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이 달라도, 진행성 간암에서도 간이식 가능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주동진 교수



간암의 치료에는 암의 병기뿐만 아니라 간기능이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쉽게 말해 조기위암인데 위기능이 나빠서 치료 방법이 제한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간암은 아주 조기에 발견해도 간기능이 나쁘면 암 절제수술이나 항암치료가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성 간염 등 원래 가지고 있던 간의 병이 간암으로 진행한다는 점입니다. 

즉, 간암을 치료하더라도 간암의 원인이 되는 병든 간은 여전히 몸 안에 남아 있어, 남은 간에 또다시 간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간이식은 병든 간을 건강한 간으로 완전히 대체시켜 간암의 원인까지 제거할 수 있습니다. 간이식을 했다고 재발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데이터를 보면 간이식이 간암의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간암이 단일 종양이면서 5cm보다 작을 때, 종양이 세 개 이하이면서 최대 종양의 직경이 3cm보다 작을 때, 간의 주요 혈관을 침범하지 않은 경우 간이식 후 재발 위험이 거의 없이 완치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 진단 시 그보다 진행된 상태의 간암을 가지고 있어서 간이식을 바로 못하는 경우도 있고, 색전술이나 항암치료 등 수차례 치료에도 불구하고 반복해서 재발한다든가, 간기능이 망가져 더이상 다른 치료를 시도할 수 없는 환자도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한 생체 공여자가 있는 경우에는 전통적인 기준보다 폭넓게 이식수술을 시행하는 편입니다. 최근 수년 동안 세브란스병원에서 시행한 간이식의 절반 이상이 간질환에 간암이 동반된 경우였습니다. 적극적인 암 치료로 암을 없애거나 종양 크기를 줄인 후 간이식을 받고 완치된 환자들도 많습니다.


급성 간부전 환자들은 복수가 차고 황달이 심해지고, 심지어 간성뇌증에 빠져 의식을 잃는 등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기 때문에 대개 응급도 순으로 뇌사자 간이 배정됩니다. 이식 대기자의 응급도를 평가한 멜드(MELD) 점수가 외국에서는 30점만 돼도 간이식을 받지만, 우리나라는 뇌사기증자가 워낙 적어서 40점 이상의 최고 등급도에 해당하는 환자가 뇌사기증자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안타깝게 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뇌사기증자 간이식이 전체 간이식의 30%에도 못 미치고 있습니다.


의학기술이 발달해서 혈액형이 달라도 간이식을 할 수 있지만, 공여자와 환자의 간 크기가 맞지 않으면 이식이 어렵습니다. 건강한 간은 전체의 약 30%만 남겨둬도 충분히 제 기능을 할 수 있고 재생이 잘 되지만, 그 이하에서는 기증자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절제 후 남는 간이 공여자 전체 간의 30%만 남겨둬도 충분히 제 기능을 할 수 있고 재생도 잘 되지만, 그 이하에서는 기증자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절제 후 남는 간이 공여자 전체 간의 30% 이상이 돼야 합니다. 또, 간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체중과 이식받는 간의 무게를 비율로 표현한 GRWR(Graft-to-Recipient Weight Ratio) 수치가 0.8 이상은 돼야 안전하게 회복이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체중 45kg의 딸이 자기 간의 70%를 기증해도 85kg의 아버지에게 필요한 간보다 작아서 이식이 불가능 할 수 있습니다.


혈액형이 다르면 환자 몸의 특정 항체가 이식 장기를 공격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ABO 혈액형에 따라 이식 가능한 조합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마치 수혈처럼 A형 환자는 A형과 O형 기증자의 간만 이식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탈감작용법으로 혈액형이 달라도 이식이 가능합니다. 우선 몸 안에 이미 가지고 있는 항체는 혈장교환술이라는 방법으로 걸러내고, 더 이상 새로운 항체가 생기지 않도록 억제하는 리툭시맙이라는 약물을 주입합니다. 이런 탈감작요법을 통해 환자의 항체 농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낮아지면 간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고된 바에 따르면,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을 위한 탈감작요법 때문에 더 과도한 감염이나 부가적인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는 없으며, 성공률도 일반적인 간이식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의 간이식수술 약 20%가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간 절제술과 이식술이 발전하면서 이식의 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습니다. 생체 간이식의 경우, 과거에는 우측 간을 공여할 때 공여자의 왼쪽 간이 전체 간의 30%보다 작으면 이식이 아예 불가능했지만, 최근에는 공여자에게 더 많은 간을 남기기 위해 우측 간의 일부인 우간 전구역 또는 우간후구역을 이용해 이식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반복적 간암 치료로 간동맥이 망가진 환자에서 다른 장기로 가는 혈관의 일부를 이용해 간이식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뇌사기증자 간이식에서도 뇌사자의 간이 충분히 크고 건강하다면 오른쪽 간은 성인에게, 작은 왼쪽 간은 소아에게 이식하는 방식으로 동시 수술을 진행합니다.


사전에 면밀한 검사를 거쳐 간이식 후에도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학적 소견이 나왔을 때 수술을 진행하므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보통 건강한 간은 30%만 남겨도 약 3개월이면 원래 크기의 90%까지 회복됩니다. 간이 잘 자란 후에는 간을 기증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간기능 손상이 발생하는 일은 없습니다. 실제로 공여자는 3~6개월 정도만 의료진의 관리를 받고 이후에는 이식 전과 똑같은 일상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또 공여자 간 절제술에 복강경이나 로봇을 사용하면서부터 흉터에 대한 부담도 거의 없는 편입니다.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주동진 교수의 간이식 짤막 상식>

공여자에게 지방간이 있어서 간이식 불가 판정을 받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그러나 다른 지병 없이 지방간만 있는 경우에는 체중을 줄이면 지방간도 호전되어 이식이 가능해질 뿐 아니라 공여자 본인의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에 의한 간이식이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식생활의 서구화로 지방간이 늘고 있어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간 공여자는 물론 이식받은 환자도 임신과 출산이 가능합니다. 다만 좀 더 안정적인 임신과 출산을 위해 미리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식 후에는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감염질환 환자가 많은 병원 면회, 날생선 섭취 등은 주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는 큰 무리가 없으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외여행도 가능합니다.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주동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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