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체트병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김도영 교수



면역반응의 이상으로 온몸에 염증이 발생하는 베체트병은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는 만성질환입니다. 베체트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인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 감염과 같은 환경 변화가 있을 때 면역반응에 이상이 생겨 발생합니다. 세계적으로 터키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과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에 많아 실크로드병이라고도 불리며, 면역반응이 왕성한 20~40대의 젊은 연령대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1. 베체트병의 증상

대부분의 베체트병 환자는 입안에 통증이 심한 궤양을 자주 경험하며, 성기 부위에 특별한 이유 없이 궤양이 반복됩니다. 피부에는 다리에 누르면 통증이 느껴지는 붉은 반점(결절홍반)이나 여드름처럼 헐어서 생기는 뾰루지(모낭염)가 반복되는 증상이 흔합니다. 또한 약 40%의 환자에서는 눈의 포도막염을 동반하며, 몸의 여러 관절이 일시적으로 붓고 아픈 관절염을 경험하기도 하고 복통과 설사 등이 생기는 장베체트병도 동반될 수 있습니다. 만약 신경계나 대동맥, 정맥 같은 큰 혈관을 침범할 경우 뇌졸중, 치매 증상, 대동맥류 파열, 폐색전증 등 심각한 장애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2. 베체트병의 진단

베체트병을 확진하는 단일 검사는 없으며, 전 세계 전문의들이 정해놓은 진단 기준을 근거로 임상 증상을 종합해 진단합니다. 자극피부염, 질염, 헤르페스 감염 등 일반 구내염이나 다른 피부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하므로 경험 많은 전문의의 면밀한 병력 청취와 진찰이 중요합니다. 유전적 소인으로 HLA-B51 유전자를 가지는 경우 발병 위험이 5~6배 높아지므로 진단에 보조적으로 활용되며, 그 외에 피부 과민성 검사, 분변에서 염증 물질을 측정하는 방법 등 각 임상과에서 장기별로 보조적인 검사들을 개별적으로 시행할 수 있습니다. 


3. 베체트병의 치료

여러 장기를 침범하므로 개인 맞춤형 진료와 다학제 진료가 필요합니다. 입과 성기 점막 궤양이나 피부에 국한된 경증 환자는 바르는 연고나 가글로 조절하며, 증상이 심해질 때는 단기간 전신 스테로이드나 항생제, 콜히친 같은 면역조절제를 사용합니다. 경증 포도막염은 점안액으로 조절되지만, 시력 저하를 동반하는 중증 급성 포도막염은 고용량 스테로이드나 항TNF제 치료가 필요합니다. 장베체트병은 설파계 약제나 아자치오프린 등 면역억제제를, 혈관 침범 시에는 항혈전 치료를 진행하며, 신경계나 큰 혈관을 침범한 중증 발생 시에는 고용량 스테로이드제와 면역억제제를 포함한 장기별 집중 치료를 시행합니다. 


4. 지속적인 경과 관찰과 주의사항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전신 염증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으나 수년 이상 면역조절 약물을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면역반응이 줄어들면 증상이 완화되어 약을 줄이거나 끊기도 합니다. 베체트병으로 진단받았거나 구강 궤양, 포도막염 등이 조절되는 중이라도 하루 이틀 이상 지속되는 복통과 설사가 생기면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하며, 다리가 붓는 증상이 나타나면 정맥혈전염 등을 의심해 검사해야 합니다. 또한 새로운 증상이 나타날 때는 암과 같은 다른 병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합니다.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김도영 교수의 한마디>

“베체트병 환자들은 입 궤양과 포도막염 등 현재 가진 증상이 잘 조절되더라도 복통, 설사, 다리 부종, 관절염 등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증상들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이런 증상이 이틀 이상 지속될 때는 가벼이 넘기지 말고 주치의와 잘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베체트병과 상관없이 다른 병이 동반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평소 정기검진을 꾸준히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김도영 교수]