스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응급진료센터 내의 응급심혈관중재술실에서 모든 진단과 처치가 이루어졌고요.”
 빠른 119 신고와 심폐소생술, 세브란스의 빠른 처치까지 3박자가 모두 딱 맞아떨어진 덕분에, 오홍규 씨는 기적처럼 후유증 없이 회복될 수 있었다.

인생의 쉼표와 같은 소중한 시간
며칠 뒤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찾은 오홍규 씨는 자신의 상태를 뒤늦게 전해 들었다. “물론 저도 놀랐지만, 제 동생들과 동료들은 특히 큰 충격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그들에게 고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참 미안했습니다.”그리고 그는 스스로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고백했다. 일이 바쁘고 스트레스가 많다는 이유로, 그동안 알게 모르게 몸이 보내온 숱한 이상 신호들을 무심하게 넘겨버렸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강제 휴식이 주어진 덕분에 난생처음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그리고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오홍규 씨. 이제는 다른 그 무엇보다도 건강을 0순위에 놓고, 삶의 제2막을 새롭게 꾸려보기 위한 계획들을 짜고 있다.
 “돌이켜보면 이 경험이 완전히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에요. 덕분에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완전히 깨달을 수 있었고, 제 삶 전체를 성찰하고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졌으니까요. 일단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안철민 교수님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애써 살려주셨으니 잘 살아야죠.”

급성 심근경색, 치료 골든타임을 지켜라
응급 심장질환 치료의 베스트닥터 안철민 교수

급성 심근경색이란 어떤 질환인가요?
심장은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충분한 산소와 혈액이 공급돼야 수축과 이완을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심장근육에 피와 산소를 공급하는 3개의 혈관을 관상동맥이라 합니다. 심근경색은 이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히면서 심장근육이 괴사되는 질환으로,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서막힌 혈관을 열어주지 않으면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지방이 쌓이면서 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가 원인이므로 흡연,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등 위험 인자를 가졌거나 가족 중에 남자는 55세 이전, 여자는 65세 이전에 심장병을 앓은 사례가 있는 경우에는 특히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급성으로 발생한다면 미리 알아챌 수 있는 전조증상은 없는 건가요?
가장 전형적인 증상은 가슴 통증입니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누르는 듯한 통증, 쥐어짜서 마치 터질 것같은 통증이 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을 움직이는 상황, 즉 심장에 더 많은 혈액과 산소 공급이 필요할 때 나타납니다. 때론 왼쪽 팔이나 어깨, 귀, 아래턱 등으로 방사통이 나타나 얼얼하고 저리고 뻐근할 수 있으며, 우측 관상동맥이 막히면 속이 메슥거리거나 윗배가 아프다며 마치 체한 것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당뇨병이 있거나 고령의 여성인 경우에는 통증은 거의 느끼지 못하고 숨찬 증상만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환자 스스로 심근경색의 증상을 구별하기는 어려우므로 이러한 증상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심장내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어떤 치료를 받게 되나요?
우선 흉통의 양상과 혈압 및 맥박 체크, 심전도검사 등을 시행해 급성 심근경색 여부를 확인하고, 막힌 관상동맥의 위치와 상태를 파악합니다. 곧바로 혈전을 녹이는 약물을 투여하고, 시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응급 관상동맥성형술로 막힌 혈관을 열어주어 혈액의 흐름을 회복하는 것이 치료의 기본입니다. 시술 후에도 심장근육 파열, 부정맥, 심부전, 심낭삼출과 같은 여러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중환자실에서 환자 상태가 안정될 때까지 충분히 지켜봐야 합니다.

심근경색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심근경색은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사망할 수 있는 응급질환이므로 최대한 빨리 막힌 혈관을 열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혈관이 막혀 심장근육에 산소와 피가 공급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치료를 하더라도 심장근육에 치명적인 손상이 남아 심부전으로 진행될 수 있고, 뇌를 비롯한 다른 장기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위의 누군가가 20-30분 이상 심각한 가슴 통증을 호소한다면 최대한 빨리 구급차를 불러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며, 만약 병원을 찾을 시간도 없이 갑자기 쓰러졌을 때는 응급구조사가 도착할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해주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치료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 세브란스병원은 응급진료센터로 들어온 환자가 곧바로 진단과 시술까지 받을 수 있도록 2017년 9월, 응급진료센터내에 응급심혈관중재술실을 개설했습니다.

얼마 전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한 COVID-19 확진환자를 이 응급심혈관중재술실에서 치료해 화제가 됐습니다.
응급시술이 필요한 심장질환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실력 있는 의료진들의 팀워크도 중요하지만, 병원의 시스템 또한 뒷받침돼야 합니다. 응급실에 도착한 환자가 최대한 빨리 진단과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시설이 확보돼야 합니다. 게다가 요즘 같은 COVID-19 상황에서는 다른 환자나 의료진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별도의 공간이 마련돼야 하며, 시술실 안에는 시술 의료진의 감염을 막기 위한 음압 장비도 갖춰야 하지요. 세브란스 응급진료센터 내의 응급심혈관중재술실은 심장혈관조영장비 (Angiography), 체외막산소화장비(ECMO), 대동맥내 풍선펌프(IABP)등 심장보조장비뿐 아니라 이동형 음압기까지 갖추고 있어서 COVID-19 걱정 없이 24시간 응급시술을 할 수 있습니다. 또 구급차 전용 통로와 바로 연결돼 있어서 다른 응급환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으므로 보다 빨리안전한 시술이 가능합니다.

혹시 급성 심근경색도 재발할 수 있나요?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혈관이 좁아지는 것이 근본문제이므로 이를 방치하면 당연히 재발할 수 있습니다. 신속한 시술로 후유증 없이 회복된 환자라 하더라도 또다시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서는 꾸준한 추적 관찰과 약물치료가 필요하며, 환자의 혈관 상태에 따라 추가 시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루 30-45분이상 일주일에 3-5회의 운동, 지방 섭취를 줄일 수 있는 채식 위주의 식생활, 금연 등 운동과 생활습관 교정도 반드시 필요하고요. 다행히 2010년 전후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 숫자가 전국적으로 아주 조금씩은 줄어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령 인구가 증가하지만,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고혈압 등 예전에는 큰 이상이 없으면 방치하던 질환들에 대해 꾸준한 진료와 약 복용, 운동과 식이요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리하는 환자 비율이 늘어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심장마비 환자가 발생했을 때, 119 신고만큼 중요한 심폐소생술!
 심정지가 발생하는 순간 뇌와 심장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기 시작해, 4분이 지나면 뇌 손상이 발생하고 10분 이상 시간이 흐르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럴 때 심폐소생술은 스스로 박동하지 않는 심장을 압박해줌으로써 뇌와 심장에 산소와 혈액을 공급해주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따라서 가족 중 심장병 환자가 있다면 심폐소생술과 자동체외제세동기(AED) 사용법을 익혀두도록 하자! 심폐소생술 방법을 모르는 경우에는 구조대가 도착할 때 까지 가슴 압박만 해도 환자의 생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만약 주위에 도움을 줄 다른 사람이 있다면 자동체외제세동기를 찾아오도록 해서 기계의 안내에 따라 자동체외제 세동기를 적용하도록 한다.

 환자의 의식과 호흡을 확인하고, 곧바로 119에 신고한다.-> 양손을 겹쳐 환자의 양쪽 유두 사이 가슴 정중앙에 놓 고, 분당 100회의 속도로 흉부를 강하고 빠르게 30회 압박한다. -> 한 손으로 환자의 머리를 젖히고 턱을 들어 기 도를 연 다음, 다른 손으로 환자의 코를 막은 상태에서 인공호흡을 2회 실시한다. -> 119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흉부 압박 30회와 인공호흡 2회를 반복한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심장내과 중환자 지키는

안철민 교수(심장내과)


안철민 교수 프로필 바로가기


급성 심근경색을 비롯해 대동맥과 말초혈관의 문제로 발생하는 다양한 심장질환의 치료와 시술이 전문 분야이며, 심장내과 중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재치 있는 농담과 진심 어린 경청의 태도로 환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면서도, 환자의 건강을 위해서는 뼈 있는 충고도 아끼지 않는 편. 의사로서 경력과 경험이 쌓일수록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나님 앞에 더욱 겸손하게 된다고 고백하는 그는 환자들이 육체뿐 아니라 영적으로도 건강한 삶을 살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진료현장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