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이 다하는 날까지 잊지 못할 큰 은혜

주동진 교수의 간이식수술로 새 생명 얻은 모남원 씨 

이식이 필요하다는 말에 선뜻 간을 내어준 아들, 간암의 폐 전이로 이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완벽한 협진으로 간이식수술을 성공적으로 해낸 세브란스 간이식팀. 모남원 씨에게 오늘의 행복을 선물해준 은인들이다.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긴밀한 협진
2009년 봄, 극심한 복부 통증에 병원을 찾은 모남원 씨는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오래전부터 비활동성 B형 간염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꾸준한 치료를 놓친 게 화근이었다.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아 쌓이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술, 담배로 풀기도 했다. 의사는 너무 늦게 찾아왔다며 세브란스병원을 추천했고, 김도영 교수(소화기내과)는 환자에게 한번 해보자며 희망과 굳은 의지를 전했다.
“색전술 6번, 고주파치료 3번, 항암방사선치료 24번… 그때부터 해볼 수 있는 치료는 정말 다 했습니다. 처음엔 3개월 이상 살기 힘들다고 했는데, 4년 가까이 버텼어요.”
그러나 치료와 재발이 반복되면서 간기능이 조금씩 나빠졌고, 그 사이 폐 전이까지 나타났다. 복수가 차는 일도 잦아졌다. 간이식이 유일한 대안이었지만, 성공 가능성은 너무나 희박했다.
“암이 주변 혈관까지 침범하고 폐 전이까지 있어서 의학적으로는 간이식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내과의 효과적인 약물치료로 암 크기가 많이 줄었고, 작아진 폐종양을 흉부외과에서 깨끗이 떼어냈습니다. 여기서 암이 다시 퍼지면 더이상 치료가 불가능할 만큼 환자 상태가 심각했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간이식을 시도했습니다.방사선치료 후유증으로 주변 조직과 유착이 있어서 힘든 수술이었지만, 다행히 잘 회복하셨어요.”수술을 집도한 주동진 교수(이식외과)는 간이식팀의 긴밀한 협진과 환자 가족의 적극적 지원이 수술성공에 큰 힘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선뜻 간을 내어준 아들
간이식을 받은 지 벌써 6년이나 흘렀지만, 간이식이야기가 나오면 모남원 씨는 여전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당시 아들 둘이 다 군복무 중이었는데, 아내한테 사정을 듣고는 서로 자기 간을 주겠다고 나섰어요.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계속 망설였는데, 결국 큰아들의 간을 이식받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를 위해 선뜻 간을 내어주겠다는 두 아들, 아픈 남편 대신 생계를 꾸리며 묵묵히 큰 힘을 준 아내, 희망 한 점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환자의 생명을 위해 최선을 다한 의료진들은 모남원 씨에게 평생의 은인이다.

 “술, 담배는 당연히 안 합니다. 생명을 구해주신 분들을 생각하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지요. 3개월밖에 못 산다던 사람이 이렇게 10년 넘게 건강히 살아 있잖아요. 주동진, 김도영 교수님과 가족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생이 다하는 날까지 잊지 못할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혈액형 달라도, 진행성 간암에서도 간이식 가능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에게 간이식수술로 새 삶 선물하는 주동진 교수

재발 걱정이 큰 간암에서도 간이식수술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간암의 치료에는 암의 병기뿐만 아니라 간기능이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쉽게 말해 조기위암인데 위기능이 나빠서 치료 방법이 제한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간암은 아주 조기에 발견해도 간기능이 나쁘면 암 절제수술이나 항암치료가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성 간염 등 원래 가지고 있던 간의 병이 간암으로 진행한다는 점입니다. 즉 간암을 치료하더라도 간암의 원인이 되는 병든 간은 여전히 몸 안에 남아 있으므로, 남은 간에 또다시 간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간이식은 병든 간을 건강한 간으로 완전히 대체 시키므로 간암의 원인까지 제거할 수 있습니다. 간이식을 했다고 재발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지만, 현재까지 데이터에 따르면 간이식이 간암의 가장좋은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브란스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

- 이식외과, 소화기내과, 간담췌외과, 영상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소아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성형외과 등 여러 과의 유기적 협진으로 독보적인 간이식 성공률을 자랑한다. 최근 세브란스에서는 간이식 환자의 1년 생존율 93%, 5년 생존율 85%를 기록하고 있다.
 - 수술 집도의가 수술 전 검진과 상담부터 이식 후 관리까지 환자의 평생 주치의가 된다.
 - 2018년 4월 간이식 1,000례, 12월에는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 100례를 달성했다. 또한 말기 간경변이 동반된 진행성 간암에서의 간이식 등 고난도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
 



간암에서 간이식수술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전통적으로 간암이 단일 종양이면서 5cm보다 작을 때, 종양이 세 개 이하이면서 최대 종양의 직경이 3cm보다 작을 때, 간의 주요 혈관을 침범하지 않은 경우 간이식 후 재발 위험이 거의 없이 완치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 진단 시 그보다 진행된 상태의 간암을 가지고 있어서 간이식을 바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색전술이나 항암치료 등 수차례 치료에도 불구하고 반복해서 재발한다든가 간기능이 망가져 더 이상 다른 치료를 시도할 수 없는 환자도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한 생체 공여자가 있는 경우에는 위 기준보다 훨씬 폭넓게 이식수술을 시행하는 편입니다. 최근 수년 동안 세브란스에서 시행한 간이식의 절반이상이 간질환에 간암이 동반된 경우였으며, 적극적 암 치료로 전이 암을 없애거나 종양 크기를 줄인 후 간이식을 받고 완치된 환자들도 많습니다.

뇌사기증자 간이식수술을 받으려면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하나요?
급성 간부전 환자들은 복수가 차고 황달이 심해지고, 심지어 간성뇌증에 빠져 의식을 잃는 등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기 때문에 대개 응급도 순으로 뇌사자 간이 배정됩니다. 이식 대기자의 응급도를 평가한 멜드(MELD) 점수가 외국에서는 30점만 돼도 간이식을 받지만, 우리나라는 뇌사기증자가 워낙 적어서 40점 이상의 최고 응급도에 해당하는 환자가 뇌사기증자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안타깝게 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즉 당장 간이식을 받느냐 마느냐가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것이지요. 현재 우리나라는 뇌사기증자 간이식이 전체 간이식의 30%에도 못 미치는 매우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생체 간이식은 공여자만 있으면 가능한가요?
의학기술이 발달해서 혈액형이 달라도 간이식을 할 수 있지만, 공여자와 환자의 간 크기가 맞지 않으면 이식이 어렵습니다. 건강한 간은 전체의 약 30%만 남겨둬도 충분히 제 기능을 할 수 있고 재생이 잘 되지만, 그 이하에서는 기증자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절제 후 남는 간이 공여자 전체 간의 30% 이상이 돼야 합니다. 또 간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체중과 이식받는 간의 무게를 비율로 표현한 GRWR(Graft-to-Recipient Weight Ratio) 수치가 0.8 이상은 돼야 안전하게 회복이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체중 45kg의 딸이 자기 간의 70%를 기증해도 85kg의 아버지에게 필요한 간보다 작아서 이식이 불가능 할 수 있습니다.


보통 건강한 간은 30%만 남겨도 대략 3개월이면 원래 크기의 90%까지 회복되므로, 공여자는 이식 후 3-6개월이 지나면 이식 전과 똑같은 일상을 누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공여자의 간 절제술에 복강경이나 로봇을 사용하면서부터는 흉터에 대한 부담도 거의 없는 편입니다.

우리나라는 공여 간이 부족해서 상당히 응급한 상태에서 이식수술을 받는 환자가 많지만, 그럼에도 간이식 성적은 세계 최고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간이식 환자의 1년 생존율이 86%, 5년 생존율이 72%인 반면, 최근 세브란스에서는 1년 생존율 93%, 5년 생존율 8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혈액형이 다른데 어떻게 간이식이 가능한가요?
혈액형이 다르면 환자 몸의 특정 항체가 이식 장기를 공격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ABO 혈액형에 따라 이식 가능한 조합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마치 수혈처럼 A형의 환자는 A형과 O형 기증자의 간만 이식받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이제는 탈감작요법으로 혈액형 장벽을 극복했습니다. 우선 몸 안에 이미 가지고 있는 항체는 혈장교환술이라는 방법으로 걸러내고, 더 이상 새로운 항체가 생기지 않도록 억제하는 리툭시맙이라는 약물을 주입합니다. 이러한 탈감작요법을 통해 환자의 항체 농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낮아지면 간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고된 바에 따르면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을 위한 탈감작요법 때문에 더 과도한 감염이나 부가적인 합병증이발생한 경우는 없으며, 성공률도 일반적인 간이식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현재 세브란스 간이식수술의 약 20%가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간이식수술의 발전이 아주 놀랍습니다.
간 절제술과 이식술이 발전하면서 이식의 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습니다. 생체 간이식의 경우, 과거에는 우측 간을 공여할 때 공여자의 왼쪽 간이 전체 간의 30%보다 작으면 이식이 아예 불가능 했지만, 최근에는 공여자에게 더 많은 간을 남기기 위해 우측 간의 일부인 우간 전구역 또는 우간 후구역을 이용해 이식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반복적 간암 치료로 간동맥이 망가진 환자에서 다른 장기로 가는 혈관의 일부를 이용해 간이식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고요. 뇌사기증자 간이식에서도 뇌사자의 간이 충분히 크고 건강하다면 오른쪽 간은 성인에게, 작은 왼쪽 간은 소아에게 이식하는 방식으로 동시 수술을 진행합니다.


간이식이 공여자의 건강에 해를 끼치지는 않나요?
사전에 면밀한 검사를 거쳐 간이식 후에도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학적 소견이 나왔을 때 수술을 진행하므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보통 건강한 간은 30%만 남겨도 약 3개월이면 원래 크기의 90%까지 회복됩니다. 간이 잘 자란 후에는 간을 기증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간기능 손상이 발생하는 일은 없습니다. 실제로 공여자는 3-6개월 정도만 의료진의 관리를 받고 이후에는 이식전과 똑같은 일상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또 공여자 간 절제술에 복강경이나 로봇을 사용하면서부터는 흉터에 대한 부담도 거의 없는 편입니다.



간이식에 대한 짤막 상식

- 공여자에게 지방간이 있어서 간이식 불가 판정을 받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러나 다른 지병없이 지방간만 있는 경우에는 체중을 줄이면 지방간도 호전되어 이식이 가능해질 뿐 아니라 공여자 본인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 최근 미국에서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에 의한 간이식이 급격히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식생활의 서구화로 지방간이 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 간 공여자는 물론 이식받은 환자도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 다만 좀 더 안정적인 임신과 출산을 위해 미리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 이식 후에는 감염에 취약하므로 감염질환 환자가 많은 병원 면회, 날생선 섭취 등을 주의하도록 한다. 그러나 일상생활에는 큰 무리가 없으며, 스트레스 받지 않는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여행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주동진 교수(이식외과)
진료 분야 : 간이식수술, 간암, 간질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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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자가 없어 환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줄이고 싶은 간절한 소망으로 이종 장기이식, 조직공학을 이용한 인공장기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 환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일지 고민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의 기준은 확고하다. “만약 이 환자가 내 가족이라면?” 평범한 이 진료 철학에는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을 위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의 따듯한 도전정신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