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계속할 수 있어서 여전히 행복한 오늘갑상선암 이겨낸 사격 금메달리스트 정미라 선수와 주치의 강상욱 교수 

정미라 선수는 2012년 가을 갑상선암을 진단받았다. 한국 여자 소총의 간판으로 한창 기량에 물이 오르고 있을 때였다. 그녀의 머릿속을 가장 먼저 강타한 충격은 다시는 총을 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 


‘수술 후에도 사격을 할 수 있을까?’
정미라 선수는 2012년 런던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소속 팀 선수들과 함께 건강검진을 받았다.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였고, 체력도 가장 좋을 때였으니까 당연히 아무 이상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언젠가부터 모르는 번호로 계속 전화가 왔는데, 올림픽 시즌에는 워낙 바빠서 놓치다가 가을쯤 뒤늦게 전화를 받았어요. 검진센터라며 갑상선 혹 모양이 의심스러우니까 세포검사를 해보자고 하는 거예요.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서 그 결과가 정말 제 것이 맞냐고 되물었던 기억이 나요.”예후가 좋은 갑상선암을 초기에 발견했으니 수술만으로 완치가 가능한 상황.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불안으로 요동쳤다. ‘수술 후에도 사격을 할 수 있을까?’ 선수촌 숙소에 홀로 누우면 눈물부터 쏟아졌다. “운동선수들은 혹시나 기량이 떨어질까 두려워서 어떤 수술이든 최후까지 미루는 경향이 있어요. 근데 하필 총 쏘는 게 너무 재밌고 기량도 계속 좋아지던 시기에 암에 걸려 수술을 해야 한다니, 가장 좋아하는 사격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완전히 무너졌어요.” 그렇다고 몸속에 암을 남겨둔 채 수술을 마냥 미룰 수도 없는 법. 차라리 빨리 암을 없애버리고 다시 총을 잡을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다행히 세브란스병원 직원인 지인이 추천해준 강상욱 교수(갑상선내분비외과)는 걱정 많은 그녀에게 딱 맞는 친절하고 실력 좋은 주치의였다.

갑상선암 이기고 따낸 값진 금메달
매달 제주에서 서울까지 치료 여정에 올라야 했던 김사격을 향한 열정을 꺾을 수 없었던 그녀는 수술 2개월 만에 사격장에 복귀했고, 이 열정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사격 여자 50m 소총복사 단체전 금메달을 비롯해 총 4개의 메달로 큰 선물이 되어 돌아왔다. “간혹 갑상선암은 암도 아니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본인에게는 암 진단 자체가 생각보다 큰 충격이에요. 또 갑상선호르몬의 변화가 몸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히 크고요. 저도 겪어보기 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갑상선암 수술 후 체력을 끌어올리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는데, 2014년 메달은 마치 앞으로 사격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처럼 느껴졌어요.”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지 벌써 9년. 그동안 정미라 선수는 수술 당시 살뜰하게 옆을 지켰던 남자친구이자 사격 선배인 추병길 선수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고 두 아들을 낳았다. 임신과 출산, 육아로 잠시 휴식기도 있었지만,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며 관록을 보여주고 있다.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건 수술을 잘해주신 강상욱 교수님, 그리고 언제나 저를 최우선으로 두고 배려해주는 남편의 응원 덕분입니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진심의 인사를 전한 그녀는 체력이 허락하는 한 오래도록 사격을 계속할 거라며 소녀처럼 눈을 빛냈다.




착하다고 방심 말고 반드시 전문가의 치료 따라야 
갑상선암 수술의 베스트 닥터 강상욱 교수
 


갑상선암은 매해 암 발생 순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환자 수가 많습니다. 특별한 원인이 따로 있나요?
현재까지 갑상선암의 원인으로 확실하게 알려진 건 방사선 노출입니다. 과거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그 지역 주민들에서 갑상선암 발병률이 급격하게 높아졌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또 어렸을 때 소아암 등으로 인해 목 근처에 방사선치료를 받은 경우에도 갑상선암 발생 위험이 높아집니다. 특이하게도 김, 다시마, 미역 등 해조류를 많이 섭취하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갑상선 유두암의 발병률이 유독 높은데요. 갑상선은 요오드를 흡착하는 성격이 있어서 요오드가 다량 함유된 해조류를 주로 섭취하는 지역 주민에서 갑상선염 발생 빈도가 높게 보고되고 있고, 이것이 갑상선유두암 발생에 일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으나, 아직 인과관계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주로 40대 여성에서 호발하지만, 최근에는 남성 환자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발병 연령대도 낮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과거에 목 부위에 방사선치료를 받았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갑상선 혹이 암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수술로 일찍 떼어내는 게 좋을까요?
갑상선에 생기는 양성과 악성 혹을 통틀어서 결절이라고 하는데, 갑상선 결절은 일반인 1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검사하면 40% 이상에서 발견될 만큼 아주 흔합니다. 그러나 그중 악성, 즉 암으로 진단받는 경우는 5% 미만으로 아주 드물지요. 초음파검사로 결절의 모양을 확인해 암일 가능성이 있다면 주사기로 혹의 일부를 채취해 세포를 살펴보는 세침흡인검사를 하는데, 암일 가능성이 낮고 아무런 증상도 없다면 경과 관찰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다만 혹이 기도나 식도를 압박해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혹이 눈에 띌 만큼 너무 크거나 계속 자라는 경우, 세침검사로도 암과 명확하게 감별되지 않는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합니다.

어떤 증상이 있으면 갑상선암을 의심할 수 있나요?
갑상선암은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겉으로 증상이 드러나지 않아서 대부분 검진을 통해 발견됩니다. 실제로 중년의 여성 환자들은 유방암 검진을 위해 초음파검사를 하다가 우연히 갑상선 결절이 발견되어 내원하는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암이 좀 커진 다음에는 육안으로도 목 중앙이나 측부에 볼록 튀어나온 혹이 보이거나, 손으로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암이 커지면서 기도, 식도, 성대 신경 등 주변 조직을 침범하는 경우에는 갑자기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거나 쉰 목소리가 날 수 있으며,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요. 또 간혹 본인도 모르게 허리나 대퇴부의 골절이 생겨서 검사를 했다가 갑상선암의 뼈전이로 진단받는 환자들도 있는데, 주로 혈액을 따라 전이가 잘되는 갑상선 여포암에서 이런 증상이 나타납니다.

갑상선암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수술이 꼭 필요한가요?
갑상선암은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대신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수술만으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수술범위는 암의 진행 정도와 위치에 따라 갑상선 한쪽만 제거하는 엽절제와 전체를 없애는 전절제로 달라지며, 전이 가능성이 있는 주변 림프절도 같이 제거해야 합니다. 세부 치료의 원칙은 갑상선암의 종류에 따라 달라집니다. 갑상선암은 크게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역형성암으로 나뉘는데, 이 중 유두암과 여포암은 암세포가 갑상선 조직의 고유 성격을 유지하고 있는 분화도가 좋은 암이어서 치료 효과와 예후가 아주 좋은 편입니다. 암이 많이 진행되어 재발 위험이 높거나 원격 전이가 있는 일부 환자에서는 수술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시행합니다. 특수 기계로 종양에 직접 방사선을 쏘는 일반 방사선치료와 달리 방사성 동위원소가 들어 있는 요오드를 섭취하는 치료법인데, 갑상선이 요오드를 흡착하는 특징을 활용해 미세한 암세포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갑상선암은 모두 착하다? NO!   

 ● 유두암 : 우리나라 갑상선암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 하는 가장 흔한 암. 매우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예후가 아주 좋은 편이다.
 ● 여포암 : 약 5%를 차지하며, 혈액을 타고 잘 전이되는 특성이 있어서 뼈전이, 폐전이 등이 동반될 수 있다.
 ● 수질암 : 유두암이나 여포암과는 세포의 기원이 다르며, 유전성이 강하다. 2-3% 정도로 드문 편이지만, 수술 외에는 치료 방법이 없는 반면 재발 가능성은 높아서 진단 즉시 최대한 깨끗이 암 조직을 제거해야 한다.
 ● 역형성암 : 인체에 생길 수 있는 암 중에서 가장 공격적인 암으로, 진행 속도가 너무 빨라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60세 이상의 고령층에서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수질암과 역형성암은 다른 두 암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수질암은 유두암이나 여포암과는 세포의 기원부터 달라서, 유전성도 강하고 재발 위험도 높은 반면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듣지 않아 수술이 거의 유일한 치료법입니다. 그러니까 진단 즉시 수술로 최대한 빠르고 깨끗하게 암을 제거해야 합니다. 역형성암은 아주 드물게 나타나지만,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암 가운데 악성도가 가장 높아 대개 진단 6개월 내에 사망에 이릅니다. 대부분 수술은 하지 않고 고식적 목적으로 항암치료와 외부 방사선치료를 진행합니다. 때로 기도 폐쇄가 동반된 환자에서 종양의 부분 절제를 통해 호흡을 가능하게 해주는 수술 등 고식적 목적으로 수술을 시행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수술 후 회복기에 암 절제 부위에서 다시 암세포가 자랄 만큼 암의 진행 속도가 빠릅니다. 역형성암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뉘는데, 예후가 좋은 유두암을 오래 방치하면 그중 일부에서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면서 악성도가 높은 역형성암으로 변화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처음부터 고약한 특성을 가진 역형성암이 발생한다는 이론도 있습니다.


갑상선호르몬제, 한쪽 갑상선만 절제한 경우에도 먹어야 할까?
갑상선 전체를 절제한 환자들은 체내에서 갑상선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으므로 평생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하지만, 한쪽 갑상선만 제거한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남은 갑상선의 기능이 충분히 회복되면 호르몬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부분 절제를 한 환자들 가운데 재발 위험이 높은 일부에서는 평생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갑상선호르몬제가 갑상선자극 호르몬을 억제해 암세포가 증식하는 걸 막아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부분 절제 환자의 갑상선 호르몬제 복용 여부와 복용 기간은 남은 갑상선의 기능뿐 아니라 암의 재발 위험도를 모두 고려해 결정한다.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고 들었는데, 악성도가 높은암도 있다니 놀랍습니다.
우리나라 갑상선암의 약 90%는 예후가 아주 좋은 유두암이니까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발생 비율은 적더라도 수질암이나 역형성암처럼 예후가 나쁜 암도 있기 때문에 착한 암이라고 무시하거나 치료를 무작정 미뤄서는 안 됩니다. 무엇보다 암세포는 한번 생기면 계속 진행하면서 주변을 침범할 뿐, 멈춰 있거나 정상 세포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암이 진행될수록 수술 범위가 커지고 그만큼 환자가 감당해야 할 수술 부작용과 합병증, 일상의 불편 또한 늘어나기 마련이고요. 암은 조기에 진단해 최소 절제 수술로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고 삶의 질을 지키는 게 가장 좋은 치료라는 걸 유념해야 합니다.
 
 

경부를 절개하는 전통적인 수술법과 로봇수술은어떤 차이가 있나요?
갑상선은 목 중간에 나비 모양으로 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는 목주름을 따라 4-6cm를 절개해 암을 제거하는데, 안전하고 효율적이지만 수술 흉터가 눈에 잘 띄니까 환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입니다. 로봇수술은 겨드랑이를 절개해 수술 부위에 접근하기 때문에 수술 흉터가 눈에 띄지 않으면서 정교하고 안전하게 암을 제거할 수 있어서환자 만족도가 높습니다. 다만 수술 후 한동안은 쇄골에서 겨드랑이 부위에 불편감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연세암병원 갑상선암센터는 2007년 세계 최초로 갑상선암 로봇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으며, 측경부 림프절 전이가 있는 고난도의 일부 진행성 암, 재발암에서도 로봇수술이 가능합니다. 또 2018년 국내 최초로 가느다란 로봇팔 안에 여러 개의 수술 장비가 탑재된 다빈치SP 로봇을 도입해 더욱 정교한 수술로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따듯한 격려로 희망 주는 주치의
강상욱교수(갑상선내분비외과)


강상욱 교수 프로필 바로가기


갑상선암은 워낙 착한 암이어서 암 축에도 못 낀다는 세간의 오해 때문에 갑상선암 환자들은 젊은 나이에 암 진단이라 는 날벼락을 맞고도 따듯한 위로조차 듣지 못하는 일이 의외로 많다. 강상욱 교수는 세간의 잘못된 시선이 암 치료를 가 로막는 장애물이며, 결국 늦은 치료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환자가 져야 한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한다. 잘못된 정보는 정 확하게 지적하지만, 암 진단으로 슬픔에 빠진 환자에게는 의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치료의 희망과 용기부터 전해주는 그는 따듯한 환자 맞춤형 주치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