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보다 환자를 더 걱정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내시경을 이용한 청신경종양 제거 및 인공와우 이식 동시 수술로 소리 되찾은 이보욱 씨와 주치의 문인석 교수   

2년 전, 이보욱 씨는 돌발성 난청으로 오른쪽 청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에서 왼쪽 귀의 청신경종양을 진단받았다. 종양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올해 초 그는 왼쪽 귀의 소리까지 사라져버린 절망적인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 


꼭 듣게 해주겠다는 위로의 그 한마디
진단 당시 이보욱 씨의 청신경종양은 5mm 정도로 작은 크기였다. 만약 오른쪽에 난청이 없었더라면, 또는 멀쩡한 왼쪽 귀가 아닌 어차피 안 들리는 오른쪽 귀에 종양이 생겼더라면 이렇게까지 절망적이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보욱 씨의 머리를 맴돌았다. MRI 검사 결과를 들고 유명한 병원 몇 군데를 다녀봤지만, 의사들의 소견은 대체로 비슷했다. 종양 제거 수술을 해도 왼쪽 청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서 당시로선 종양이 자라지 않기를 바라며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작년까진 양쪽 귀에 보청기를 착용하면 일상생활에는 무리가 없었는데, 올해 초부터는 보청기를 껴도 대화가 안 될 정도로 왼쪽 청력이 급격하게 떨어졌어요. 곧바로 문인석 교수님을 찾아와 수술을 결정했습니다.” 소리를 영영 잃게 될까 두려워하는 보욱 씨에게 문인석 교수(이비인후과)는 듣게 해주겠다는 따듯한 위로와 함께 특별한 수술을 제안했다. 내시경을 이용해 귓구멍으로 왼쪽 귀의 청신경종양을 제거한 후 곧바로 인공 달팽이관을 삽입하는 방법으로, 세브란스병원이 세계 최초로 성공한 수술이다. 이보욱 씨는 지난 4월 1일 성공적인 수술로 소리를 되찾았고, 현재 감각신경과 인공 달팽이관 기계 장치의 균형을 조율하는 맵핑 단계를 밟고 있다. “문인석 교수님과 이국주 간호사님, 맵핑 담당 허지혜 청각사님까지, 선한 마음을 가진 세브란스 의료진들에게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정말 환자보다 환자를 더 생각해주는 고마운 분들을 만났어요.”

딸아이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그날을 기다리며
돌발성 난청에 청신경종양으로 인한 청력 상실, 지난해 위암 진단과 수술까지, 최근 몇 년 동안 이보욱 씨에게 불어닥친 인생의 칼바람은 유독 혹독했다. 절망의 먹구름이 마음을 뒤덮는 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아이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제가 사회 초년생들을 대상으로 일자리·창업 상담과 교육을 하고 있어서 소통이 아주 중요한데, 청력 때문에 그동안 쌓아온 경력이 모두 무너지는 건 아닌가 두려움이 컸어요. 다행히 지난 2월 귀가 안 들리는 상황에서도 원하는 대로 이직에 성공했고, 문인석 교수님이 수술을 잘해주신 덕분에 지금은 일 잘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평온해진 일상에 감사를 고백한 보욱 씨는 딱 하나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이제 겨우 “아빠 아빠” 말을 시작한 어린 딸아이의 목소리를 기계음이 섞인 상태로 들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그래도 아직은 오른쪽 귀에 보청기를 꽂으면 원래 목소리를 아주 희미하게라도 들을 수 있어요. 이 목소리를 잊어버리기 전에, 인간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구현해낼 수 있는 인공와우 장비가 개발되면 좋겠습니다.”




종양 제거와 인공와우 이식까지 내시경수술로 한 번에
청신경종양 수술의 베스트 닥터 문인석 교수
 

전정신경에 생긴 종양도 청신경종양인가요?
청신경은 뇌에서 한 뿌리로 출발해 세 갈래로 갈라져 속귀까지 연결되는 신경으로, 8번 뇌신경에 해당합니다. 이 세 갈래의 신경 가운데 하나는 청각을 담당하는 와우(달팽이관)신경이며, 나머지 2개는 평형을 감지하는 전정신경이에요. 청신경종양은 이 신경들을 감싸고 있는 껍질인 신경초에서 발생하는 양성 종양입니다. 신경을 전선에 비유하면, 구리선을 감싸고 있는 피복이 신경초에 해당하는 것이지요. 결국 청신경종양이나 청신경초종, 전정신경초종, 전정신경종양 모두 같은 질환을 의미합니다.

청신경종양이 생기면 가장 먼저 귀가 안 들리나요?
종양이 신경과 주변 구조물을 누르면서 증상이 나타나는데, 환자들이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청력 저하와 이명, 어지럼증입니다. 안면신경이 청신경과 매우 가까이 있기 때문에 안면마비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갑자기 청력이 떨어지는 돌발성 난청이 나타나지만, 대개는 청력이 서서히 감소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귀가 조금씩 안 들려도 노화로 오해하다가 종양이 상당히 커진 뒤에야 발견하는 환자도 있어요. 과거에는 종양이 너무 커지면서 뇌 척수액의 통로를 막아버려서 급격한 뇌압 상승으로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들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MRI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조기 발견이 크게 늘었습니다. 온몸에 종양이 생기는 유전질환인 제2형 신경섬유종증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청신경종양은 한쪽 귀에만 발병하므로, 청력 저하나 이명 같은 증상이 한쪽 귀에서 두드러진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커질수록 위험하다면, 종양을 발견하는 즉시 치료해야겠네요.
그렇진 않습니다. 1cm 미만의 작은 종양은 추적 관찰이 원칙이에요. 청신경종양의 성장 속도가 아주 느린 데다가 일부 종양은 성장을 멈추는 경우가 있거든요. 청신경종양의 위치를 아주 쉽게 설명하면 달팽이관과 뇌 사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달팽이관 쪽은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단단한 뼈로 되어 있어서, 청신경종양이 달팽이관 방향으로 자라다 보면 단단한 벽(뼈)을 만나면서 저절로 성장을 멈추게 됩니다. 반면 뇌는 마치 두부처럼 연약한 조직이니까 뇌 쪽을 향해 자라는 종양은 무한정 커질 수 있겠지요. 그래서 종양 크기가 작고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추적 관찰을 하다가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결정합니다. 종양이 작더라도 심한 어지럼증이나 두통, 안면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고요.



청신경종양, 평형감각과 청력에 문제가 생겼다!
# 8번뇌신경에서_발생하는_양성종양 # 유병률_10만명당_한명꼴인_희귀질환
# 뇌_혈관_신경_중요한_구조물_많고_치료_까다로운_두개저에_위치
# 주요증상_청력저하_이명_어지럼증_두통_안면마비
# 다양한치료법_추적관찰_감마나이프_개두술_경이술_내시경수술
# 치료선택기준_종양크기와위치_현재청력_치료후예측청력_발현증상

치료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크게는 방사선치료인 감마나이프와 외과적 치료인 수술로 나뉩니다. 종양이 작은 경우, 감마나이프나 최신 수술 술기인 내시경수술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감마나이프는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작은 종양에서는 비교적 효과적이지만 종양이 클수록 재발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크기가 3cm 이상인 종양은 수술이 원칙입니다. 전통적인 수술법으로는 머리 뒤쪽의 뼈를 제거하고 뇌를 견인한 후 종양을 제거하는 개두술과 귀 뒤쪽에서 귀뼈를 절개해 수술하는 경이술이 대표적입니다. 개두술은 귀를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청력 보존이 필요하거나 종양이 뇌 쪽에 가깝게 위치한 경우 좀 더 효과적이라면, 내이(속귀)에 가깝게 위치한 큰 종양을 제거할 때는 경이술이 개두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환자 입장에선 내시경수술이 가장 좋을 것 같은데요. 누구나 다 받을 수 있나요?
내시경수술은 피부 절개 없이 귓구멍으로 내시경을 넣어 종양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귀뼈나 머리뼈를 제거하지 않으니까 기존 수술에 비해 수술 시간이 1/4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고, 주변 정상 조직의 손상 또한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합병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외부 흉터가 남지 않아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지요. 그러나 종양이 큰 경우에는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종양은 작지만 이명이나 어지럼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거나 청력이 많이 떨어진 환자에서 내시경수술이 효과적입니다. 2016년 아시아 최초, 세계 2번째로 내시경을 이용한 청신경종양 제거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청력이 소실된 환자에서 내시경으로 종양을 제거한 후 곧바로 인공 달팽이관을 이식하는 수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습니다. 종양 제거부터 청력 재활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획기적인 수술법입니다.



What is 인공와우?
인공와우는 청신경을 직접 자극해 소리를 감지하도록 고안된 전자기기로, 보청기를 사용해도 청력이 향상되지 않는 고도의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들이 인공와우 이식술의 대상이 된다. 청신경종양으로 청력이 손상된 환자도 종양 제거 시 청신경을 보존하면 인공와우 이식술로 청력을 되찾을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세계 최초로 내시경수술을 이용해 수술 한 번으로 종양 제거와 인공와우 이식을 동시에 시행하고 있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아무래도 환자들 입장에서는 종양 제거만큼 청력 보존 여부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수술 술기가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과거에 비해 청력 보존 가능성이 확실히 높아졌지만, 종양의 위치나 크기, 신경 손상 정도에 따라 치료 후 청력 보존이나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각 치료법에 따라서도 청력 손상 정도가 달라질 수 있고요. 그래서 세브란스병원은 적중률 90% 이상의 AI 기반 청력 예측 시스템을 치료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종양의 위치와 크기, 수술 전 청력과 평형기능, 어지럼증 정도, 안면마비 여부, 주치의가 선택한 수술 방법 등 객관적인 데이터를 입력하면 수술 후 청력 보존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스템입니다. 물론 이미 청력이 소실된 환자에서 청력 재활(재생) 가능성도 분석하려고 시도 중입니다. AI 기반 예측 시스템을 활용하면 개별 환자에게 더욱 적합한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치료 전후 환자가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나요?
청신경종양은 국내에서 1년에 새로 발생하는 환자가 500-600명 수준으로, 발병률이 낮은 희귀질환에 속합니다. 그래서 청신경종양을 실제로 치료하는 전문의는 많지 않은 반면, 인터넷에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까지 너무 많은 정보가 난무해서 오히려 환자의 혼란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청신경종양의 치료는 종양의 크기와 위치뿐 아니라 신경 손상 정도, 현재 청력과 수술 후 예측 청력, 평형기능, 안면마비 유무,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종양 크기가 같아도 환자마다 치료 방법이 다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치료 경험이 많은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거쳐 치료 방법을 결정하고, 치료법을 결정한 후에는 주치의를 믿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치료에 참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청신경종양 치료의 새 길을 열어가는 개척자
문인석 교수(이비인후과)


문인석 교수 프로필 바로가기


청신경종양, 외이도암, 경정맥사구종 등 귓속의 종양이 전문 영역이다. 2015년 국내 최초로 제2형 신경섬유종증 환자에게 소리를 듣게 해주는 청성뇌간이식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으며, 2016년 아시아 최초 청신경종양 내시경수술, 2021년 세계 최초 내시경을 이용한 청신경종양 제거 및 인공와우 이식 동시 수술 등에 성공하며 종양 제거부터 청각 재활까지 토털패키지의 청신경종양 치료를 선도하고 있다. “생각은 깊게, 행동은 바르게”라는 짧은 문구를 머릿속에 새기고 있는 그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