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STORY 

쌍태아 합병증 관리, 정확한 진단에서 출발한다.   

냉철한 판단과 깊은 공감력으로 고위험 산모 곁 지키는 권자영 교수 

권자영 교수 프로필 바로가기 


요즘 쌍둥이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쌍둥이가 잘 생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쌍둥이 임신은 일란성과 이란성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그중 일란성 쌍태아는 한 개의 난자와 한 개의 정자가 만나 하나의 수정란이 형성된 후 세포분열 과정에 서 우연히 둘로 쪼개져 쌍태아가 된 경우로, 다른 요인과 관계없이 임신 250건당 1건 정도로 발생 비율이 일정한 편입니다. 반면 가족력과 관련성이 있는 이란성 쌍태 아는 동시에 배란된 2개의 난자가 각각 1개의 정자와 만나 2개의 수정란이 만들어져 발생하는데, 보조생식술을 통한 임신 시 증가합니다. 실제로 2000년대 우리나라의 쌍태아 비율은 1.69%였지만, 보조생식술 사례가 늘어나면서 쌍태 임신 비율도 함께 증가해 2023년에는 5.5%를 기록했습니다.


쌍둥이 임신이 단태아보다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산이나 발육 저하의 가능성이 커집니다. 저체중아로 태어나는 확률이 50% 이상이고, 32주 미만의 조산 발생 비율이 약 10%, 37주 미만의 조산 발생은 대략 50%에 이릅니다. 태아 기형의 위험은 단태아에 비해 2배 정도 증가하고요. 또 2명의 아기를 품어야 하므로 태반 면적이 단태 임신보다 훨씬 크고 자궁이 과확장되기 때문에 임신성 당뇨, 임신성 고혈압, 전치태반, 산후 출혈 등 산모 합병증의 위험 또한 단태 임신보다 훨씬 높습니다. 특별히 쌍태 임신은 융모와 양막의 개수에 따라 태아 합병증의 종류와 위험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임신 초기에 이를 정확히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융모와 양막이 대체 무엇이길래 개수까지 정확히 알아둬야 하나요? 

양막은 태아와 양수를 둘러싼 가장 안쪽의 막, 융모는 태반을 의미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2융모성 2양막이라 하면 두 태아가 각자 자기 집과 자기 방을 따로 가진 형태이고, 1융모성 2양막은 두 태아가 하나의 집 안에서 각자 방을 갖는 형태, 1융모성 1양막은 두 태아가 집도 하나고 방도 하나로 공유하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란성 쌍태아는 2개의 수정란이 각각 착상되었으니까 당연히 융모도 2개, 양막도 2개입니다. 그러나 일란성 쌍태아는 수정란의 분열 시기가 늦어질수록 융모와 양막을 공유하게 되고, 이로 인해 합병증 발생이 더 높아집니다.



태반이나 양막을 공유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나요?. 

태반은 혈관 덩어리로 태아와 모체 사이에 혈액과 영양분, 노폐물 등이 교환되는 곳이기 때문에 태아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기관입니다. 그런데 태반을 공유할 때는 태반 안에서 두 태아의 혈관이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의 상태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1융모성 쌍태아 임신 합병증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마치 수혈처럼 한 아이의 혈액이 반대쪽 아이에게로 넘어가는 쌍태아 수혈증후군으로, 태아의 사산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합병증입니다. 혈액을 주는 태아는 혈류 부족으로 인해 발육 부전, 양수과소증, 뇌손상 등이 나타날 수 있고, 혈액을 받는 태아는 혈액의 양이 과다해 양수과다증, 심부전 등이 발생할 수 있어서 태아내시경치료로 연결된 혈관을 끊어줘야 합니다. 태반과 양막을 모두 공유하는 1융모성 1양막 쌍태아는 더 위험합니다. 아기들이 한 공간 안에서 움직이다 보면 탯줄이 서로 꼬여 혈류 차단이 발생해 사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매우 이른 주수부터 입원해 계속 태아 상태를 살펴보다가 혈류 패턴에 이상이 발생하면 즉시 분만시켜야 합니다.


만약 한 아이만 안타깝게 태중에서 사산된다면 남은 한 아이에게 어떤 영향이 생기나요? 

1융모성 쌍태 임신일수록, 발생 시기가 임신 중후반일수록 위험합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대로 1융모성 쌍태 임신에서는 두 태아 사이에 혈류가 연결되어 있으므로 한 태아가 사산될 때 혈역학 변화와 태반 출혈로 인해 약 15%에서 다른 태아가 사산하거나 25% 이상에서는 허혈성 뇌손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조산의 위험성은 60% 이상입니다. 2융모성 쌍태 임신에서는 남은 태아의 사산율이 5% 정도로 비교적 양호하지만, 조산 위험이 5배 정도 증가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남은 태아의 혈류 패턴 평가, 양수량, 태아 활력징후 등을 자주 꼼꼼하게 관찰하면서, 안전한 분만 시기를 결정합니다.


모든 임신이 마찬가지겠지만, 다태 임신에서는 정확한 산전 진단이 더욱 중요해 보입니다.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다태 임신은 태아 기형 발생률이 높고, 태반과 양막의 개수에 따라 합병증의 위험도 달라지기 때문에 전문적인 산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다태 임신 산모는 초기부터 정밀 초음파검사, 염색체 이상을 선별하기 위한 혈액검사 등으로 여러 위험 요소를 철저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초음파검사는 검사자의 숙련도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정보와 결과 해석이 달라지는 주관적 검사이므로, 고위험 산모는 반드시 고위험 산모를 전문으로 하는 경험 많은 전문의에게 검사받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응급상황 발생 시 산모와 아기에게 신속한 처치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춘 3차 병원에서 산전 관리와 분만을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쌍태 임신이라 걱정이 많은 산모들을 위해 당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의심스럽거나 걱정되는 증상, 의문점이 있다면 반드시 주치의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상의하길 당부드립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다른 산모들의 경험담을 보고 의학 공부를 하는 산모들이 적지 않은데, 이건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산모분들이 온라인에서 서로의 경험담을 나누는 것이 일반적인 정보 공유 또는 위로와 격려 차원이라면 괜찮지만, 의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의료 자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일례로 인터넷에 올라온 “쌍태 임신은 조산 위험이 커 자궁경부를 묶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술을 강행하는 분들이 있는데, 근거 없는 무분별한 수술은 오히려 조산을 유발할 수 있고 패혈증에 이르는 자궁내 감염과 관련되기도 합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치료 경험은 그 산모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이므로 절대 맹신해선 안 됩니다. 임신 중의 치료 방향 결정은 주치의가 산모와 태아의 임상적 상황, 임신 주 수, 의료기관의 인프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고 시행하는 것이 최선임을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쌍태 임신 산모와 배우자를 위한 권자영 교수의 특급 조언 

- 철분 섭취 2명의 아이에게 혈액을 공급해야 하므로 철분을 단태아의 2배 이상 충분히 섭취한다. 

- 적당한 운동 주치의가 특별히 당부한 경우가 아니라면 계속 누워 있을 필요는 없다. 적당한 운동은 혈전, 임신성 당뇨 등의 예방과 관리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남편이 적극적으로 함께 운동한다면 더욱 효과적이다. 

- 예방접종 인플루엔자, 백일해 등 여러 감염성 질환의 예방접종은 산모만이 아니라 남편도 함께 받는 것이 좋다. 남편이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면 산모에게 질병을 전파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 증상 기록 만약 배 뭉침을 비롯해 심상찮은 증상이 느껴졌다면 증상 발생 상황과 지속 시간, 하루 또는 일주일간 발생 횟수 등 구체적인 내용을 기록해뒀다가 주치의와 상담한다. 우려스러운 상황에 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는 주치의의 의료적 판단에 큰 도움이 된다.



권자영 교수

산부인과

프로필 바로가기 


정확한 진단과 세심한 처치, 명확한 설명으로 고위험 산모들에게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권자영 교수는 

안전하고 안심되는 분만을 위해서는 산모와 의사의 좋은 파트너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태아는 일반 환자들에 비해 검사나 치료 방법에 제약이 커서, 산모가 의사를 신뢰하고 자신의 생각과 상황을 솔직하게 공유할수록

의사가 보다 냉철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쌍태 임신, 태아 기형,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내외과적 위험 요소를 가진 산모들에게 가장 맞춤한 

가이드 러너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산모들과 동행하고 있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4년 11월호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