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일상생활이나 생명 유지가 불가능 할 정도로 폐기능이 떨어지면 폐이식을 고려합니다. 간질성 폐섬유화증, 만성폐쇄성폐질환, 낭성 섬유화증이 세계적으로 폐이식을 많이 하는 질환인데, 이 중 낭성 섬유화증은 동아시아에서 아주 드물게 발병하기 때문에 이 질환으로 폐이식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만성폐쇄성폐질환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폐이식을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약물치료로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어 적극적으로 폐이식을 고려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폐가 점점 딱딱해지면서 굳어지는 간질성 폐섬유화증이 폐이식 적응증에서 가장 케이스가 많고, 류마티스성 관절염이나 루푸스, 피부근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폐를 침범하면서 폐섬유화가 동반되어 이식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폐섬유화증처럼 폐기능만 문제인 경우에는 환자들이 호흡은 힘들더라도 상대적으로 수술에 큰 무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가면역질환이나 골수이식 후 거부반응처럼 전신적 문제가 있으면서 폐가 손상되면 수술할 때 응급도가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폐이식 수술 자체는 다르지 않지만 이식 전후 전신 질환을 고려해서 적절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이런 케이스는 젊은 환자들이 많은 편이어서, 이식 전 응급도에 비해 회복이 좋은 편입니다. 이외에 골수이식 후 폐에서 생기는 거부반영, 기관지 협착증, 원발성 폐동맥고혈압도 폐이식 대상입니다.
다른 이식수술의 경우 이식할 장기를 떼어내고 새 장기를 넣어주는 과정에서 심장과 폐가 계속 작동하면서 혈액과 산소를 공급하기 때문에 몸이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폐이식의 경우 폐를 떼어내면 아무리 인공호흡기로 산소를 넣어주더라도 받아줄 폐가 없기 때문에 위험도가 높다고 볼 수 있죠. 한쪽 폐가 남아 있더라도 이미 폐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따라서 수술 중 인공호흡기는 물론 에크모, 심폐 바이패스 기계 등 환자의 상태와 호흡을 유지해 줄 장치가 필요합니다. 특히 국내 환자들은 외국에 비해 응급도가 높은 상태에서 이식을 받는 경우가 많아 수술 전부터 에크모에 의지하는 비율이 조금 더 높은 편입니다.
이식 후 초기에는 수술에 의한 합병증으로 기관지나 폐동맥, 폐정맥이 좁아지는 협착증이 나타날 수 있고, 고농도의 면역억제제를 쓰기 때문에 감염, 신장기능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호흡기내과와 감염내과, 혈액내과 등 관련 내과에서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면역억제제를 조절하고 감염관리와 약물 사용에 따른 부작용 관리 등이 필요합니다. 또 재활의학과에서 호흡재활과 운동치료로 환자의 안전하고 빠른 회복을 지원해야 하고, 때론 혈관 스텐트 삽입을 담당하는 인터벤션 파트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물론 에크모 등 최신 의료기기와 장비 사용, 섬세한 수술 기법, 수술 시간 단축 등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뛰어난 흉부외과 의사여도 수술 실력 하나만으로 폐이식을 성공할 수 없습니다. 폐이식 수술은 의료진들의 팀워크가 가장 중요합니다.
수술 후 이식한 폐가 제 기능을 회복할 때까지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필요한데, 이때 환자의 예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운동입니다. 유산소운동과 근련운동을 열심히 할수록 폐가 빨리 제 기능을 찾고, 더 발리 일상 복귀가 가능해집니다. 이식 전부터 꾸준히 운동을 하면 더 좋구요. 물론 폐기능이 떨어져 호흡곤란이 심한 환자들이 운동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도 가만히 누워 있기보다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폐이식 전후 근육량을 지킬수록 예후가 훨씬 좋다는 걸 환자분들이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국내 최초, 국내 최다 폐이식 수술한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
1996년 7월 국내 최초로 폐이식 수술에 성공한 세브란스병원은 2014년 8월 국내 최초 폐이식 수술 100례, 2017년 2월 국내 최초 200례를 달성했습니다. 국내 폐이식 수술의 약 50%가 세브란스병원에서 이뤄질 정도로 독보적인 선두주자입니다. 호흡기내과와 흉부외과를 비롯해 감염내과, 재활의학과, 장기이식코디네이터 등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의료진들이 체계적 협진을 통해 수술 과정은 물론 수술 전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합병증에 적극 대처해 생존율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수술 시간 또한 크게 단축시켜 환자의 안전하고 빠른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 짤막 정보
뇌사자 폐이식 VS 생체 폐이식
뇌사자 폐이식은 한 명의 뇌사자로부터 양쪽 폐 전체를 받고, 생쳬 폐이식은 2명의 공여자에게서 각각 한쪽 폐의 절반씩을 받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이식해주는 경우, 엄마의 오른쪽 폐 아래쪽과 아빠의 왼쪽 폐 아래쪽을 이식합니다. 공여자의 폐기능은 약 25% 정도 줄어듭니다. 뇌사자 폐이식은 뇌사자에서 폐를 직접 적출해 이식수술을 하는 병원까지 이송하는데, 이 과정에서 허혈 등 약간의 손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생체 폐이식은 바로 옆 수술실에서 건강한 공여자의 폐를 즉시 이식받기 때문에 이식 성적이 더 좋은 편입니다.
주로 부모나 친척 등 면역학적으로 유사한 혈연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생체 폐이식은 거부반응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습니다. 폐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절박함을 생각할 때 공여 폐가 늘어나는 생체 폐이식은 긍정적인 면이 큽니다. 하지만 국내 뇌사자의 폐 중 이식에 사용되는 것은 20% 미만에 불과하다. 뇌사자의 소중한 폐가 헛되이 사라지지 않도록 제도 개선과 교육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