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갈급함을 헤아려주신 교수님의 따듯함

메니에르병으로 전정신경 절단술 받고 어지럼증 벗어난 김인경 씨와 주치의 김성헌 교수 

메니에르병 발병 후 김인경 씨의 일상은 수시로 찾아오는 극심한 어지럼증으로 고통 그 자체였다. 약물치료를 비롯해 여러 치료를 시도했으나 효과는 잠시뿐. 결국 김인경 씨는 마지막으로 전정신경 절단술을 결심했고, 이후 8년째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 


극심함 어지럼 발작,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고통
"평소처럼 멀쩡하게 운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거예요. 얼른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내렸더니 그때부터 구토가 막 시작되더군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지인을 불러 가까운 병원 응급실에 갔고, 메니에르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김인경 씨가 겪은 첫 어지럼 발작은 다행히 약물치료로 금방 가라앉았고,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어지럼 발작이 재발했고, 며칠 입원치료를 받는 중에도 어지럼증이 반복될 정도로 증상이 악화됐다. 결국 그는 심신이 모두 지친 상태로 김성헌 교수(이비인후과)를 찾아왔다.
“첫 진료일에 세브란스병원에 들어서는데, 또 어지럼 발작이 일어났어요. 급한 대로 비상약을 물도 없이 혓바닥에 녹여 삼키면서 힘들게 진료실까지 도착했죠. 저를 보신 김성헌 교수님이 어떻게 이렇게 살았느냐며 안타까워하셨어요. 제 고통을 알아봐준 그 한마디가 큰 위로였습니다.”

평범한 일상, 모두 교수님 덕분
김인경 씨는 이미 약물치료에도 어지럼 발작이 잘 조절되지 않았기 때문에 김성헌 교수는 곧바로 다음 치료에 들어갔다. 고막 안쪽에 주사기로 약물을 넣어주는 치료법으로 스테로이드 주입술에 이어 화학적 미로절제술까지 시도했으나, 이 또한 효과는 잠시뿐이었다. 결국 김인경 씨는 메니에르병의 마지막 치료법이라는 전정신경 절단술을 선택했다.
전정신경 절단술은 전정신경을 잘라 뇌로 전달되는 신호를 차단해 어지럼증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한쪽 평형기능의 상실을 감수해야 한다. “김인경 환자분은 여러 치료에도 불구하고 심한 어지럼 발작이 반복되고 주기도 짧아서 굉장히 힘들어하셨어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수술을 원하셨죠. 수술 후 전정 재활치료를 아주 열심히 하셔서 금방 건강을 되찾으셨습니다.” 김성헌 교수는 치료 실패에도 좌절하기보다는 의료진을 믿고 성실하게 치료받은 김인경 환자를 적극 칭찬했다.
수술 이후 김인경 씨는 탁구도 치고, 자전거도 타면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한번 어지럼증이 시작되면 몇 시간이고 구토에 설사까지 나와서 화장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대기해야 했던 고통이 사라졌다는 것만으로도 삶이 너무나 편안해졌다고.
“힘들었던 치료 과정을 견딜 수 있었던 건 김성헌 교수님 덕분입니다. 교수님은 뭐 하나를 물어봐도 제 마음의 갈급함까지 헤아려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셨어요. 세브란스 교수님이니, 실력이야 뭐 말할 것도 없고요. 하나님의 인도하심 덕분에 이렇게 훌륭하신 교수님을 만난 것 같아요. 교수님께서 오래도록 많은 환자에게 치료의 희망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지럼 발작 사라져도 정기적 청력검사는 반드시!
메니에르병 치료의 베스트 닥터 김성헌 교수
 

메니에르병은 한지민, 유지태, 박원숙 등 유명한 연예인들이 앓고 있다고 고백해 인터넷 검색어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이름부터 낯선 이 병은 어떤 질환인가요?
사람의 귀는 바깥쪽부터 외이, 중이, 내이로 구분되며,내이에는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과 몸의 평형기능을 관장하는 전정기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의 내부를 내림프액이라는 액체가 채우고 있고요. 내림프액은 적절한 분비와 흡수를 통해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는데, 모종의 이유로 내림프액이 많아져서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이 빵빵하게 부어오르고 이로 인해 급성 어지럼증과 청력 감소가 나타나는 질환이 메니에르병입니다. 내림프액이 많아지는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자가면역질환이나 유전, 염증 반응, 알레르기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메니에르병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기사도 있던데요. 유병률은 얼마나 되나요?
보통 10만 명당 45명에서 200명 정도 발병하는 것으로 추산합니다. 최근에 환자가 많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정확하게는 환자들이 발견되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겁니다. 어지럼 발작이 온다고 해서 생명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니까 과거에는 꾹 참고 지냈지만, 어지럼증이 병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는 것이지요. 선진국으로 갈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보통 한쪽 귀에만 발생하지만, 양쪽 귀에 생기는 환자들도 간혹 있습니다. 한쪽 귀에 병이 생기고 7-10년쯤 지나 반대쪽 귀에도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지요. 40대 환자가 가장 많은 편이나, 10대 환자들도 있어요. 어린 나이에 발생할수록 유전성 경향이 강하고, 병이 양쪽 귀에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환자가 느끼는 급성 어지럼증은 어느 수준인가요?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은 극심한 회전성 어지럼증이 갑자기 나타나서 어지럼 발작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급성기에는 회전성 어지럼증과 함께 귓속이 먹먹하거나 물이 들어간 것 같은 압박감, 이명, 청력 감소, 메스꺼움이나 구토, 설사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됩니다. 발작이 시작되면 최소 20분 이상, 보통 2-3시간 정도 지속되고, 멀쩡히 일상생활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이런 발작이 일어나니까 환자로서는 고통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환자마다 발작 주기와 강도가 천차만별이어서 몇 년에 한 번 어지럼증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어지럼 발작이 너무 잦고 증상 또한 심해서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환자도 있습니다. 발작이 심하거나 평형기능이 많이 떨어진 환자에서는 평소에도 어질어질한 느낌, 걷거나 움직일 때 양쪽 균형이 잘 안 맞는 듯한 느낌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진단이 어렵진 않은가요? 내림프액이 많아져 있는 정도를 눈으로 확인하나요?
메니에르병은 3가지 특징적인 증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회전성 어지럼증이 최소 2번 이상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한 번 어지럼 발작이 생기면 적어도 20분 이상 지속됩니다. 두 번째는 청력이 감소하고 이명이 생기거나 먹먹한 느낌이 드는 등 귀 증상이 반드시 동반됩니다. 세 번째는 어지럼증과 청력 감소가 함께 나타나서, 어지럼 발작이 일어나면 청력이 뚝 떨어졌다가 발작이 끝나면 청력이 어느 정도 회복됩니다. 하지만 어지럼 발작 때마다 청력 감소와 회복이 반복되면서 청력 저하가 점차 진행되는 것입니다.
발작이 올 때는 주로 저음에서 중음의 청각이 떨어지다가 병이 만성화되면서 점차 고음의 청각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진단 자체는 병력 청취와 청력검사만으로도 가능하지만, 병을 오래 앓을수록 청력과 평형기능이 많이 떨어지므로 환자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해 평형기능 검사, 혈액검사 등 추가 검사가 필요합니다.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어지럼증을 줄일 수 있나요?
메니에르병은 발병 초기일수록 발작 강도가 심하고,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아도 15-20년이 지나면 발작이 상당히 약해집니다. 극심한 발작이 반복되면서 평형기관이 조금씩 망가져서 나중에는 발작이 오더라도 이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요. 메니에르병의 치료는 이 과정에서 어지럼 발작을 줄여 환자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데 목표가 있습니다. 가장 기본은 약물치료인데, 어지럼 발작이 일어나는 급성기에는 어지럼증과 구토, 구역 등의 증상을 가라앉히기 위해 전정기능 억제제, 항구토제 등을 사용합니다. 구토가 너무 심해서 약을 삼킬 수조차 없는 환자들은 병원에서 주사를 맞는 방법도 있고요. 만성기에는 어지럼증 재발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베타히스틴과 이뇨제 등을 처방합니다.



 하늘이 빙빙 도는 급성 어지럼증, 지속 시간을 눈여겨봐야  

귓속 평형기관의 문제로 발생하는 말초성 어지럼증은 이석증,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이 가장 대표적인 원인이다. 하늘이 빙빙 도는 급성 어지럼증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심각한 뇌의 질환으로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며, 비전문가가 어지럼증의 양상으로 병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도록 한다.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상황과 지속 시간, 동반 증상 등을 기록해두면 진단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이석증 급성 어지럼증이 주로 눕거나, 누웠다가 일어나거나, 누워서 고개를 돌리는 등 머리를 특정 위치로 움직일 때 나타나며, 움직임을 멈추면 수분 내로 가라앉는다. 이석정 복술이라는 물리치료를 시행해 이석을 제자리로 빼주면 쉽게 치료되나, 약 30%에서 재발한다.
메니에르병 급성 어지럼증과 청력 저하를 특징으로 하며, 급성기 증상이 최소 20분 이상, 보통 2-3시간 정도 지속되고, 대개 12시간을 넘기지는 않는다. 어지럼증은 사라져도 청력 저하는 진행될 수 있으므로 최소 1년에 한 번은 이비인후과를 내원해 청력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
전정신경염 한쪽 전정기관이나 전정신경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 평형기능이 상실되는 질환으로, 갑자기 심한어지럼증이 나타나 며칠 동안 지속되는 특징이 있으며, 청각 증상은 동반되지 않는다. 단기간 약물을 사용해 증상을 완화시킨 후 전정 재활치료를 시행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평소에 저염식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던데요. 왜 그런가요?
음식을 짜게 먹으면 내림프액이 많아져서 병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저염식과 충분한 수분 섭취를 권하고 있습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술이나 담배, 카페인 등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고요. 무엇보다도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고, 충분한 숙면을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몸이 피곤할수록 어지럼 발작 빈도가 높아지기 때문이죠. 평소 정서적 스트레스나 불면증이 심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습니다.
전체 환자의 약 80%는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으로 병이 잘 조절되어 큰 불편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합니다. 또 어지럼 발작을 몇 번 겪다 보면 스스로 발작 전조증상을 느낄 수 있어서, 일상생활 도중 전조증상이 느껴지면 미리 급성기 약을 복용해서 어지럼 발작도 덜 힘들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어떤 치료를 받을 수 있나요?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에도 불구하고 어지럼 발작이 심하게 반복되는 경우에는 고막을 통해 주사기로 귀 안쪽에 스테로이드를 넣어주는 스테로이드 주입술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내림프액을 줄여 귓속 압력을 낮춰주는 내림프낭 감압술이나 고막 안쪽에 젠타마이신이라는 약물을 넣어주는 화학적 미로절제술이라는 치료법도 있고요. 이러한 치료를 해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지럼증이 심하다면 전정신경 절제술 또는 미로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전정신경 절제술은 신경을 잘라서 평형기관이 감지하는 어지럼증을 뇌로 전달하는 것을 차단하는 방법이라면, 미로절제술은 평형기관 자체를 없애는 수술입니다.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라 하더라도 스테로이드 주입술이나 화학적 미로절제술 등으로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전정신경 절제술이나 미로절제술을 받는 환자는 극히 소수입니다.

지금까지 설명해주신 여러 치료법으로 잘 치료받으면 메니에르병 완치도 가능한가요?
메니에르병은 아무리 치료 경과가 좋더라도 심한 스트레스나 과로, 불면증 등으로 컨디션이 떨어지면 어지럼 발작이 재발할 수 있으므로 완치라는 개념을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급성 어지럼증이 잘 조절돼서 환자가 증상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경우에도 청력 감소는 계속 진행되며, 드물지만 양쪽으로 메니에르병이 오는 경우도 있고요. 그러니까 증상과 상관없이,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이비인후과에서 반드시 청력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완치되지 않는 병이라고 좌절하기보다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류마티스질환처럼 조절만 잘하면 무리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정확한 설명과 최선의 치료로 희망 주는 주치의
김성헌 교수(이비인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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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럼증, 난청, 소이증을 전문으로 다룬다. 환자 앞에서 김성헌 교수는 정확한 설명이라는 기본 원칙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난치성 질환일수록 환자와 의사의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최선의 치료는 환자가 자신의 질병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러 치료에도 쉽게 나아지지 않는 난치성 어지럼증으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따듯하고 믿을 만한 동반자가 되는 것이 그의 작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