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유리음영 

Ground glass opacity

  


간유리음영 혹은 간유리결절은 흉부 CT에서 폐에 뿌옇게 보이는 부분을 말합니다. 건강검진 목적으로 흉부 CT를 시행했을 때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간유리음영이란?

간유리음영(ground glass opacity, GGO) 혹은 간유리결절은 흉부 CT에서 폐에 뿌옇게 보이는 부분을 말합니다. 모래 등을 이용해 투명한 유리를 갈았을 때 표면이 뿌옇게 변하는 것을 ‘간유리’라고 부르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흉부 CT에서 정상 폐는 진한 회색으로 관찰되는데, 폐에 무언가 발생하면 뿌옇게 혹은 하얗게 음영이 나타납니다. 이 음영의 크기가 3cm보다 작으면 ‘결절(nodule)’이라 하고, 3cm 이상이면 ‘혹(mass)’이라 부릅니다. 그러므로 간유리음영은 특정 질환명이 아니라, 흉부 CT에서 보이는 뿌연 음영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흉부 CT에서 뿌옇던 음영이 하얗게 진해지는 것을 ‘고형화’라고 합니다. 고형화 여부에 따라 간유리음영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 순수 간유리음영 - 고형화 없음
▲ 복합 간유리음영 (부분 고형결절) - 일부 고형화

▲ 고형결절 - 전체가 고형


  • 간유리음영의 원인

염증(감염이나 호산구성 염증)이 가장 흔하고 출혈, 염증을 앓은 흉터, 섬유화, 전암 병변, 초기 폐암 등으로 다양하지만, 한 번의 흉부 CT 촬영만으로는 원인을 특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개 일정 기간 간격을 두고 CT를 다시 촬영해 영상을 비교함으로써 원인을 추정합니다.
일시적인 염증이나 출혈은 추적 흉부 CT에서 음영이 작아지거나 소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음영이 오랫동안 변화 없이 지속되는 경우라면 흉터, 국소 섬유화, 전암 병변 등의 가능성을 고려합니다. 간유리음영이 점점 커지거나 하얗게 진해지면 전암 병변 혹은 초기 폐암으로 발전하는 징후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 간유리음영의 증상

염증이 원인일 때는 가벼운 호흡기 증상이 동반될 수 있고, 출혈이 원인일 경우에는 가래에 피가 묻어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간유리음영은 증상이 없습니다. 전암 병변이나 초기 폐암으로 발전하는 간유리음영 역시 대부분 무증상이므로 임의로 추적 관찰을 중단해선 안 됩니다.


  • 간유리음영의 검사

간유리음영은 흉부 X-ray 검사로는 발견이 어렵고, 건강검진 목적으로 저선량 흉부 CT 촬영을 하거나 다른 질환의 검사 목적으로 흉부 CT를 시행했을 때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유리음영이 발견되면 과거 영상과의 비교, 음영 발견 시기, 변화 양상, 고형화 유무, 전체 크기, 고형화된 부분의 크기와 위치 등에 따라 위험도를 평가해 추적검사 시행 시기, PET-CT 혹은 조직검사 등의 정밀검사 시행 여부를 결정합니다.
일시적인 간유리음영을 제외하고 지속성 순수 간유리음영은 약 2-20%, 복합 간유리음영은 약 40%에서 크기가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병변이 지속되면 최소 5-10년간 주기적인 저선량 흉부 CT를 시행해 변화를 관찰합니다. 검사 시행 간격은 음영의 크기, 고형 부분의 유무와 크기 등에 따라 결정되며, LUNG-RADS라는 국제적인 판독 기준에 따라 악성 위험도를 평가하고 추적 검사 시기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폐암이 강하게 의심되는 간유리음영의 소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고형 부분이 새로 발생하거나 커지는 경우
2) 간유리음영의 크기가 증가하는 경우
3) 복합 간유리음영 첫 검진에서 고형 부분이 8mm 이상인 경우
4) 복합 간유리음영 추적 검사에서 4mm 이상의 고형 부분이 새로 발생했거나 고형의 크기가 4mm 이상으로 증가한 경우
반면 우연히 발견된 간유리음영 가운데 약 1/3에서 절반은 저절로 또는 적절한 치료 후 사라지는 일시적인 음영이며, 저절로 사라지는 음영은 대부분 2-3개월 이내에 소실됩니다. 따라서 간유리음영이 발견되었을 때는 너무 당황하지 말고 의료진과 추적 흉부 CT 촬영 시기를 상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 간유리음영의 진단

간유리음영이 폐의 중심에 위치한 경우에는 기관지내시경을 이용한 조직검사를, 폐의 가장자리에 있는 경우에는 CT 유도하에 경피적 흉부 세침생검을 고려합니다. 그러나 간유리음영은 폐암으로 발전하더라도 암세포의 밀도가 낮아 조직검사의 정확도가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 폐의 가장자리에 위치할 경우: 폐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간유리음영은 사전 조직검사 없이 바로 진단 겸 치료 목적으로 수술적 절제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영 부분을 쐐기 모양으로 절제한 후 수술 중 동결절편생검이라는 방법으로 폐암 여부를 판정하고, 폐암으로 진단되면 치료 목적의 폐엽절제술 또는 구역절제술을 바로 이어서 진행합니다.
- 폐의 중심 부분에 위치할 경우: 폐의 중심 부분에 위치한 간유리음영은 쐐기절제술을 시행하기 어렵고, 폐엽절제술 같은 넓은 범위의 절제가 필요하므로 수술 전 조직검사로 폐암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방사형 초음파 기관지내시경, 내비게이션 유도 기관지내시경 등의 최신 장비를 이용해 간유리음영 조직검사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간유리음영의 치료

소실되지 않고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간유리음영은 위험도 분류에 따른 추적 검사 시기에 맞춰 변화를 관찰하다가, 폐암으로의 발전이 의심되면 조직검사를 하거나 사전 조직검사 없이 수술 또는 방사선치료를 시행합니다. 치료 필요 여부와 시기는 음영의 위치, 환자의 나이, 동반 질환, 전신 상태 등을 고려해 결정합니다.
수술치료는 음영의 성상, 전체 크기와 고형 부분의 크기, 위치에 따라 치료 범위를 정하며, 병변이 위치한 엽 전체를 제거하는 폐엽절제술을 주로 시행합니다. 음영 크기가 작고 고형 부분의 범위가 넓지 않은 경우, 환자의 폐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구역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최근 2cm 이하의 1기 폐암에서 구역절제술의 장기 치료 성적이 폐엽절제술과 비슷하거나 더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고, 간유리음영에서는 예후가 더욱 좋아 향후 작은 크기의 폐암에서 구역절제술이 표준치료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환자가 수술을 원하지 않거나 고령, 동반 질환, 폐기능 저하 등으로 인해 수술의 위험도가 높으면 비수술적 치료인 정위적 체부 방사선요법(Stereotactic Body Radiation Therapy, SBRT)을 고려합니다. SBRT는 고선량의 방사선을 4-5회로 나누어 종양에 조사하는 치료 기법으로, 폐기능 손상 없이 삶의 질을 유지하며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수술이 불가능한 초기 폐암에서 효용성이 입증되어 표준치료로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최근 수술이 가능한 초기 폐암 환자에서도 수술과 비교해 치료 성적에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어 장기 치료 성적을 분석 중인 연구의 결과가 주목됩니다.


  • 주의사항

간간유리음영을 폐암으로 단정 짓거나 향후 폐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예정된 추적 검사 시기보다 더 자주 흉부 CT를 시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간유리음영의 판독 및 추적 관찰은 국제적인 표준 지침에 따라 객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잦은 검사는 스트레스와 불필요한 방사선 노출, 의료비용을 증가시키므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와 반대로 너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검사받지 않고 지내다가 병이 진행되어 병원을 찾는 사례도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간유리음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터넷 등에서 간유리음영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이를 참고해 검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간유리음영의 해석과 추후 관리는 단순히 크기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음영의 성상과 환자 상황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이전 암 병력 등을 면밀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따라서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며 상담받는 것보다는 한 병원에서 꾸준하게 경과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김은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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