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급성췌장염

췌장(이자)은 명치 아래쪽, 등과 가까운 깊은 곳에 위치한 소화기관입니다. 음식물 소화·흡수에 필요한 소화효소(아밀라아제, 리파아제)를 만들고, 혈당 조절에 중요한 인슐린 등 대사 조절 호르몬을 분비하는 핵심 장기입니다. 원래 췌장에서 만들어진 소화효소는 소장으로 내려가는데, 췌장에 염증이 생기면 효소가 정상 경로로 배출되지 못하거나, 췌장 안에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어 췌장 및 주변 조직을 스스로 손상(자가소화)시키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심한 경우 췌장 주위뿐 아니라 췌장 조직 자체의 괴사와 전신 염증 반응, 장기부전 등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2. 급성췌장염의 원인

대표적인 원인은 알코올과 담석입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고중성지방혈증이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먼저 음주가 반복되면 알코올 자체가 췌장에 부담을 줘 급성췌장염을 유발합니다. 또 술과 함께 먹는 기름진 안주, 과식은 중성지방을 더 올릴 수 있어 음주와 고중성지방혈증이 함께 작용하면서 더 심한 급성췌장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고중성지방혈증은 비만, 당뇨 등과 연관성이 높아 평소 체중 관리·운동·지질 조절이 중요합니다.

담석 역시 흔한 원인입니다. 담낭에 있던 작은 담석이 흘러나와 담관과 췌관이 만나는 부위를 막으면, 췌장에서 만들어진 소화효소가 십이지장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정체되면서 췌장세포를 손상해 염증을 일으킵니다. 이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ERCP(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로 담관 담석을 제거하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3. 급성췌장염의 증상

급성췌장염은 통증 정도가 심합니다. 그래서 환자들이 “위경련 같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명치 부위(배꼽 위쪽)에 심한 통증이 생기며, 통증이 등·어깨·가슴 쪽으로 뻗치기도 하고, 구토나 발열, 식은땀이 나고, 아주 심하면 복부나 옆구리 피부에 멍처럼 보이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반듯하게 누우면 통증이 심하고, 옆으로 돌아눕거나 상체를 앞으로 숙이면 통증이 다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런 전형적 증상이 있다면 바로 응급실을 방문해 필요한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선행 연구를 보면 모임과 음주가 많은 12~1월에 급성췌장염 환자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에서 4만2천여 명의 급성췌장염 환자가 발생했고, 남성이 2만5천여 명으로 여성보다 약 50%가량 많았습니다. 30대부터 환자 수가 증가해 40~60대에 환자군이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에는 젊은 여성에서도 발생이 늘고 있는데,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인한 급격한 체중 감소가 담석 형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4. 급성췌장염의 검사와 치료

급성췌장염은 특징적인 통증 양상과 음주·담석 여부, 그리고 혈액검사에서 췌장 효소 상승 소견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다른 원인의 복통과 감별이 필요하고, 췌장 상태 및 합병증 동반 여부 평가를 위해 복부 CT 역시 중요합니다. 담석이 강하게 의심되면 MRI나 내시경 초음파로 담관 내 담석을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ERCP로 담석을 제거합니다. 대부분의 급성췌장염은 적절한 치료로 수일 내 회복이 가능하지만, 일부는 합병증이 발생해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기본 치료는 통증 조절, 충분한 수액 치료, 그리고 췌장이 회복할 수 있도록 금식 및 영양·수분 보충을 시행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인을 정확히 확인하고(담석 제거, 금주, 중성지방 조절 등) 원인에 맞게 치료하는 것입니다. 만약 쇼크, 저산소증, 신장기능 저하, 췌장 괴사 등 중증 합병증이 동반되면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해 췌장 가성낭종을 배액하거나 괴사 조직을 제거하는 고난도 치료도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급성췌장염은 연속된 음주를 피하고, 가능하다면 금주, 어렵다면 절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한 삼겹살, 치킨처럼 기름진 음식을 반복해 섭취하면 담석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췌장에도 무리가 될 수 있어, 술자리에서의 식사량과 메뉴 선택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평소에는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해 대사 활동을 돕고, 고중성지방혈증이 있거나 비만·당뇨가 있다면 체중과 지질을 꾸준히 관리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복부 초음파로 담석 여부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즐거운 술자리가 이어질수록 췌장은 괴롭습니다. 췌장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